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통일교 회계 담당자 진술
경찰, 결제 내역 복원 수사력 집중
경찰, 결제 내역 복원 수사력 집중
통일교 세계본부 총무처장 등을 맡았던 조모씨가 2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조씨는 통일교의 정치인 금품 로비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았다. 연합뉴스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이 교단 내 재정·회계 담당자들을 잇달아 조사하며 로비 자금의 출처와 사용처를 쫓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통일교 회계장부에는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선물이나 로비 관련 계정과목(장부에 기록하는 분류 항목)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지난 8월 특검에 금품 전달 사실을 진술했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부부의 개인 결제 내역에 관련 내용이 섞여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23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직 통일교 회계 담당자 조모씨는 이날 경찰 참고인 조사에서 “회계장부에 특정 정치인에게 선물 등 금품을 전달하는 것과 관련된 계정과목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전 통일교 세계본부 총무처장으로, 재정국장을 담당했던 윤 전 본부장의 아내 이모씨의 직속 상사였다.
경찰은 통일교가 여야 정치인에게 건넬 선물이나 금품을 마련할 때 관련자가 우선 개인 결제한 뒤 교단 사안 관련 전표인 것처럼 영수증을 꾸며 제출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다. 이와 관련해 한 통일교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개인 영수증을 교단 행사 예산에 끼워넣어 돈을 돌려받는 식이었을 수 있다”며 “대형 행사의 예산일 경우 영수증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윤 전 본부장이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전달한 그라프 목걸이를 구매할 때도 윤 전 본부장의 아내 이씨가 이와 비슷한 방식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가 재정국장으로 사실상 회계 전반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었던 만큼 그가 첨부하는 전표나 영수증은 의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전날 경찰은 이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며 교단 자금이 정치권 로비에 사용됐는지, 회계 처리는 어떤 식으로 진행됐는지 등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로비에 쓰인 자금의 출처를 확인하고, 정치인들에게 금품을 제공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2018~2020년쯤의 결제 내역을 복원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또 통일교의 여야 정치인 후원금 집행 관련 조사도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통일교 수뇌부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전담 수사팀은 24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한학자 통일교 총재와 윤 전 본부장을 방문 조사할 예정이다. 앞서 경찰은 한 총재에 대해 지난 17일, 윤 전 본부장의 경우 지난 11일 첫 방문 조사를 한 바 있다.
한편 이날 김건희 특검의 직무유기 고발 사건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윤 전 본부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여야 정치인 5명에게 금품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수사에 착수하지 않아 편파 수사 논란이 일었고, 국민의힘은 민중기 특검 등을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