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 헌법재판소 제공
지난해 12·3 불법계엄과 관련해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이 법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술을 마시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계엄 얘기를 한 거라고 했고 그걸 믿었다. 그런데 실제 계엄이 일어나서 대통령에게 크게 실망했다”고 증언했다. 신 전 실장은 국방부 장관을 맡고 있던 지난해 윤 전 대통령에게 수차례 계엄 반대 의사를 밝혔다가 경질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류경진)가 22일 심리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재판에서 신 전 실장은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밝혔다. 신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3일 수석비서관 회의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대통령실에 도착했다. 이후 계엄 선포 계획을 알게 돼 저와 다른 수석들이 말렸는데도 대통령이 거절하고 갔다”며 “대통령이 계엄 선포를 하러 가고 국무위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저와 정진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들어갔는데 매우 침통한 분위기였다”고 했다.
앞서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특검)은 지난해 8~9월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신 전 실장이 계엄에 대해 강하게 반대 의사를 표시하자 윤 전 대통령이 전격 경질하고, 경호처장이었던 김용현 전 장관을 그 자리에 앉혔다고 봤다. 이에 대해 신 전 실장은 지난해 3월 삼청동 안전가옥(안가) 회동과 7월 하와이 순방 등 두차례에 걸쳐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암시했다고 했다. 그는 “저는 분명히 반대한다는 뜻을 전했다”며 “대통령이 당시 김용현 경호처장과 술 마시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나온 얘기라고 말했기 때문에 그걸 믿고 있었다. 그런데 실제 계엄이 일어나서 거기에 대해 크게 실망한 것”이라고 했다.
신 전 실장은 또 계엄 선포 전 열린 국무회의에 대해 “허망해하는 분위기였고, 김용현 전 장관을 제외하고 찬성하는 분은 없었던 것 같다”며 “한덕수 전 국무총리,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이 서로 무슨 일이냐고 묻는 정도의 대화만 오갔다”고 증언했다.
이어 증인으로 출석한 정 전 비서실장도 계엄 선포 직전 대통령 집무실에서 “국민들 설득하기가 어렵다.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올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정 전 실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대통령에게 직접 만류 의사를 전하고, 김 전 장관에게는 ‘지금 뭐하자는 거냐’ ‘역사에 책임질 수 있나’라고 언성을 높였다”며 “그런데도 대통령이 ‘내가 결심이 섰으니 실장은 나서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장관 측 변호인단이 “국무회의 당시 피고인(이상민)이 증인(정진석)에게 ‘실장님, 대통령님 만류해주세요’라고 한 것이 맞나”라고 묻자 정 전 실장은 “예”라고 답했다. 이 전 장관이 반대 의사를 밝혔다는 취지다. 그러면서도 그는 “당혹스러운 순간의 연속이었고 구체적으로 기억이 없다. 대통령에게 어떤 워딩으로 반대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분위기상 국무위원들이 대통령을 만류하는 자리였고, 명확히 반대 의사를 표시한 사람은 못 봤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조만간 증인신문을 마무리하고, 오는 1월12일 이 전 장관에 대한 결심 공판을 열어 특검 측 구형과 양측 최후진술을 들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