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 고넨 (2025년 12월 25일 방송 화면 캡처)
지난 25일 이스라엘은 큰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이스라엘 TV 채널 12의 시사 프로그램에서 방송된 25살 여성의 증언 때문입니다.
그녀는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 때 가자지구로 끌려갔습니다. 471일간 하마스에 억류됐다 살아 돌아온 로미 고넨은 네 명의 남성에게 각각 다른 시기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했습니다.
■ 471일간 인질…"네 명의 남성에게 성폭행"
증언에 따르면, 2023년 10월 7일 그녀는 납치되자마자 가자 북부의 시파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하마스의 테러 공격 중 그녀는 팔에 총상을 입었고, 치료를 위해 옮겨진 병원에서 학대가 시작됐습니다. 간호사로 추정되는 한 여성이 혈관을 찾으려는 순간이었습니다.
| 로미 고넨 (이스라엘 인질 ) "한 남자가 갑자기 제 옷을 찢기 시작했어요. 한 명은 제 신발을 벗기고, 다른 한 명은 제 얼굴에서 귀걸이를 빼고, 또 다른 한 명은 제 몸에 있는 장신구를 모두 벗겼어요. 15명 정도가 동시에 저를 만지고 있었어요. 결국 그들은 제 옷을 전부 찢어버렸는데, 저는 알몸으로 누워 있었죠." |
시파 병원 입원 당시 사진을 보여주는 로미 고넨 ( 방송 화면 캡처)
■ "샤워 도와주겠다며 샤워실 따라 들어와"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한 주택으로 옮겨져 있었습니다. 납치 4일째, 갇힌 상태로 하마스 대원 5명과 함께 있던 그곳에서 첫 성폭행이 있었다며 아픈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자신을 치료하기 위해 배정된 '의료인'이라고 불렸던 남성입니다.
고넨은 샤워를 할 수 있도록 허락받았고, '의료인'은 그녀를 도와주겠다며 샤워실로 따라 들어왔습니다.
| 로미 고넨 (이스라엘 인질) "저는 부상을 입었고, 그에게 저항할 수 없었어요. 그는 제 모든 것을 빼앗아 갔죠. 그리고 그 후에도 저는 그와 함께 그 집에서 계속 살아야 했습니다." |
하마스는 샤워실 성폭행 이후 고넨의 모습을 선전용 영상 제작을 위해 촬영했습니다. 영상을 촬영한 카메라맨 모하메드가 두 번째 성폭력 가해자입니다. 전쟁 2주 만에 그녀는 모하메드의 집으로 옮겨졌고, 거실 매트리스에서 그와 단둘이 지내야 했습니다.
밤이 되자 그는 그녀의 등을 만지고, 허리를 더듬었습니다. 그녀는 그를 밀쳐내고 매트리스를 다른 방으로 옮겨 그곳에서 밤을 보냈습니다. 다음 날, 고넨은 모하메드가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 모하메드/하마스 대원(로미 고넨의 진술) "어제는 단 한 번뿐이었어. 이제부터는 안 돼. 너랑 나는 매트리스에서 서로 몸을 맞대고 잘 거야. 네가 화장실에 갈 때도 내가 같이 갈 거고. 매일 밤 너에게 수갑을 채울 거야."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가자시티 (2025년 12월 27일)
고넨은 샤티 난민촌에 있는 그의 집에서 보낸 16일이 그녀의 포로 생활 중 가장 끔찍했다고 말했습니다. 모하메드뿐 아니라 이브라힘이라는 또 다른 남자도 자신을 폭행했다고 그녀는 울음을 삼키며 털어놓았습니다.
| 로미 고넨 (이스라엘 인질) "침대에 앉아 있었는데 이브라힘이 와서 제 옆에 앉더니 저를 괴롭혔어요. 방 안에서는 완전한 침묵 속에서 모든 일이 일어났죠. 저는 미친 듯이 울기 시작했어요. 주변이 조용해지자 그가 '조심해. 진정하지 않으면 화낼 거야'라고 말했어요." |
그 집에 머무는 동안 고넨은 생리가 늦어졌고, "그것 때문에 모두가 겁에 질렸다"고 말했습니다.
