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 공천개입, 통일교 청탁·뇌물 수수 의혹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씨가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특검팀: 당시 피고인(전성배씨)로부터 전달받은 것이 샤넬 가방과 농축차인가요?
-김건희 여사: 증언 거부하겠습니다.
(중략)
-특검팀: 증인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에도 일면식 없는 사람으로부터 명품 가방을 선물로 받은 적이 있나요?
-김건희 여사: 증언 거부하겠습니다.
본인 재판에서 누워서 재판을 받던 김건희 여사가 처음 증인으로 출석한 ‘건진법사’ 전성배씨 재판에서 77차례 증언을 거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는 23일 전씨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앞선 재판에 불출석했던 김 여사가 출석하며 김 여사에 대한 증인신문도 함께 진행됐다.
김 여사가 특검이 기소한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김 여사는 앞서 지난 15일에도 전씨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됐지만 불출석해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받고 구인영장도 발부받은 상태였다.
이날 머리를 풀고 흰 마스크를 낀 채 교도관의 부축을 받으며 법정에 출석한 김 여사는 “전염병 등 사유가 없으면 증인도 마스크를 벗어야 한다”는 재판장 안내에 따라 마스크를 벗고 착석했다.
김 여사는 “제가 몸이 불편하다. 배려해달라”고 요청한 뒤 증언을 시작했다. 하지만 김 여사는 ‘2013년 피고인(전씨) 찾아가서 만나게 되었나’라는 특검 쪽 첫 질문에 “증언 거부하겠다”라고 답한 뒤 일체의 증언을 거부했다.
김 여사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도 역시 답하지 않았다. ‘피고인(전씨)로부터 전달받은 것이 샤넬 가방과 농축차인지’, ‘이 가방을 다른 물건으로 교환한 적이 있는지’, ‘고가의 명품 가방을 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도 김 여사는 기계처럼 답변 거부 의사를 반복했다.
약 25분여 동안 김 여사는 77개의 특검 쪽 질문에 증언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김 여사는 재판 종료 뒤 “판사님께서 배려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교도관의 부축을 받고 휘청대며 법정을 나섰다.
김 여사는 본인 재판에서도 침묵을 지키거나 건강상 이유를 들어 ‘재판 중 조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1월7일 김 여사는 본인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공판에서 어지럼증과 구토 증세 등을 호소하며 구치소로 복귀했다.
같은 달 19일에는 ‘침대형 휠체어’에 기댄 채 재판을 받기도 했다. 김 여사 쪽이 “상태가 좋지 않다”며 퇴정을 요청하자 재판부는 김 여사가 누워서 대기할 수 있는 ‘침대형 휠체어’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에 김 여사는 법정 옆에 딸린 작은 방으로 이동해 휠체어에 45도 각도로 기대앉았고, 이 방문을 열어 둔 채 재판이 진행됐다.
한편, 증언 거부로 일관한 김 여사 쪽은 이날 재판이 종료된 뒤 입장문을 내어 자발적 출석임을 강조했다. 김 여사 쪽 법률대리인단은 “금일 증인 출석은, 건강 상태가 결코 양호한 편은 아니었으나 구치소의 입장과 부담을 고려해 강제구인 전 자발적으로 출석하겠다는 결정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