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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크모어

美 성인 12% GLP-1 복용
피트니스 업계, 메디컬 협력 강화
식료품·패스트푸드 지출 급감

미국에서 살 빼주는 약이 대중화하면서 피트니스클럽 업계가 생존을 위한 체질 개선에 나섰다. 운동하는 장소였던 피트니스클럽이 비만치료제 처방을 극대화하는 일종의 의료 보조 시설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비만치료제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일상재로 자리잡았다. 카이저가족재단(KFF)이 2024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8명 중 1명이 이미 GLP-1 계열 약물(혈당 조절과 체중 감량 효과로 처방이 급증한 당뇨·비만 치료제)을 복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약물을 복용 중인 비율도 12%에 달한다. 미국 성인 40%가 비만 범주에 속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시장 잠재력은 여전히 막대하다. 최근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먹는 비만치료제까지 승인했다. 악시오스는 25일(현지시각) 전문가를 인용해 “주사기 바늘을 무서워하던 소비자까지 유입되면 약물 복용자들에 맞춘 새로운 생활 양식과 비만치료제 사용자 경험(UX)을 누가 선점하느냐가 앞으로 산업계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라이 릴리의 체중 감량제 젭바운드 주사펜(왼쪽)과 제2형 당뇨병 치료용 주사제 마운자로(Mounjaro). /연합뉴스
일라이 릴리의 체중 감량제 젭바운드 주사펜(왼쪽)과 제2형 당뇨병 치료용 주사제 마운자로(Mounjaro). /연합뉴스

가장 기민하게 반응한 곳은 피트니스클럽 업계다. 과거 피트니스클럽은 살을 빼고 싶은 사람들에게 운동 공간과 장비를 빌려주며 돈을 벌었다. 하지만 회원을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해 공간을 채우던 수익 모델은 살을 빼는 주도권이 운동에서 약물로 넘어가면서 한계를 맞았다. 이에 피트니스클럽은 근육 보존과 대사 관리를 담당하는 필수 의료 연계 시설로 스스로를 재정의하고 있다. 운동을 살을 빼기 위한 고통스러운 과정이 아니라 약물 효과를 극대화하고 건강을 지키는 보험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곳이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 전역에 185개 넘는 지점을 보유한 피트니스클럽 프랜차이즈 라이프타임은 피트니스클럽 의료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라이프타임 프로그램을 보면 피트니스클럽 내부에 간호사와 의료진이 상주해 회원들에게 직접 비만치료제를 처방하고, 투약을 관리해준다. 라이프타임 경영진은 악시오스에 “비만치료제로 성공적인 결과를 얻으려면 반드시 운동법을 배워야 한다”며 “약물 복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근육 손실을 막기 위해 저항 운동과 정교한 식단 가이드가 필수라는 점을 가르친다”고 했다.

피트니스클럽 업계에서는 비만치료제를 사용하는 소비자층이 대중에 비해 건강 유지에 관심이 많은 프리미엄 회원층이라고 추정한다. 피트니스클럽 업계에서는 단순히 회원권을 많이 팔기보다 GLP-1 사용자 가운데 회원권 유지율이 얼마인지, 이들이 의료 연계 프로그램에 얼마까지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 집중하고 있다. 약물을 통해 체중을 줄인 소비자들이 겪을 근(筋)손실 우려까지 파고들어 값비싼 맞춤형 서비스를 판매하는 전략이다.

최고급 피트니스클럽 체인 에퀴녹스는 지난해 GLP-1 복용자 전용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에퀴녹스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급격한 체중 감량 이후 흐트러진 신체 균형을 맞추고 근력을 보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보디빌딩의 성지’ 골드짐은 회원들에게 비만치료제와 장수 관련 약물을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하며 충성 소비자 확보에 나섰다. 플래닛피트니스 같은 초저가 브랜드 역시 비만치료제 이용자가 근력 운동 기구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시설 배치를 바꾸고 관련 업체와 협력을 논의 중이다.

지난달 6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라리 릴리, 노보 노디스크와 GLP-1 체중 감량 약가 인하 계약을 발표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6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라리 릴리, 노보 노디스크와 GLP-1 체중 감량 약가 인하 계약을 발표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식품 산업 역시 전례 없는 충격파를 맞았다. GLP-1 형태 비만치료제는 약물이 뇌에 직접 작용해 식욕을 억제한다. 이 약물을 복용하는 소비자들은 이전보다 식품에 지출이 줄어드는 경향이 뚜렷하다. 코넬 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GLP-1 복용 가구는 평균적으로 식료품점 지출을 5.3%, 패스트푸드 지출을 8% 줄였다. 특히 자극적인 맛을 강조하던 간식과 탄산음료, 주류 소비가 급격히 위축됐다.

식품 업계는 산업혁명 이후 줄곧 더 많이 파는 전략을 앞세웠지만, 이제는 적게 먹는 이들에게 비싸게 파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동시에 고단백, 고식이섬유, 소포장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운 제품들로 선반을 채웠다.

세계최대 식품회사 네슬레는 비만치료제 복용자를 위한 전용 영양 설계 브랜드를 별도로 선보였다. 바이탈 퍼슈트라는 이름의 이 브랜드는 근육 유지를 돕는 단백질을 보강하고, 혈당 관리에 도움을 주는 성분을 넣은 냉동식품이 주력이다. 외식업계도 변화에 동참했다. 치폴레와 올리브 가든은 고단백 메뉴 비중을 높이고 소용량 메뉴를 신설했다. 식욕이 줄어든 소비자 취향에 맞춰 양은 줄이되 영양 밀도는 높인 메뉴를 배치해 이탈을 막겠다는 계산이다.

다국적은행 라보뱅크는 전문가를 인용해 “식품업계 소비자들이 단백질과 섬유질에 집중하고 있다”며 “식품 회사와 식당들이 이들에게 맞춘 제품을 내놓아야만 생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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