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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풍력발전은 올해 50주년을 맞았습니다. 반세기 전, 전 세계를 뒤흔든 오일쇼크의 여파 속에 에너지 자립을 위한 대체 에너지 중 하나로 주목받으면서 풍력발전의 역사가 시작됐습니다. 최근에는 기후위기에 따른 에너지 전환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풍력발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KBS에서는 다섯 차례에 걸쳐 우리나라 풍력발전의 역사와 현실, 그리고 과제를 짚어봅니다.

지난해 제주도 한림읍 앞바다에 들어선 해상풍력발전단지. 지난 15일 공식 준공한 한림해상풍력 발전단지에는 5.56MW급 터빈 18기가 설치됐습니다. 총 발전용량은 100.08MW로, 제주 전체의 23%에 해당하는 6만 5천 가구가 쓸 수 있는 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현재 가동 중인 풍력발전단지 가운데 국내 최대 규모입니다.

제주 제주시 한림읍 앞바다에 들어선 ‘한림해상풍력발전’.  5.56MW급 터빈 18기가 설치된 ‘한림해상풍력발전’은 순수 국산 기술로 만든 국내 최대 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다.
제주 제주시 한림읍 앞바다에 들어선 ‘한림해상풍력발전’. 5.56MW급 터빈 18기가 설치된 ‘한림해상풍력발전’은 순수 국산 기술로 만든 국내 최대 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다.

한림해상풍력 발전단지는 국내 최대 규모라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순수 국산 기술로 만들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풍력 터빈, 현대스틸이 하부구조물, 그리고 LS 전선이 해저케이블을 제작했습니다. 단지 설계부터 유지 보수까지도 모두 국내 업체들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해상풍력 보급 목표는 14.3GW. 이 계획대로라면 국내에서만 100조 원 대 시장이 마련될 전망입니다.

고봉환 한림해상풍력 지역상생팀장은 “한림해상풍력 발전단지는 국산 기자재와 기술, 그리고 국내 자본으로 조성된 곳”이라며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단지의 운영 노하우와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해상풍력 산업 생태계 조성의 마중물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 10년 전 개발된 터빈, 이제야 빛을 보다

그런데 사실 한림해상풍력에 설치된 핵심 설비인 터빈은 우리나라에서 10년도 전에 개발한 겁니다. 당시 현대중공업이 개발해 인증 절차에 들어갔던 터빈을 두산에너빌리티가 인수한 거죠.

이명박 정부는 2010년대 초반 '해상풍력 세계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녹색성장 정책을 추진했고, 여기에 발맞춰 국내 조선 3사도 풍력발전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조선사들이 풍력발전 사업에 뛰어든 건 대규모 장치산업인 해상풍력이 조선업과도 맞닿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구체적인 성과도 있었습니다. 해상풍력에 진출한 조선사 가운데 한 곳인 삼성중공업은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인 7MW 터빈을 스코틀랜드에 설치해 실증에 들어갔고, 현대중공업도 한림해상풍력에 쓰인 5.56MW급 터빈을 개발했습니다.

2010년대 국내 한 대형 조선사가 개발한 5.56MW급 풍력발전 터빈. 해당 조선사가 풍력발전 사업에서 철수한 뒤 다른 기업이 인수했으며, 이후 성능 개선 등을 거친 뒤 ‘한림해상풍력발전’에 투입됐다.
2010년대 국내 한 대형 조선사가 개발한 5.56MW급 풍력발전 터빈. 해당 조선사가 풍력발전 사업에서 철수한 뒤 다른 기업이 인수했으며, 이후 성능 개선 등을 거친 뒤 ‘한림해상풍력발전’에 투입됐다.

하지만 열기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2015년을 전후해 조선 경기가 나빠지자, 조선 3사 모두 해상풍력 사업에서 철수했습니다.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을 정리하자는 취지였습니다. 당시 현대중공업에서 터빈 개발에 참여했던 노태석 씨는 "마지막 고비를 넘기면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 같다는 기대를 했었는데 경기 침체에 맞물려 사업을 철수하면서 아쉬웠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럼에도 풍력발전 산업을 이어오고 있는 두산에너빌리티 덕분에 5.56MW급 국산 터빈은 개량을 거쳐 10년 만에 빛을 보게 됐습니다. 상용화가 늦어진 것은 아쉽지만, 10년 전 이미 우리 기술력의 가능성을 엿본 건 분명 의미 있는 일입니다.

