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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크모어

①정부 조사 결과만 믿고 기다릴 수 없다
②김범석 의장과 그 가족에게 쏠리는 청문회 분위기 전환
③‘쿠팡에만 가혹하다’는 취지의 여론 기대
④한미 관계 문제로 전이되면 불리하다는 판단

쿠팡은 성탄절인 지난 25일 오후 정보 유출 사태를 일으킨 자를 특정하고 유출 계정은 약 3300만 개가 아닌 3000개뿐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또 제3자 유출은 없다고 밝히면서 정보 유출 사태의 피해 규모와 범위를 대폭 축소했다. 해당 사태를 조사 중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방위)는 즉각 쿠팡의 자체 발표에 대한 항의와 유감을 표명했다.

이는 지금껏 쿠팡이 국회 현안 질의 등에서 정부가 조사 중인 사안이라 자세한 내막을 밝히기 어렵고, 관련 내용을 이미 넘겨 더 이상 사건에 접근하기 어렵다고 밝힌 것과는 전혀 다른 맥락이다.

유통업계 안팎에선 쿠팡이 조사 결과를 기습적으로 자체 발표한 사실에 대해 피해 범위와 규모가 알려진 것보다 적은 만큼 빨리 밝히는 편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보고 있다. 쿠팡의 기습 발표 배경을 짚어봤다.

쿠팡은 지난 25일 대규모의 고객 개인 정보를 유출한 전직 직원을 특정하고, 정보 유출에 사용된 모든 장치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쿠팡 물류센터 모습. /뉴스1
쿠팡은 지난 25일 대규모의 고객 개인 정보를 유출한 전직 직원을 특정하고, 정보 유출에 사용된 모든 장치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쿠팡 물류센터 모습. /뉴스1

① 정부 발표만 믿고 기다릴 수 없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시간이 갈수록 기업 이미지가 나빠지고 쿠팡을 탈퇴하는 소비자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 쿠팡을 움직이게 했다는 분석이 많다.

우선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조기에 진화되지 못하고 커진 배경에 국회 현안 질의에 출석했던 박대준 전 대표 등이 사건의 실체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사실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대표는 국회에서 “조사 중인 사안을 자세하게 설명할 수 없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이는 경찰에서 관련 사안에 대한 조사 진행 상항을 외부에 밝힌다면 실체에 가까이 갈 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해왔기 때문이라는 게 쿠팡 측 설명이다. 하지만 제대로 답하지 않은 행위 자체가 기만이나 회피로 받아들여졌다.

이 과정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쿠팡의 기업 이미지는 훼손됐다. 통상은 부정적인 문제가 수면 위에 올라오고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는데, 쿠팡의 경우는 노동자 과로사 문제, 판매자(셀러)에 대한 과도한 수수료 문제 등이 함께 제기됐다.

한 위기관리 전문가는 “근로자 사망 소식을 받아 든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그는 성과를 기반으로 급여를 받지 않고 시간으로 급여를 받는데, 열심히 일했을 리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최근 보도가 분위기를 갈랐다’고 본다”며 “유리할 땐 한국 국민에게 호소하고 불리할 땐 미국인, 미국기업, 글로벌 기업 수장이라고 내세우는 김 의장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가 이어지면서 비호감이 커졌다”고 했다.

쿠팡은 소비자들이 자사 서비스 편의성에 길들여졌기 때문에 사업에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봤지만,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신호도 감지되기 시작했다. 조승환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정보 유출 사태 이후 2주간(11월 30일부터 12월 13일) 6개 카드사의 쿠팡 결제 승인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90만건가량(약 4%) 줄었다. 한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연말이고 크리스마스를 앞둔 시점이었기 때문에 이커머스 결제액은 늘어나는 것이 통상적”이라며 “같은 기간 경쟁사들의 결제 건수와 규모가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무 일이 없을 것이란 쿠팡의 기대와는 거리가 있다. 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쿠팡 내부에서는 자체 발표에 따른 정부의 반감이 커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피해 규모가 작았기 때문에 소비자 우려 경감이 시급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원불교 인권위원회·천주교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회와사회위원회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쿠팡 김범석 의장의 '직접 사과'와 정부의 '강제수사'를 촉구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원불교 인권위원회·천주교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회와사회위원회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쿠팡 김범석 의장의 '직접 사과'와 정부의 '강제수사'를 촉구하는 4대종교 입장문을 발표했다./뉴스1

② 김범석 의장과 그 가족에게 쏠리는 청문회 분위기 전환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과 그 가족에게 향하는 압박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국회는 오는 30~31일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쿠팡 사태 관련 연석 청문회를 열 예정이다. 국회는 김 의장의 증인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김 의장은 지금까지 국회 청문회에 자리한 적이 없다. 그때마다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농구하다가 부상을 당했다는 적도 있었다. 가장 최근 청문회에는 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하느라 참석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에 매번 청문회를 피하려는 꼼수라는 비난을 받았다. 내주 열리는 청문회에도 불출석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청문회에 참석하면 집중 난타를 당할 수밖에 없는데, 앞으로 사업을 꾸려나가야 하는 입장에서 그런 이미지로 각인되는 것에 대한 부담이 개인적으로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국회에서는 김 의장의 동생 부부라도 청문회에 출석시키려 하고 있다. 김 의장의 동생인 김유석씨와 그의 부인은 미국 쿠팡Inc의 미등기 임원이다. 한국 쿠팡 법인에서 파견 형식으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급은 한국법인 부사장으로 전해졌다.

