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계엄 선포 명목 쌓으려 북한 도발 유도"
일반이적 혐의 부인… 36쪽 의견서 제출한 尹
"혐의 성립 불가·자위적 대응·이중 기소" 주장
일반이적 혐의 부인… 36쪽 의견서 제출한 尹
"혐의 성립 불가·자위적 대응·이중 기소" 주장
편집자주
초유의 '3대 특검'이 규명한 사실이 법정으로 향했다. 조은석·민중기·이명현 특별검사팀이 밝힌 진상은 이제 재판정에서 증거와 공방으로 검증된다.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을 위한 여정을 차분히 기록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속행 공판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12·3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평양에 무인기를 투입하는 등 '북풍'을 유도한 혐의로 추가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혐의를 적극 반박하면서 향후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 측은 23일 열린 추가구속 심문기일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오물풍선) 원점타격 필요성을 설명했지만, 오히려 불허했다"고 주장하는 등 군사적 긴장 고조 목적으로 북풍을 유도했다는 공소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하지만 조은석 내란·외환 특별검사팀은 은밀히 진행된 비정상적 군사작전이라는 특수성에도 관련 증거와 법리를 신중히 구성했다는 입장이다. '진술 짜맞추기' 등 증거인멸 우려와 하급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 등을 고려할 때 구속 필요성이 크다고도 맞섰다.
2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전 대통령 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 이정엽) 심리로 진행된 구속영장 심문기일에서 '법리적으로 일반이적죄 성립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36쪽짜리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견서에 따르면 ①공소장에 언제,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모의하고 지시했는지 구체적인 범죄 혐의가 적시되지 않았고 ②북한 오물풍선에 대응하는 것은 '자위적 차원'에서 정당한 것이며 직접적인 군사적 불이익을 특정하기 어려워 '일반이적죄'가 성립되지 않고 ③내란우두머리 사건과 겹치는 '이중 기소'라는 게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이다.
앞서 특검팀은 김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비상계엄 선포 명분을 쌓기 위해 평양 무인기 작전 등을 벌여 북한 도발을 유도했다는 혐의(일반이적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윤 전 대통령을 11월 10일 추가기소했다. 특검은 지난해 10, 11월 진행된 무인기 작전으로 남북 간 무력 충돌 위험이 증대됐고, 그 결과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초래되는 등 대한민국 군사상 이익에 해를 가했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공소장에도 관련 작전들 전모를 상세히 적시했다.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공모해 무인기북한 침투 심리전단 살포작전(A)·오물풍선 원점 타격 계획(B)·방공무기 이용 한강중립수역 상공 경고사격계획(C)을 세웠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의 체면을 손상하는 방법으로 북한을 심리적으로 자극하는 작전을 펼쳤다고 기재했다. A작전의 경우 2024년 10, 11월 총 9차례 진행이 됐는데, 이것만으로는 계엄선포 상황 조성에 부족했다고 판단한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B, C작전 실행으로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 했다는 게 특검의 결론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소사실 일체를 부인했다. 윤 전 대통령은 '전략적 인내'를 강조하며, 북한과의 군사충돌을 초래해선 안 된다는 게 일관된 방침이었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2024년 11월 중순 김 전 장관이 남미 순방 중인 윤 전 대통령에게 전화로 원점 타격 필요성을 설명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오히려 이를 불허했다"고 했다.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서도 보고받은 적 없으며 북한이 무인기 관련 성명을 낸 직후 "북한의 적반하장식 주장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고, 북한은 늘 저래왔다"는 취지의 김 전 장관 전화 보고를 받은 게 전부라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혐의 부인을 두고는 전례가 드문 일반이적죄를 입증하는 게 특검 측에서도 쉽지 않다는 점을 노린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은 외환 혐의 관련 조사에선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다. 일반이적 혐의의 핵심 공범이자 가장 윗선인 두 사람이 입을 열지 않은 상황에, 이 둘의 구상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입증하는 게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검은 하급자인 이승오 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과 김용대 전 드론작전사령관으로부터 일부 유의미한 진술을 확보했으나, 작전 지시를 받고 수행한 단계에 그쳐 윗선 공모의 동기 등을 명확히 규명하는 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재판부는 특검과 윤 전 대통령 측에 30일까지 의견서를 추가로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그의 추가 구속 여부는 해를 넘겨 결론이 나올 공산이 크다. 윤 전 대통령의 구속 만기일은 내년 1월 16일까지다. 형사소송법상 1심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인데, 다른 사건이나 혐의로 기소돼 구속 필요성이 인정되면 법원 심사를 거쳐 추가로 영장을 발부받을 수 있다. 함께 공범으로 기소된 김 전 장관과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은 24일 추가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