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정보 도용 여부 등이 관건
주병기 “영업정지 가능성 열어놔”
주병기 “영업정지 가능성 열어놔”
지난 17일 서울 시내의 한 쿠팡 물류센터 모습. 연합뉴스
쿠팡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투자 피해를 입은 미국 투자자들의 집단소송을 당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일으킨 쿠팡에 대해 ‘영업정지’라는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21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는 민관합동조사단에서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소비자 정보 도용 여부 등이 확인될 경우 영업정지 등 제재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앞서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지난 19일 한국방송(KBS) ‘뉴스라인 더블유(W)’에 출연해 쿠팡 사태와 관련해 “분쟁 조정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서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려고 한다”며 “영업정지 처분을 할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살펴보고 있는 영업정지 방안은 전자상거래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전자상거래법은 거래 과정에서 소비자에 관한 정보가 도용돼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사업자는 피해 회복 등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를 위반하면 공정위는 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 사업자가 시정조치를 이행하지 않거나 시정조치만으로 피해 방지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에 최대 1년 범위에서 영업정지를 부과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재산상 손해 여부와 피해 회복 실효성 등에 따라 영업정지 제재 가능성이 달려 있는 셈이다.
다만 공정위 안팎에선 명백한 손해 등이 입증되지 않는 한 영업정지라는 극단적 제재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쿠팡에서 물품을 판매하는 입점업체들과 쿠팡 배송노동자들에게 미치게 될 경제적 2차 피해도 고려요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상임위원을 지낸 신영호 중앙대 겸임교수(경제학)는 “소비자 손해나 손해 우려가 확인되는 등 여러 요건을 갖춰야 해 실질적으로 영업정지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쿠팡을 상대로 영업정지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모든 제재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며 쿠팡을 압박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경영 판단에 전권을 휘두르는 김범석 쿠팡아이엔씨 이사회 의장이 끝내 국회 청문회에 불출석하는 등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정거래위원회, 국가정보원, 경찰청 등 유관 부처가 모두 참여한 ‘범부처 태스크포스’를 공식 출범시키고, 쿠팡의 책임성 강화를 위한 방안 등을 빠르게 추진하기로 한 바 있다.
국회도 연석청문회와 국정조사 등 모든 권한을 동원해 쿠팡에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연석청문회에는 국토교통부가 택배운송사업자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만큼 국토교통위원회도 참여하기로 했다. 해당 자격이 취소되면 배송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쿠팡의 사업모델에 직접적인 타격이 있을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도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서라도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징벌적 과징금을 매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