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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크모어

내수서 수출로 번진 고급 식품 붐
정부 지원과 민간 실험 결합
중국식 농업 확장의 새 모델

중국이 캐비어·푸아그라·마카다미아·체리 등 고급 식품의 생산국으로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 수입품을 자국산으로 대체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까지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일부 부유층만 찾던 진미가 국내 생산 확대로 공급이 늘고 가격이 내려가면서 소비 저변이 넓어졌다는 평가다. 여기에 지방정부 지원과 농가 전환 정책이 맞물리며 고급 식품의 공장이 중국 내 농업지대로 확산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대 수제 크리스마스 장식품 제조업체인 요한 바너의 크리스마스 하우스 매장에 캐비어 상자 모양의 크리스마스 장식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최대 수제 크리스마스 장식품 제조업체인 요한 바너의 크리스마스 하우스 매장에 캐비어 상자 모양의 크리스마스 장식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로이터=연합뉴스

23일(현지 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 같은 변화를 상징하는 대표 품목은 캐비어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농업부 전문가들이 개발한 캐비어 브랜드 ‘칼루가 퀸’은 세계 최대 공급업체로 부상했고, 지난해 260톤(t)을 생산해 전 세계 생산량의 35%를 차지했다고 전해졌다. 중국의 캐비어 수출도 빠르게 커졌고, 2012년 약 1200만달러(약 160억원) 수준이던 수출액은 2024년 9800만달러(약 1323억원)로 집계됐으며 전 세계 수출 비중이 40%대를 차지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러시아와의 무역이 흔들린 틈새가 중국산 공급 확대와 맞물렸다는 해석도 있다.

중국의 고급 식품 붐은 내수 성장에서 출발했지만, 내수 위축 국면에서는 오히려 수출을 떠받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부동산 경기 둔화로 가처분소득이 줄고, 시진핑 주석의 반부패 기조 아래 공무원 만찬 단속이 강화되면서 고급 식품 소비가 위축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 소비와 연관된 수요가 꺾이자 생산자들이 해외로 물량을 돌리며 수출이 늘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이안 라히프 중국 농업 전문 컨설턴트는 “중국 정부가 부패 근절을 명목으로 연회를 제한한 이후 재고 부담이 커지면서 생산자들이 갑자기 해외 판매로 눈길을 돌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푸아그라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중국 안후이성 훠추현에서 푸아그라 연간 약 100t을 생산하는 농부는 “과거에는 푸아그라를 살 수 있는 소비자도 중국산 존재를 몰랐지만 이제는 인지도가 높아졌고 국내 소비가 늘었다”고 말했다. 일부 생산자는 국내 판매를 중심에 두면서도 100g 통조림 등을 중동에 수출하는 등 판로를 넓혔다고 전해졌다. 중국 생산자들이 낮은 비용 구조, 상대적으로 느슨한 동물복지 기준, 빠른 생산 주기, 공급망 이점으로 가격을 낮춰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푸아그라 조각.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AFP=연합뉴스
푸아그라 조각.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AFP=연합뉴스

마카다미아와 체리에서도 ‘중국식 확장’이 관찰됐다. 윈난성 망시 일대는 1990년대부터 지방정부가 보조금·비료·관개·교육을 지원하며 농가의 고부가 작물 전환을 유도한 결과 마카다미아 재배가 급증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윈난의 세계 생산 점유율이 3%에서 20%로 늘었고, 중국은 2023년 호주를 제치고 세계 2위 생산국이 됐다. 다만 식량안보 기조 속에서 비옥한 평지는 쌀·옥수수 등 주곡 재배에 우선 배정되며 마카다미아 농가가 구릉지로 밀려나기도 했다.

체리는 중국이 세계 최대 체리 소비국으로 부상하면서 국내 생산까지 견인한 사례다. 산둥성은 사과 농가의 체리 전환을 정책적으로 밀어 중국 최대 체리 생산지로 부상했다. 온대 기후인 윈난성 미두현에서는 추운 겨울 날씨에 체리 열매가 잘 맺히는 점을 감안해 체리 나무를 산업용 냉장시설로 옮기면서까지 무리하게 재배 조건을 맞추는 한편, 풍력발전 전력을 활용해 운영비를 낮췄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는 “재배하면 안 되는 곳에서 재배한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일각에서는 중앙·지방의 인프라 투자와 민간의 실험이 결합한 확장 모델이 등장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중국 고급 식품 산업이 더 이상 내수 대체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수출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 주도의 품종 개발과 인프라 투자, 대규모 내수 시장, 가격 경쟁력이 결합되면서 기존 고급 식품 강국들의 입지를 위협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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