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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치료할 의사 없으면 다른 병원 協診
韓 취약지 응급 의료 대안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했다. 코로나19 시기 한시적으로 운영되던 비대면 진료가 제도권에 편입되면서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북미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전화·영상 기반 원격 진료를 일상 의료로 활용해왔다. 북미 현장을 찾아가 실제 운영 모습을 들여다봤다.[편집자주]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캐나다 토론토 종합병원 노인 정신과 진료실 컴퓨터에 원격 진료를 위한 카메라가 설치됐다. /보건복지부 공동기자단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캐나다 토론토 종합병원 노인 정신과 진료실 컴퓨터에 원격 진료를 위한 카메라가 설치됐다. /보건복지부 공동기자단

뇌 혈관이 터지거나 막히는 뇌졸중은 세계 사망 원인 2위로 매년 600만명이 숨지는 질병이다. 뇌졸중은 진행이 빨라 골든 타임을 놓치면 반신마비, 언어 장애 같은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해외는 뇌졸중 환자가 발생했는데 담당 의사가 없으면 원격으로 다른 병원과 협진(協診)이 가능하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에 위치한 LHSC 산하 빅토리아 병원(Victoria Hospital, London Health Sciences Center)에서 만난 아담 듀켈로우(Adam Dukelow) LHSC 의료·학술 부사장은 “원격으로 (다른 병원에 있는) 뇌졸중 환자에게 혈전(協診) 용해제를 처방할 수 있다”고 했다.

뇌 혈관을 막는 혈전을 녹이는 약물을 투여해 환자를 신속하게 치료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응급실 뺑뺑이를 수시로 겪는 국내 의료 현장에 교훈을 준다.

지난달 24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메드스타 워싱턴 병원 전경. /보건복지부 공동기자단
지난달 24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메드스타 워싱턴 병원 전경. /보건복지부 공동기자단

뇌졸중 골든타임 4.5시간, 원격으로 대처
국내는 최근 부산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10세 아이가 병원 12곳에서 이송을 거부당해 심정지 상태가 된 일이 있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119 구급대가 아이를 병원으로 옮기기 위해 연락했지만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수용을 거부당했다. 이는 부산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해도 병원에서 치료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전원(轉院)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캐나다, 미국은 이런 경우 의사끼리 원격으로 협진한다. 보통 뇌졸중 환자는 골든 타임이 4.5시간이다. 환자가 병원에 갔는데 치료할 의사가 없고 다른 병원으로 이동하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면 차라리 원격으로 대처한다는 것이다. 원격으로 CT(컴퓨터 단층 촬영), 엑스(X)선 검사 결과를 공유하거나 약물을 처방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만큼 환자 상태가 중증이 되거나 후유증이 남는 일이 줄어든다.

프랭크 마이슬릭(Frank Myslik) LHSC 선임 의료 정보 책임자는 “환자들이 도로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면서 “그만큼 빠른 조치가 가능하다”고 했다.

미국 메드스타 워싱턴 병원(Medstar Washington Hospital Center)은 지역 사회 33곳에 있는 긴급 진료 센터(MedStar Health Urgent Care)에 원격 의료 자문을 제공한다. 긴급 진료 센터는 감기나 편도선염처럼 증상이 가벼운 환자들이 찾는다.

만약 심각한 부상을 입었거나 생명이 위급한 환자가 방문한 경우 메드스타 워싱턴 병원 소속 전문의에게 원격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배후 진료 역할을 하는 것이다.

메드스타 워싱턴 병원 관계자는 “정형외과, 심장내과, 안과, 소아과 전문의 등이 자문한다”고 했다.

원격 협진은 지역·필수·공공 의료에 도움이 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비(非)수도권은 인구 1000명당 필수 의료 전문의가 0.46명에 불과하다. 대신 전국 각지엔 보건소, 보건지소, 보건진료소 등이 3600여 곳 있다.

이 가운데 보건소 등과 민간 병·의원을 포함한 의료기관 794곳은 올해 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원격 진료 협진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지역 보건소 등은 환자 상태를 가까이에서 잘 파악할 수 있다. 원격 협진이 강화되는 만큼 치료 수준이 높아지고 환자의 대도시 병원 원정도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어린이 국립 병원에 위치한 약국./보건복지부 공동 기자단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어린이 국립 병원에 위치한 약국./보건복지부 공동 기자단

환자 곁에 돌봄 인력 배치…韓 참고해야
캐나다와 미국의 공통점은 원격 진료를 하면서도 환자 곁에 돌봄 인력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내년 말 비대면 진료 본격 시행을 앞두고 스마트폰을 어려워하는 고령층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논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병원과 연계한 소셜 워커(Social Worker)가 환자가 사는 곳에서 와이파이 연결, 노트북 카메라 설치 등을 돕는다. 미국 일부 병원도 간호사들이 80대 환자 집에서 원격 의료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국내는 지방자치단체 돌봄 사업 등과 연계할 수 있을 전망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역 보건소 도움을 받거나 스마트 경로당 등을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환자가 병원 대신 집 근처 경로당에서 노트북, 태블릿PC로 의사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경로당에 건강 관리 기기가 있다면 혈압이나 혈당을 체크할 수도 있다.

해외 의약품 배송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캐나다와 미국은 환자가 약국에서 약을 직접 받을지 택배로 수령할지 선택할 수 있다. 온도에 민감한 의약품은 냉장으로 보낼 수 있으며 배달 사고를 막기 위해 환자 서명을 받기도 한다. 국내도 대리 수령을 제한하는 만큼 약을 배송할 때 신분 등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한편 원격 진료는 환자와 의사가 직접 만나는 것보다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의사가 환자 환부(患部)를 직접 만질 수 없고 카메라 너머로 살피거나 증상을 묻고 답하는 정도로 진료하기 때문이다. 국내 의료법 개정안이 재진 환자를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도록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원격 진료가 주는 이점이 더 많다고 지적한다.

앤 모건 존슨(Ann Mond Johnson) 미국 원격 진료 협회 최고경영자(CEO)는 “지방에 사는 환자가 대도시로 가지 않아도 집에서 (자주)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병원에 입원하거나 응급실에 방문하는 빈도를 낮출 수 있다”고 했다.

빅토리아 병원 이재헌 정신과 의사는 “캐나다는 가상 진료 중 환자가 위험한 상황이면 의사가 서식(form)을 작성해 경찰에 출동을 요청할 수 있다”면서 “어떤 상황이든 오진은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강조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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