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경남 창원의 한 모텔에서 중학생 2명을 살해하고 다른 중학생 1명에게 중상을 입힌 뒤 투신해 숨진 20대 남성 A씨.
그런데 A씨가 중학생 상대 범행을 저지르기 직전, 또 다른 흉기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KBS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보호관찰 대상자였던 A씨의 범행을 확인하고도 법무부 보호관찰소에 범행 사실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중학생 살인'이라는 비극을 막을 수 있었던 사전 징후가 외면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중학생 살해 5시간 전 또 '흉기 범죄'
경남 마산동부경찰서에 따르면, A씨의 첫 범행은 지난 3일 오전 11시 55분쯤 발생했습니다. '중학생 살인' 사건이 벌어지기 약 5시간 전이었습니다.
중학생 살해 5시간 전 A 씨가 추가 범행을 벌였던 장소.
A씨는 마트에서 구입한 흉기를 들고 연인 관계로 추정되는 20대 여성의 주거지를 찾아가 협박했습니다. 이별을 통보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당시 생명의 위협을 느낀 피해 여성은 추운 날씨에도 외투를 걸칠 겨를도 없이 집을 뛰쳐나와 주변 행정복지센터로 피신했습니다.
| ○○행정복지센터 관계자 "(날씨도 추운데) 외투도 안 입은 거는 기억이 납니다. 다급해 보였고 우리 직원 옆에 이제 좀 숨어 있듯이 그렇게 있었습니다. 112에 우리 직원이 신고했고…" |
■ 경찰 "긴급체포 요건 안 돼"… 2시간 만에 풀려나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길거리를 배회하던 A씨를 발견해 지구대로 임의 동행했습니다.
A씨를 상대로 조사를 벌였지만, 체포 요건에 맞지 않는다며 2시간가량 조사 끝에 귀가 조치했습니다.
A씨는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지난 6월 출소했는데, 법원으로부터 보호관찰 명령 5년을 받아 관리 감독을 받는 보호관찰 대상자였습니다.
지난 3일, 마트에서 범행에 사용된 흉기를 구입하는 A 씨 (CCTV)
결국 누범 기간에 '흉기 범죄'를 저지르고도 풀려난 A 씨는 곧바로 다른 마트에서 흉기를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주변의 한 모텔에 중학생들을 불러 2명을 살해하고 1명을 중태에 빠트린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 법무부 통보 안 한 경찰…"관련 규정 없어"
경찰은 A 씨의 첫 범행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신원과 전과, 보호관찰 대상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A 씨 범행을 보호관찰소에 따로 통보하지 않았습니다. 범행 사실을 알릴 의무가 없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 경찰 관계자 "경찰에서 당연히 보호관찰자를 법무부에 통보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실 텐데, 통보해 줘야 한다는 지침, 매뉴얼이 없습니다. 또, 관행적으로도 통보를 하거나 공조 요청을 하거나 이런 경우가 없거든요." |
만약 경찰이 A 씨 범행 사실을 보호관찰소에 알렸다면 거주지 상주, 외출 제한 등의 특별 준수사항 부과 조치를 받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KBS와 인터뷰 중인 피해 유족
피해 유족들은 경찰이 법무부 보호관찰소에 흉기 범행 사실을 전화 한 통으로 통보만 했다면 아이들이 목숨을 잃는 비극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소연합니다.
| 피해 유족(음성변조) "경찰에서 전화 한 통만 했다면, 보호 관찰소 쪽에 전화해서 신경을 쓰고 관심을 조금만 가졌더라면 이런 비극이 없지 않았을까. 너무 억울하고 정말 분통하거든요. |
보호관찰 대상자인 A씨의 주거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법무부, 여성을 흉기로 협박했는데도 간단한 조사 뒤 귀가조치한 경찰까지.
중학생들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발생하기까지 우리 사회의 안전망은 무엇 하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법적 근거가 없어 A씨의 흉기 범행 사실을 법무부에 통보할 수 없었다며, 경찰과 법무부 등 국가기관 사이 보호관찰 대상자에 대한 범행을 통보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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