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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틱한 매출 상승, 현실에서도 가능할까? 요즘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연세유업은 지난 5월과 비교해 매출이 69% 상승했다. ‘연세저당두유’에 미국대두의 지속가능성 인증로고 ‘SUSS’를 붙이며 적극적으로 홍보한 게 유효해 보인다. 2022년에 된장 등의 장류 제품에 SUSS를 붙이며 매출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사조대림도 있다. 기후위기에 민감한 소비자가 많아져서다. 이로 인해 기업의 ESG 경영도 중요해졌다. 잘하면 돈쭐을 내주지만, 못하면 불매도 서슴지 않는 게 현대의 소비자기 때문이다.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지난 6월 열린 소이 캠페인 하우스에서 참가자들이 쿠킹쇼를 지켜보며 사진을 남기고 있다. 소비자의 관심은 가치소비로 옮겨가고 있다. 사진 미국대두협회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지난 6월 열린 소이 캠페인 하우스에서 참가자들이 쿠킹쇼를 지켜보며 사진을 남기고 있다. 소비자의 관심은 가치소비로 옮겨가고 있다. 사진 미국대두협회

잘하면 ‘구매’ 못하면 ‘불매’
구매와 불매를 가르는 기준은 소비자의 가치에 있다. 그래서 ‘가치소비’라고 부른다. 개인의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제품을 구매하거나 불매한단 이야기다. 그렇다면 2025년을 살아가는 소비자가 보편적으로 공감하는 가치로는 어떤 게 있을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4 가공식품 소비자 태도 조사 기초분석’을 보면, 기업의 ESG 경영 활동 필요도를 묻는 항목에 ‘필요’하다는 대답이 46.2%, ‘매우 필요’가 17.2%로 나온다. 63.4%의 사람들이 ESG 경영의 필요성을 밝힌 셈이다. ESG는 지속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해 기업의 윤리적 책임을 중시하는 경영의 3가지 요소다. E는 환경(environment), S는 사회(social), G(governance)는 지배구조를 뜻한다.

요즘 소비자는 물건 구매 시 제품 정보를 직접 확인하며 구매를 결정한다. 가격뿐 아니라 생산 방식과 가치까지 살피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사진 언스플래쉬
요즘 소비자는 물건 구매 시 제품 정보를 직접 확인하며 구매를 결정한다. 가격뿐 아니라 생산 방식과 가치까지 살피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사진 언스플래쉬

보고서에는 ESG 경영을 실행할 경우 업체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질지를 묻는 항목도 있다. 놀랍게도 ‘좋아짐’이 57.8%, ‘매우 좋아짐’이 11.7%로 나왔다. 이어 ESG 경영 시 ‘제품구매를 증대하겠다’는 사람이 74.4%, 갑질 이슈를 겪은 업체의 식품 구매를 줄인 ‘경험이 있다’는 대답이 67.1%로 나타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탄소 중립이 필요하다고 답한 사람은 86.5%에 달했고, 탄소 중립 활동을 하는 업체의 제품을 늘리겠단 사람은 88%다. 요즘 사람들이 소비에 윤리적 책임을 느끼며, 가치소비를 행동으로 실현한다는 데 주저함이 없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개인 정체성을 드러내는 행위 ‘가치소비’
국내 가치소비 움직임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과거 유사한 형태로 등장한 게 공정무역운동이다. 저개발국 생산자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공정한 무역으로 노동에 합당한 가치를 돌려주잔 움직임이다. 공정무역은 1980년대 후반~1990년대 급속히 성장했다.

공정무역을 필두로 한 윤리적 소비는 2010년대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해왔지만, 이런 트렌드가 적극적인 소비로 곧장 이어진 건 아니다. 2013년 트렌드모니터의 ‘공정무역에 관한 조사’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공정무역에 관한 뜻과 의미까지 정확히 이해한 사람이 27.8%로 2011년의 14.9%보다 두 배 상승했으나 ‘의미 있는 소비도 좋지만 싸게 사는 게 더 중요하다’고 대답한 사람이 44.6%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ESG 전문가이자 책 『한 권으로 끝내는 ESG 수업』을 쓴 신지현 작가는 “10년 전의 가치소비는 도덕성이나 윤리 기반의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에 가까웠던 경향이 있다”고 언급한다. 속해 있는 집단이나 동료의 영향으로 특정 행동이나 가치관을 따르는 현상이다. 반면 지금의 가치소비는 개인의 정체성에 관한 표현에 가깝다. 신 작가는 “관심 있는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겠다는 신념이 강해졌다”고 설명한다.

역대 최대 소비력을 갖출 Z세대
그래픽 안은정 디자이너
그래픽 안은정 디자이너
달라진 배경에는 MZ세대가 있다. 그중에서도 Z세대(1997~2012년생)가 핵심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Z세대의 ESG 경영과 소비 트렌드 인식조사(2025)’를 보면 ‘조금 비싸더라도 ESG를 실천하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응답이 66.9%에 달한다. 이들의 소비 키워드도 흥미롭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며 돈을 모으는 ‘짠테크’(32.9%)와 자신의 신념을 소비로 증명하는 ‘미닝 아웃’(26.5%)이다.
그래픽 안은정 디자이너
그래픽 안은정 디자이너

실제로 Z세대는 미래 경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새로운 소비 주축이다. 닐슨아이큐(NIQ)의 ‘Z세대 소비 행동 분석 보고서(2024)’에 의하면 Z세대는 현재 세계 인구의 25%를 차지하며 2030년까지 세계 노동 인구의 약 30%를 구성하게 된다. 또 2030년에는 약 12조6000억 달러(한화 약 1경6975조 원)를 소비하는 역대 최대 소비력을 갖춘 세대가 될 거란 전망이다.

