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우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가족 얘기를 하다 감정을 추스르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선우 의원이 서울시의원에게 1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듣고도 이를 묵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원내대표는 당시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 간사를 맡고 있었다. 돈을 건넨 김경 시의원은 공천을 받았다.
문화방송(MBC)은 이날 2022년 4월21일 김 원내대표와 공관위원이었던 강선우 의원 사이의 대화가 담긴 28분56초 분량의 녹음파일을 입수해 보도했다. 녹음파일에서 김 원내대표가 “1억, 이렇게 돈을 받은 걸 보좌관이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 아니냐”며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라고 말하자, 강 의원이 “그렇죠.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던 거죠”라고 말하는 육성이 담겼다. 김 원내대표가 “돈에 대한 얘기를 들은 이상 제가 도와드려서도 안 된다. 정말 일이 커진다”고 하자 강 의원은 “의원님, 저 좀 살려주세요”라고 울먹이며 호소했다. 강 의원이 “한 번만 살려달라”고 거듭 읍소하자, 김 원내대표는 “로펌이라도 찾아가시라” “우선 돈부터 돌려주고 시작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4월22일 민주당 서울시당은 서울 강서구 서울시의원 후보로 김경 후보를 단수 공천한다고 발표했다. 후보자가 금품을 건넨 사실을 공관위 간사인 김 원내대표가 알았는데도 공천 배제 조치나 수사가 없었고 오히려 단수 공천을 받은 것이다. 비례대표 초선 시의원이던 김경 의원은 공천을 받고 재선 의원이 됐다.
김경 의원은 공천 심사 당시 ‘다주택’ 문제로 컷오프 대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대표는 돈을 건넨 김경 시의원에 대해 “컷오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실제 결과는 반대였다.
강 의원은 보도 이후 페이스북에 “저는 공천을 약속하고 돈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는 입장을 냈다. 강 의원은 “2022년 해당 사안을 인지하고 공관위 간사에게 바로 보고했다. 다음날 아침에도 재차 보고했고, 즉시 반환을 지시했다”며 “특정 지역구에 관해 논의할 때 해당 공관위원은 논의에서 배제되는 것이 원칙이었으며, 저 역시 원칙에 따랐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 쪽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강 의원과 김경 시의원 사이의 일로 김 원내대표는 당시 돈을 돌려주라고 조치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공관위 간사가 모든 공천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김경 시의원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
서울시의원 공천을 대가로 돈이 오갔다면 정치자금법과 뇌물, 배임수재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실제 돈이 반환됐는지도 확인이 필요한 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