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하루 중 가장 바쁜 시간이 언제인가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른 아침 시간을 꼽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학생은 등교 준비로, 직장인은 출근 준비로 바쁩니다. 어린 자녀가 있는 직장인이라면 등교나 등원도 챙겨주면서 자신도 출근길을 서둘러야 합니다. 바쁘게 아침 시간을 보내다 보면 놓치기 쉬운 것, 아침 식사입니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보면 2023년 기준 19세 이상 인구의 37.3%가 아침을 먹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한창 성장기에 있는 6~11세의 결식률은 16.6%, 12~18세의 결식률은 45.5%였습니다. 이 수치는 해가 지나면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아침을 거르는 아동·청소년, 건강에 문제는 없을까요? 아침 식사 여부가 아동·청소년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국내외 연구 결과들을 찾아봤습니다.
■아침 식사 거르면 비만·혈압·혈당 등 악화
동국대병원 연구진은 아침 식사를 거를 경우 초등학생의 비만, 혈압, 혈당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2013년~2020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 중 초등학생 3,590명의 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연구 결과 주당 아침 식사 횟수가 2회 이하인 학생들은 5회 이상인 학생들보다 평균 체질량지수가 0.80kg/㎡ 높았고, 허리둘레는 2.20cm 더 길었습니다. 비만 비율은 주 2회 이하 식사 집단이 14.22%, 주 5회 이상 식사 집단이 7.80%로, 주 2회 이하 식사 집단이 1.8배였습니다.
또 주 2회 이하 식사 집단은 주 5회 이상 식사 집단보다 수축기 혈압이 1.68mmHg, 이완기 혈압이 2.24mmHg, 공복 혈당이 1.58mg/dL 높았습니다.
주당 아침 식사 빈도가 높은 집단은 일일 에너지 섭취량이 높았고, 탄수화물과 단백질 섭취량이 많았습니다. 반면 아침 식사 빈도가 낮은 집단은 총칼로리 섭취량은 낮았지만, 지방과 나트륨 섭취량이 많았습니다.
연구 책임자인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오상우 교수는 "끼니를 거르면 그걸 보상하기 위해 달고 짜고 기름진 음식을 찾게 돼 있습니다. 아침을 거르는 사람일수록 먹는 에너지 밀도당 지방과 나트륨양이 많게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아침을 거르는 사람은 달고 짜고 기름진 음식을 보상하기 위해 점심 저녁에 많이 먹게 돼 있어요. 그로 인해서 혈당이 높아지고 비만이 심해지고 콜레스테롤도 높아지고 여러 가지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높이는 부작용들이 나타납니다"라고 설명합니다.
이탈리아 피에몬테 오리엔탈레 대학교 연구진은 아침 식사 거르기와 아동의 체중, 심혈관 질환 사이 상관관계를 연구한 전 세계 39편의 논문을 분석했습니다. 연구 대상은 33개국에 거주하는 28만여 명의 아동과 청소년입니다.
연구 결과 거의 모든 논문에서 아침 식사를 거르는 것이 비만 위험 또는 유병률 증가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아침 식사를 거른 아동·청소년은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은 반면, 중성지방 수치와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콜레스테롤,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았습니다.
■아침 식사와 학업 성취도는 정비례 관계
아침 식사와 학업 성취도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논문들도 눈길을 끕니다. 삼육서울병원 연구진은 2019년 '아침 식사와 학업 성취도의 상관관계'라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연구 대상은 2017년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 조사에 참여한 중고등학생 6만 2천여 명입니다.
분석 결과 한 주에 매일 아침 식사를 한 집단에서 학업 성취도가 상위권인 학생 비율이 47.0%로 가장 많았고, 하위권 학생 비율은 24.8%로 가장 낮았습니다. 반면 아침 식사를 한 번도 안 한 집단에서는 상위권 비율이 31.0%였고, 하위권 비율이 41.1%였습니다.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아침 식사 횟수와 학업 성취도는 정비례 관계를 보였습니다. 전 세계 36개의 논문을 분석한 영국 리즈대학교의 분석에서도 아침 식사 빈도와 학업 성취도는 일관되게 양의 상관관계를 나타냈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한병덕 고려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우리 온몸의 장기 중에서 포도당을 가장 많이 쓰는 장기가 뇌입니다. 두뇌 활동을 할 때 포도당이 많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아침에 식사를 하는 아이들이 뇌에 영양 공급이 더 많이 될 거고요. 그것이 집중력이라든지 이해력이라든지 심지어는 체력에도 마찬가지 영향을 줄 거예요. 포도당이 떨어지면 뇌의 활동도 아무래도 떨어질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보다 집중하고 공부해야 될 시기에 충분한 영양이 공급되어야 합니다"라고 강조합니다.
■아침 먹는 학생들이 "행복하고 정서 안정"
아침 식사의 영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정신 건강과도 밀접하게 연관됩니다. 남형경 극동대 호텔외식조리학과 교수는 2021년~2023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참여한 중고등학생 약 16만 명을 대상으로 아침 결식에 따른 학습과 건강 행태를 분석하면서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연구했습니다.
'주관적인 행복감'을 보면, 아침 식사를 전혀 하지 않는 청소년에게서 "매우 불행하다"고 답한 비율이 36.6%로 가장 높았고, 아침 식사를 매일 하는 청소년에게서 "매우 행복하다"고 답한 비율이 34.1%로 가장 높았습니다.
스트레스, 슬픔과 절망감, 외로움 경험 비율도 아침 식사를 전혀 하지 않는 청소년들에게서 가장 높았습니다. 심지어 자살 생각을 해봤다는 비율도 결식 청소년들에게서 가장 높았습니다.
여러 연구에서 전문가들은 "공복 상태가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해 짜증이나 불안을 유발하는 반면, 아침 식사는 안정감과 행복감을 주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영양·식사 습관 교육 받을수록 아침 식사 횟수 높아
아동·청소년기의 아침 식사는 성장뿐만 아니라 인지기능과 학업 성취도, 행동, 감성 발달 등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음을 여러 연구 결과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아침 식사와 학업 성취도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위 삼육서울병원 연구를 보면, 학교에서 영양과 식사 습관에 대한 교육을 받은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아침 식사 빈도가 높았습니다. 영양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집단에서는 낮은 학업 성취도를 나타냈습니다.
이를 토대로 연구진은 아침 식사 빈도를 높이기 위해 학교에서 영양과 식사 습관에 대한 교육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아침 식사가 아동·청소년에게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국내외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입증됐다고 보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새해 결심으로 아침 식사 챙기기를 다짐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학교에서 아침밥 먹기 시범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운영비와 관리 문제 등으로 오래 시행되지는 못했습니다. 성장기 학생들의 아침밥 먹기 효과가 입증된 만큼,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 교육 당국이 머리를 맞대고 학생들의 건강한 미래를 설계할 책임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자료분석: 홍성현 윤지희 / 그래픽: 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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