쿠팡이 문제를 타개하려면 청문회의 주제를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 쿠팡 내부에서는 피해 규모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작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이를 기점으로 보상안을 마련하면 국회 논의 내용이 옮겨간다고 보고 있다. 창업주가 책임지는 자세로 나왔는지 여부보다 조사 내용을 발표한 것이 적정한지, 이를 누가 결정했는지, 조사 내용이 맞는지, 이를 근거로 한 보상안이 적절한지 등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화두를 던지는 셈이다.

이런 방법을 고안한 배경으로는 미국 기업 쿠팡Inc 측이 창업주와 그 가족이 청문회에 출석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정보가 유출됐으니 해당 사안을 잘 아는 실무자와 책임자가 참석하면 되는 것이고, 김 의장은 한국 쿠팡과는 다른 쿠팡Inc의 의장일 뿐이라는 것이다. 쿠팡 관계자는 “한국적 특이성이라는 맥락으로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다만 이를 한국적 특이성으로만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 글로벌 기업 페이스북(메타)의 사례를 보면 2018년 개인정보 유출 사건 당시 의회에 참석해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한 바 있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 /쿠팡 제공
김범석 쿠팡Inc 의장. /쿠팡 제공

③ ‘쿠팡에만 가혹하다’는 취지의 여론 기대

피해 규모가 당초 알려진 것에 비해 작다는 측면도 서둘러 발표한 배경으로 꼽힌다. 제3자 유출이 전혀 없었다면 소비자들의 개인정보 도용 우려를 잠재울 수도 있다. 아울러 여론을 되돌리는 효과도 계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SKT와 KT, 신한카드, 롯데카드 등 국내 다른 대기업도 개인정보가 유출됐고 일부는 실제 금전 피해도 발생했는데 쿠팡에만 가혹하다는 여론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 쿠팡을 어떻게 할 수 없는 이유는 당초 법적인 공백이 크기 때문이고 국회는 문제가 터질 때마다 정교한 시스템을 만들기보다는 망신주기식 청문회를 통해 자발적이고 도의적인 차원의 보상안을 만들어 왔다”며 “이를 소비자들도 모르지 않아서 쿠팡 옹호 여론이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실제로 쿠팡은 소비자를 등에 업고 다양한 쟁점을 정리한 경험이 있다. 쿠팡이 검색 순위를 조작해 자체상표 브랜드(PB)에 특혜를 준 혐의 등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1600억원대 과징금을 넣었을 때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6월 쿠팡은 “공정위가 쿠팡의 로켓배송 상품 추천을 금지한다면 더 이상 지금과 같은 로켓배송 서비스는 불가능하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④ 한미관계 문제로 전이되면 불리하다는 판단

쿠팡을 둘러싼 문제가 개인정보 유출을 넘어 한미관계 문제로 전이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전날 조사 결과를 대통령실이 관계 부처 장관급 회의를 열기 직전에 발표했다. 이 회의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주재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개인정보보호위원장,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 등 관계 부처 장관급 인사들은 물론 경찰청 등 수사기관 관계자들과 외교부 장관 및 국가안보실 관계자 등의 외교 라인 인사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사태가 한미 간 외교·통상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1기 미국 행정부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은 지난 23일 “쿠팡을 겨냥한 한국 국회의 공격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추가적인 차별적 조치와 미국 기업들에 대한 더 넓은 규제 장벽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는 글을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남겼다.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엔 쿠팡의 로비 활동이 있다. 미국 연방 상원이 공개하는 로비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Inc는 올해 3분기까지 251만달러를 로비에 사용했다. 올해 3분기 보고서 기준 로비 쟁점엔 미국 기업과 농업 생산자들을 위한 쿠팡의 디지털·유통·물류 서비스 활용 방안이 포함돼 있었다. 이는 한미 통상 협상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을 나서는 미국 기업 쿠팡이 미국 정부에 대한 로비에 집중하는 것은 일견 당연하나 미국 의회를 한국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일종의 ‘방탄조끼’로 활용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면서 “다만 로비는 물밑에서 조력을 얻을 때 효과가 나올 텐데 이제는 쿠팡이 전면으로 부각되는 분위기라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했다. 쿠팡Inc는 한국에서 매출의 90%를 내고 있다.

한편, 쿠팡의 이번 행보가 기업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 조치고 피해 구제 활동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한 법조인은 “국내에선 부정적인 반응이 먼저 나온 것 같지만, 미국에서는 기업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사례라고 판단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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