| 로미 고넨 (이스라엘 인질) "제 인생에서 가장 두려웠던 건, 총상으로 의식을 잃었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했던 처음 3일 동안, 혹은 병원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데 제가 몰랐다는 거였어요.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임신 테스트기를 가져다줬는데, 결과는 음성이었어요." |
그녀가 기억하는 최악의 성폭행이 일어난 것도 그즈음입니다.
| 로미 고넨 (이스라엘 인질) "저는 오후에 거실 바닥에서 잠이 들었다 깼는데, 모하메드와 이브라힘이 제 위에서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그들은 저에게 '하마스에서 방금 전화가 왔는데 너를 죽이라고 했어. 내(모하메드)가 너를 살려둘 방법이 있냐고 물었더니, 가능은 하지만 이 집을 나가야 한다고 해'라고 말했어요." |
| 로미 고넨 (이스라엘 인질) "모하메드는 '화장실에 가서 씻어. 언제 다시 샤워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라고 말했어요. 그때가 제가 처음으로 혼자 화장실에 간 날이었어요. 화장실에 들어가자 그가 저를 따라왔어요." |
그녀는 약 30분 동안 화장실에서 폭행당했습니다.
그 후 세상이 빙빙 도는 것 같았고,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오직 "로미, 이스라엘 사람들은 모두 네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넌 이제 그의 성노예가 될 거야"라는 것뿐이었다고 토로했습니다.
■ "성폭행 뒤 총으로 머리 겨누며 입막음"
더 충격적인 건 그 사건 이후입니다.
"모하메드가 내 머리에 총을 겨누고 '이 일을 누구에게라도 말하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고 그녀는 진술했습니다. 이 일이 일어난 직후에 그녀는 지하로 옮겨졌고 그제야 "그날 오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 로미 고넨 (이스라엘 인질) "그날은 (모하메드가) 저를 품에 안고 있던 마지막 날이었어요. 그는 제가 떠나기 전에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하려고 애썼죠. 3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기회가 생겼고, 그는 그 기회를 잘 활용했어요.“ |
동생 로미 고넨의 석방을 촉구하는 언니 야르덴 고넨
■성폭력 증언 잇따라…UN 보고서도 성폭행 발생 "합리적 근거"
하마스가 인질에게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증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이번 폭로 이전에도 하마스의 여성 인질 성폭행을 고발하는 증언이 있었습니다.
유엔도 2024년 3월 보고서를 통해 10월 7일 테러 당시 다수의 성폭행이 발생했다는 "합리적 근거"가 있으며, 인질들에게도 성적 고문이 가해졌다는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정보"를 확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스라엘 언론은 고넨에 대한 폭력이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뤄졌고, 장소 이동 중에서도 지속됐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하마스가 우발적 범죄를 방치한 것이 아니라, 인질 관리 인력을 동원해 조직적, 지속적으로 성범죄를 자행했다는 게 드러났다는 겁니다.
이스라엘 보건부의 보고서는 이러한 행위들이 인질들의 정신을 굴복시키고 신체적·심리적 통제권을 장악하기 위해 설계된 체계적인 학대의 일환이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 "하마스, 조직적 지속적 성범죄 자행"
이스라엘 국민은 고넨이 경이로운 용기를 보여줬다며 격려를 보냈습니다. 그녀의 고백은 과거의 상처를 들추는 고통스러운 과정이지만, 동시에 다른 생존자들이 침묵을 깨고 나올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이스라엘 언론은 평가했습니다.
다만 성폭력 문제는 비단 한쪽만의 비극은 아닙니다. 유엔 보고서는 이스라엘군 역시 구금 시설 내 팔레스타인 포로들을 대상으로 침습적인 신체 수색, 성기 부위 구타, 강간 위협 등 다양한 형태의 성폭력을 가했다는 정황을 지적하며, 양측 모두에서 발생하는 인권 유린에 대해 국제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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