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서울 주택가서 주거 침입·강간 사건
DNA 채취 불구, 당시 과학수사 한계로 '미제'
국과수·대검, 용의자 특정→ 경찰, 범인 검거
"피해자 집 코앞서 줄곧 숨죽이며 거주해 와"
DNA 채취 불구, 당시 과학수사 한계로 '미제'
국과수·대검, 용의자 특정→ 경찰, 범인 검거
"피해자 집 코앞서 줄곧 숨죽이며 거주해 와"
게티이미지뱅크
2009년 이웃집에 침입해 성폭행을 저지른 범인이 16년 만에 검거됐다. 범행 현장에서 채취된 유전자정보(DNA)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대검찰청의 DNA 데이터베이스(DB)가 오랜 미제 사건 해결의 실마리였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 12일 성폭력처벌특례법 위반(강간 등 치상, 주거침입강간) 혐의로 40대 중반 A씨를 구속 송치했다. 경찰청은 전날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 사건([형사수첩2] DNA가 밝힌 2009년 그날의 전말)의 시작과 끝을 소개했다.
2009년 12월 서울 서대문구 주택가에서 일어난 이 사건은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해 16년 동안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었다. 범인의 DNA를 채취하긴 했지만, 당시의 과학수사 역량으로는 용의자를 끝까지 추적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인근 주택가에서 동종 범죄가 여러 건 발생하기도 해 주민들은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국과수·대검, 수형자 DNA 대조해 용의자 특정
잠자고 있던 수사에 다시 숨을 불어넣은 건 어쨌든 '유력한 단서'로 존재했던 DNA였다. 국과수는 현재 각 사건 현장에서 확보한 용의자의 DNA, 그리고 구속 피의자의 DNA를 모아 둔 DB를 보유하고 있다. 또 대검은 형이 확정된 수형자 중 살인·마약 등 11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의 DNA를 채취해 별도의 DB를 만든다. 양 기관이 이 사건 현장에서 수집된 DNA를 수형자 DNA와 일일이 비교·대조한 결과, 다른 범죄 전력으로 DNA가 채취된 피의자 A씨를 특정할 수 있었다.
경찰청이 2009년 서울 서대문구 주택가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의 범인 검거 과정을 설명하고 있는 유튜브 영상 일부. 29일 공개된 영상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16년 전 사건 현장에서 확보된 유전자정보(DNA)를 대검찰청 수형자 DNA와 대조해 피의자를 특정하는 데 성공했다. 경찰청 유튜브 캡처
'용의자 특정'은 또 다른 걸림돌도 해소해 줬다. 공소시효 문제다. 성폭력처벌특례법상 'DNA 등 과학적 증거 확보로 성폭력 범죄를 증명할 수 있는 경우'에는 공소시효도 10년 연장된다. 용의자 DNA 덕분에 이 사건 공소시효도 늘어나 범인의 죗값을 물을 수 있게 된 셈이다.
2009년 사건 담당 형사가 직접 검거
국과수와 대검의 협업으로 용의자를 알아낸 만큼, 이제 경찰이 나서야 했다. 16년 전 담당 형사였던 소순섭 형사가 직접 피의자 검거에 나섰다. A씨는 개인 사무실을 운영하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놀라운 대목은 A씨가 지금까지 거주지를 한 번도 옮기지 않은 채, 그것도 피해자 집으로부터 불과 도보로 30초가량 거리인 코앞에서 숨죽여 지내 왔다는 사실이다. 피해자는 최근까지도 두려움을 떨치지 못해 A씨의 검거 여부 등을 검색해 가며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은 "16년 전 미궁에 빠진 사건이 기술의 진화와 함께 다시 열렸다"고 평가했다. 범인을 드디어 붙잡았다는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미제 사건 범죄자는 반드시 죗값을 받을 것" "수사 기술 발전으로 피해자를 위로할 수 있게 된 지금이 자랑스럽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