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북서부 노보고로드 로쉬노에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관저. 러시아는 29일 이 관저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관저에 드론 공격이 가해져, 우크라이나 종전협정이 다시 멀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만나서 우크라이나 종전협정에 근접했다고 발표한지 하루 만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29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북서부의 노브고로드 로쉬노에 있는 푸틴의 관저에 전날 밤 91대의 장거기 드론 공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평화협상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재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저가 공격당할 당시에 푸틴이 그 곳에 있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라브로프 장관은 텔레그램은 푸틴의 관저에 발사된 91대의 드론 모두는 러시아 방공망에 의해 요격되거나 파괴됐다고 밝혔다. 그는 그 공격으로 부상자나 피해는 없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쪽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직접 나서 소셜미디어 엑스에 러시아의 주장은 “전형적인 러시아의 거짓말”이라며 우크라이나에 공격을 지속하려는 핑계라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가 이전에 키이우의 정부 관저들을 공격 목표로 삼았다며 러시아야말로 민간·정부 시설 공격을 일상화한 당사자라고 지적했다. 젤렌스키는 “세계가 지금 침묵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는 러시아가 영속적인 평화를 이루는 작업을 훼손하게 허락할 수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이 공격을 우크라이나의 국가 테러리즘으로 규정하며 종전협상에서 입장을 바꿀 것임을 시사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국가 테러리즘으로 전면 전환한 범죄적인 키이우 정권”이라고 규정하며, “러시아의 협상 입장은 재검토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미국과의 협상 프로세스 자체에서 완전히 이탈할 의도는 없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이 공격은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플로리다 마라러고 자택 회담 직후, 미국이 ‘성공적’이라고 자평한 국면에 맞물려 벌어진 일로 “종전 프로세스를 흔드는 공격”으로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는 젤렌스키와 회담에 이어 푸틴과 통화하면서 이 사건에 대해 직접 들었다. 크렘린궁의 유리 우사코프 외교담당 보좌관은 이 통화에서 푸틴이 “미국이 성공적인 협상 라운드였다고 평가한 직후, 자신의 관저를 노린 대규모 드론 공격이 있었다”고 알렸다고 전했다. 우샤코프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 보고에 “충격을 받았으며, 믿기 힘들 정도의 미친 행동”이라고 언급했고, 이는 “미국의 젤렌스키 상대 접근에 분명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의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처음에는 이 공격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대답했다가 나중에 기자들에게 푸틴으로부터 들었고 “매우 화가 났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러시아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보았냐는 질문에 “우리는 찾을 것이다. 당신은 아마 그 공격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그럴 가능성도 있다”며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오늘 아침 그런 일이 있었다고 나에게 말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자신이 우크라이나에게 토마호크 미사일 지원을 거부한 것도 지금이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들(러시아)이 공세를 계속하고 있으니 (우크라이나도) 공세에 나설 수 있지만 그(푸틴)의 집을 공격하는 건 전혀 다르다”며 “지금은 그런 짓을 하기에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우크라이나 회담에 이어 푸틴과 “긍정적인 통화를 마쳤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전날 젤렌스키와 만나서 종전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보장 등에 95% 합의했다며 “종전협상에 더욱 다가가고 있고, 아마 근접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영토문제 등은 여전히 “곤란한 문제”고 남아있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종전협상이 타결될지는 “몇주 내에” 보게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하지만, 두 정상은 종전협정의 진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종전협상을 둔 두 정상의 회동 뒤 푸틴의 관저에 대한 공격이 일어나, 협상은 다시 당분간 교착상태에 더 빠질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특별군사작전’ 상황 회의를 열고 “돈바스, 자포리자, 헤르손을 해방하는 목표는 특별군사작전 계획에 따라 단계적으로 수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서로의 시설에 대한 공격을 비난하며 책임을 돌려왔다. 지난 2022년 9월말 러시아-독일을 잇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1·2가 해저에서 폭파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소행이라고 비난했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자작극이라고 반박했다. 이 사건은 나중에 우크라이나 공작원들의 소행으로 밝혀졌고, 용의자 중 일부가 체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