■ 중소 조선업체들, 해상풍력에서 활로를 찾다

대형 조선업체들은 해상풍력 사업에서 철수했지만, 중소 조선업체들은 여전히 해상풍력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한때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HSG성동조선이 대만 해상풍력발전단지에 수출한 하부구조물.
한때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HSG성동조선이 대만 해상풍력발전단지에 수출한 하부구조물.

한때 법정관리에 들어갈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던 HSG성동조선. 이 조선업체는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 오스테드가 타이완에 건설하는 해상풍력 단지에 들어갈 하부구조물을 제작해 성공적으로 납품했습니다. 우수한 조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까다로운 성능 조건을 충족해 하부구조물 30여 기의 납품에 성공한 겁니다.

김현기 HSG성동조선 대표이사는 "조선업 기술과 접목해 생산 과정의 관리와 기술의 역량을 보여준 계기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해상풍력을 통해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해상풍력 선진국인 유럽 시장에 직접 뛰어든 중소기업도 있습니다. 전남 대불산단에 위치한 유일은 유럽 북해에 건설 중인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소에 쓰일 자재를 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선박의 몇 배에 달하는 강판을 절단하고 용접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데다, 특히 국제 기술 인증을 미리 준비해 이뤄낸 성과입니다.

유일숙 유일 대표이사는 "조선업 기술은 해상풍력에 접목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불산단의 기업들이 다들 준비를 하고 있다"며 "한국의 조선업체 기술력이면 얼마든지 해상풍력을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국내 풍력발전 관련 제조업체의 수출액은 소위 ‘수출 효자’로 알려진 원자력 발전의 수출액을 크게 앞서고 있다.
국내 풍력발전 관련 제조업체의 수출액은 소위 ‘수출 효자’로 알려진 원자력 발전의 수출액을 크게 앞서고 있다.

해상풍력에서 활로를 찾는 건 일부 업체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나라 풍력발전 수출액은 이미 원자력 수출액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국가통계에 따르면 원자력의 해외 계약 액수는 지난 10년간 41억 3천만 달러. 반면 풍력발전의 수출과 해외 공장 매출액은 같은 기간 127억 3천만 달러에 이릅니다. 이른바 수출 효자 산업이라는 이름은 원자력보다 풍력에 더 어울리는 겁니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풍력발전 터빈을 제외하고는 타워나 하부구조물, 케이블까지 우리나라가 굉장히 많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사실 중국을 제외하고 이렇게 많은 기술력과 경쟁력을 가진 나라는 전 세계에 우리나라밖에 없는 만큼 수출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 해상풍력특별법, 새로운 전환점

한국의 풍력발전이 시작된 지 50주년인 올해 2월, 의미 있는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바로 '해상풍력특별법'입니다. 그동안 민간 주도로 맡겨왔던 절차와 달리, 정부가 계획적으로 입지를 조성하고 어민 등으로 구성된 민간협의회를 꾸리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특히 여야가 합의해서 처리한 법률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는데,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현 정부도 해상풍력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0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범정부 해상풍력 보급 가속 전담반’ 2차 회의를 열고, 앞으로 10년 동안 준공하거나 착공할 해상풍력 발전용량의 목표를 25GW로 대폭 늘리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전국에 풍력발전소 전용 부두를 확보하고, 해상풍력 전용 설치선도 두 척 이상 확보해 연간 4GW의 설비를 보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강금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풍력PD는 "지난 50년의 경험이 헛되지 않았고 사회적으로도 이해관계자들이 해상풍력에 대한 충분한 경험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제 제도적으로도 충분히 갖춰지고 있는 만큼 풍력발전을 통해 값싸고 좋은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50년 전 석유 파동을 계기로 시작된 에너지 자립의 꿈. 한국 풍력 50주년을 맞아, 에너지 전환과 경제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이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김동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의 말로 갈음하고자 합니다. "'무한히 부는 바람을 이용해서 우리가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생산하자'가 최초의 풍력 개발의 의도였습니다. 에너지원의 자립뿐만 아니라 에너지 기술의 자립도 충분히 풍력발전을 통해 가능하기 때문에, 이제 풍력발전은 주력 전원의 하나로써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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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바람-에너지 자립의 꿈] 다시 보기
홈페이지 https://news.kbs.co.kr/vod/program.do?bcd=0039&ref=pMenu
유튜브 https://youtu.be/A9a72UfMk8g?si=Hjjw-sEmCZ04Y_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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