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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한 아동 명품 매장에서 고객들이 아동복을 구매하고 있다. 이규림 기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한 아동 명품 매장에서 고객들이 아동복을 구매하고 있다. 이규림 기자

크리스마스 이브(24일) 저녁, 걸음마를 막 뗀 남자아이 한 명이 엄마와 할아버지로 보이는 어른의 손을 잡고 서울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강남관에 있는 한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명품 아동 브랜드로 불리는 ‘몽클레르 앙팡’ 매장이었다. 약 10여분간 매장을 둘러보던 가족은 아동용 남색 패딩을 구매해 아이에게 입혀 매장을 나섰다. 아이가 입은 패딩 가격은 208만원이었다.



200만원 패딩…성탄절 앞두고 ‘키즈 명품관’ 북적
해당 백화점 아동관 ‘리틀신세계’는 이날 저녁 내내 손님들로 북적였다. 특히 옷 한벌 가격이 수백만원대에 달하는 몽클레르 앙팡, 버버리 칠드런, 베이비 디올 등 명품 매장도 가족 단위 고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매장을 찾은 사람들은 “특별한 날 자식에게 줄 선물에 이 정도 돈은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김모(43)씨는 “6세·12세 딸들에게 각각 208만원 몽클레르 패딩과 130만원 버버리 패딩을 선물하기 위해 백화점을 찾았다”면서 “특별한 날이니 좋은 옷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온 김모(29)씨도 “7개월 된 딸에게 모자를 하나 선물했다”고 했다. 김씨가 구매한 몽클레르 비니는 41만원 상당이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한 아동 명품 매장에서 고객들이 아동복을 구매하고 있다. 이규림 기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한 아동 명품 매장에서 고객들이 아동복을 구매하고 있다. 이규림 기자



오락문화비 지출 격차 더 커졌다…‘선물 양극화’ 심화
같은 날, 서울 종로구 다이소 동묘점도 붐볐다. 완구코너엔 로봇·자동차나 소꿉놀이 세트 등 3000~5000원짜리 ‘가성비 장난감’이 진열됐다. 강북구에 사는 이모(41)씨는 “요즘 장난감 가격들이 많이 올라 선물하기도 부담스럽다”면서 “그나마 저렴한 다이소에서 8살 아들에게 줄 5000원짜리 장난감 로봇과 4살 딸에게 선물할 3000원짜리 요술봉을 구매했다”고 했다.

다이소 동묘점에 완구가 진열돼 있다. 이규림 기자
다이소 동묘점에 완구가 진열돼 있다. 이규림 기자

10살 아들을 둔 이모(40대·여)씨는 아예 올해 크리스마스엔 선물을 생략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아들이 스마트폰을 갖고 싶다고 하는데, 그 정도 사줄 형편은 안 된다”며 멋쩍게 웃었다. 7살 아들을 키우는 오모(38)씨도 “아들이 유치원에서 닌텐도 스위치 게임기를 갖고 노는 게 유행이라며 사 달라고 조르는데, 중고로 사도 기기에 칩까지 30만원이 훌쩍 넘길래 부담스러워 포기했다”고 말했다.

‘기념일 선물 양극화’ 현상은 해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통계로도 확인된다. 국가데이터처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의 장난감·취미용품 등 오락문화비 지출은 월평균 43만8253원으로 하위 20%(1분위) 가구(월평균 5만788원)의 약 4.6배에 달했다. 5년 전(2020년 3분기) 소득 상위·하위 20% 가구의 오락문화비 지출 격차는 3.8배였다.



아이 한명에 10개 지갑 쓰는 ‘텐 포켓’이 양극화 키워
전문가들은 저출산 문제가 양극화를 키우는 배경 중 하나라고 분석한다. 아이가 귀해지다 보니 조부모와 친인척까지 나서서 아이 한 명에게 비싼 선물과 고액의 용돈을 몰아 주는 이른바 ‘텐 포켓’(아이 한명을 두고 열 개의 지갑에서 돈이 나온다는 뜻) 현상이 흔해졌다는 것이다. 아이 한 명만 낳아 아낌없이 투자하는 ‘VIB(Very Important Baby·한명의 자녀에 가족 구성원 전체가 아낌없이 투자)’ 트렌드 확산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경기 자체는 갈수록 나빠져 저소득층은 오락문화비를 오히려 줄이고 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조카 4명에 각각 10만원 선물을 해줬다면 요즘은 한 명에 40만원대 장난감을 선물하게 된 셈”이라며 “특히 소득이 높은 가정에서는 아이 한명에게 더 많은 돈을 쏟아부으면서 격차가 커졌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여유가 있는 집에서 아이에게 좋은 물건을 사주는 건 아무런 문제될게 없지만, 학교 등에서 아이들끼리 위화감이 조성되거나 경제 관념을 망치는 일이 없도록 부모와 우리 사회가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는 있다”고 조언한다. 아이 한명에게 큰 돈을 쓰는 문화가 따돌림 등 또 다른 사회 문제로 번지거나, 아이의 경제 관념을 망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단 것이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산업학과 교수는 “장난감이나 아동복은 대부분 잠깐만 사용하는 것들”이라면서 “무작정 고가품을 사주기보단, 아이의 행복과 성장에 도움이 되는 선물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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