국회 쿠팡 연석 청문회 출석…산재 축소·은폐 의혹 추궁엔 ‘모르쇠’
‘쿠팡’에 쏠린 눈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 임시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개인정보 유출 등에 관한 청문회에서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에게 증인 선서문을 제출한 뒤 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한수빈 기자 [email protected]
쿠팡이 30일 국회 연석 청문회에서 새벽배송을 하다 사고로 숨진 택배 노동자 유족의 사과 요구에 “죄송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산업재해 인정과 보상 요구에는 “논의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청문회에는 쿠팡 칠곡물류센터 소속으로 일하다 숨진 장덕준씨의 어머니 박미숙씨, 제주에서 새벽배송을 하다 숨진 오승용씨의 누나 오혜리씨가 참석했다.
박씨는 “쿠팡의 비협조로 힘들게 산재를 승인받았지만, 일방적으로 연락을 차단하고 대화도 보상도 할 수 없다고 했다”며 “김범석(쿠팡Inc 의장)의 한마디로 모든 의혹들이 시작됐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어 잠을 잘 수 없다. 제발 김범석을 잡아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오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지난달 숨진 동생의 사망 경위를 설명했다. 오씨는 “승용이는 하루에 11시간 이상 일을 하며 하루 평균 300~400개 물량을 배송했다. 심지어 엘리베이터도 없는 곳이었다”면서 “아이들은 지금 아빠가 죽은 줄도 모르고, 멀리 우주에서 돈 열심히 벌고 있으니 기다리라고 했다”며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대표를 향해 “사과가 그렇게 힘드신가. 대답하라”고 했다.
로저스 대표는 이들에게 “모든 책임을 인정하고 고인의 죽음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재 인정과 보상 요구에는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말만 수차례 되풀이했다.
산재 축소·은폐 의혹도 부인했다. 장씨는 2020년 10월 야간근무를 마치고 퇴근한 지 약 1시간 반 만에 숨졌다. 당시 쿠팡은 관련 폐쇄회로(CC)TV 자료가 없다고 했지만, 김범석 당시 쿠팡 한국법인 대표가 메신저를 통해 “그가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이 남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하고 쿠팡이 CCTV 관련 장비도 서울 본사로 옮긴 정황이 최근 공개됐다.
또 사고 직후 노동부 대구지청이 장씨 사망 사고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자, 당시 쿠팡 수석부사장이었던 로저스 대표가 ‘신체적 부담을 주는 업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라’는 취지의 메일을 보낸 의혹도 받는다.
이날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메일 내용을 공개하자 로저스 대표는 “해당 문서를 본 적이 없고 진위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박대준 전 쿠팡 대표도 로저스 대표와 과로사 축소를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어떤 맥락인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김 의장이 산재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며 모의 여부를 따지자 로저스 대표는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박 전 대표 역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무엇을 방해할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한편 이날 오후 청문회에 출석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오씨의 사망과 관련해 “산업재해에 해당할 가능성이 상당해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