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멜라녹스 인수 3배
핵심 기술·특허·인력만 이동
AI 경쟁 무게추, 학습→추론
핵심 기술·특허·인력만 이동
AI 경쟁 무게추, 학습→추론
엔비디아 로고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가속 칩 스타트업 그록(Groq)의 자산을 약 200억 달러(약 28조 9,900억 원)에 사들기로 합의했다. 엔비디아 창사 이래 최대 규모 거래다. 생성형 AI 시장의 무게추가 모델을 만드는 '학습'에서 실제 서비스를 돌리는 '추론' 속도 경쟁으로 옮겨가자, 자체 그래픽처리장치(GPU)로 학습용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가 추론에 강점이 있는 언어처리장치(LPU) 기술을 사들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24일(현지시간) 미 경제전문 CNBC방송에 따르면 이번 거래는 법인 전체를 사들이는 통상적인 인수합병(M&A) 대신 핵심 기술과 특허, 인력만 흡수하는 '자산 및 지식재산권(IP) 라이선스 계약' 형태로 이뤄진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그록이라는 회사를 인수하는 것은 아니며, 인재와 IP를 라이선스 형태로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겉으로는 라이선스 계약이지만 실제론 인수나 다름없어, 반독점 규제를 우회하면서도 핵심 기술력을 즉각 수혈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구글의 텐서처리장치(TPU)를 설계했던 인물인 조너선 로스 그록 CEO를 포함한 핵심 엔지니어 조직은 엔비디아로 옮긴다. 껍데기만 남은 그록 법인은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을 유지하며 독자 생존하되, 경영은 사이먼 에드워즈 신임 CEO가 맡게 된다. 2019년 멜라녹스 인수(70억 달러)를 세 배 이상 뛰어넘는 엔비디아 역사상 최대 규모의 거래다.
그록은 어떤 회사?
그록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xAI의 챗봇 그록(grok)과 이름이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회사다. 구글 TPU를 개발한 엔지니어들이 2016년 설립해, 엔비디아의 GPU와 경쟁하는 AI 추론용 칩을 개발해 왔다. 최근 뛰어난 성능으로 화제를 모은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 3.0이 구글 TPU를 통해 개발 및 학습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AI 시장을 지배하는 엔비디아의 GPU는 막대한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데는 탁월해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지만, 챗봇처럼 실시간 응답이 필요한 추론 단계에서는 전력 소모와 데이터 병목 현상이라는 한계를 보여왔다. 반면 그록이 개발한 LPU는 데이터 처리 지연을 획기적으로 줄여 인간의 대화 속도보다 빠른 추론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젠슨 황 CEO는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그록의 저지연 프로세서를 엔비디아 AI 팩토리 아키텍처에 통합해, 실시간 AI 추론과 다양한 워크로드를 더 폭넓게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현금 보유가 늘어나면서 AI 칩 스타트업과 생태계 전반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AI·에너지 인프라 기업 크루소, AI 모델 개발사 코히어에 투자했고, AI 특화 클라우드 업체 코어위브에 대한 투자도 늘렸다. 지난 9월 오픈AI에 최대 1,000억 달러 투자 의향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