모바일 네이티브로 자란 Z세대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에 경계가 없다. 국가 간의 경계도 무색하다. 친구의 범주 역시 무한대로 펼쳐져, 개인의 이야기가 글로벌로 확장하기도 한다. 또한, Z세대는 거침없다. 신 작가는 “자기 생각을 소신껏 발언하며 세력화하는 행동주의자다. 또 행동을 문화로 이끈다. 개인으로는 미미한 존재일지언정, 디지털 영향력이 막강할 수 있는 이유”라고 말한다.

품질은 기본, 이젠 생산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보존경운과 윤작 등 지속가능한 농법으로 토양의 비옥도와 생물 다양성을 높이며 탄소 배출을 줄이는 미국 대두 농가. 사진 미국대두협회
보존경운과 윤작 등 지속가능한 농법으로 토양의 비옥도와 생물 다양성을 높이며 탄소 배출을 줄이는 미국 대두 농가. 사진 미국대두협회
기업이 지속가능한 생산 환경을 구축하기도 하지만, 지속가능한 생산이 비즈니스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속가능성 표준을 수립하는 국제기관에서 인증하는 미국대두다. 미국대두는 토양 침식을 막기 위해 경운을 최소로 하는 보존경운과 토양 건강에 도움을 주는 피복작물 심기와 작물을 교대로 심는 윤작 등 100여 년 가까이 이어온 지속가능한 농업의 역사를 자랑한다. 모두 토양의 비옥도와 생물 다양성을 높이며 탄소 배출은 줄이는 농법들이다.

2014년 미국대두 농가는 2025년까지 ‘토지 경작지 사용 10% 감소, 토양 침식 25% 감소, 온실가스 배출량 10% 감축. 에너지 사용효율 10% 향상’을 지속가능성 목표로 세웠다. 2025년 발표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토지 사용효율은 48% 향상, 토양 침식은 34% 개선했으며, 1t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43%를 줄였다. 동시에 경작 면적은 줄었다. 1997~2017년까지 미국 전체 농업을 보면, 산림이 74만2000ha가 늘고 경작 면적은 360만 헥타르 줄었다.

이렇게 생산한 작물은 어떻게 지속가능한 식품으로 이어질까? 미국대두협회는 2015년 인증 로고를 상표 등록했다.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한 미국대두를 식품 중 포함된 대두의 60% 이상 사용했을 때 부착할 수 있는 로고 ‘SUSS(Sustainable U.S. Soy)’다. SUSS는 2025년 기준으로 21개국, 147개 회사, 1172개 이상의 브랜드와 제품에 부착돼 있다. 여기엔 국내 기업도 있다. 2022년 SUSS를 도입한 사조대림으로, 이후 매출이 꾸준하게 상승했다.

지속가능한 미국산 대두를 사용했음을 알리는 SUSS 인증 로고를 부착한 제품들.아워홈 두부, 연세유업 저당두유, 사조대림 해표 된장(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사진 미국대두협회
지속가능한 미국산 대두를 사용했음을 알리는 SUSS 인증 로고를 부착한 제품들.아워홈 두부, 연세유업 저당두유, 사조대림 해표 된장(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사진 미국대두협회
SUSS를 도입한 곳으로는 아워홈과 연세유업도 있다. 그중 연세유업은 지난 5월 ‘연세저당두유’에 SUSS를 부착했다. 반응은 어땠을까? 연세유업 마케팅실 배동진 과장은 “SUSS 로고에 관하여 문의하는 소비자가 실제로 있었고, 제품의 친환경적 포지셔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매출 역시 출시 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정착했다”고 전했다. 연세유업의 11월 매출은 5월 대비 69% 상승했다.

아워홈은 24년부터 수출용 두부 제품 3종에 SUSS를 부착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중요하게 평가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24년 7월 SUSS 부착 이후, 25년 11월까지 누계 평균 37%가 상승했다. 이런 결과에 힘입어 12월 해외 출시 예정인 신규 제품에도 추가 사용할 예정이다.

식품산업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배출량의 약 25~35%를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전 세계 배출량의 4분의 1인 셈이다. 농업부터 식품 가공·유통·소비·폐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식품산업에서 지속가능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이라고 연세유업 배동진 과장은 설명한다.

지난 6월에 진행한 소이 캠페인에 참여한 오스틴 강 셰프가 SUSS 인증 마크를 부착한 제품을 활용한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미국대두협회
지난 6월에 진행한 소이 캠페인에 참여한 오스틴 강 셰프가 SUSS 인증 마크를 부착한 제품을 활용한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미국대두협회
마케팅 측면에서도 지속가능성은 브랜드 신뢰를 만드는 자산이다. 그는 “식품은 생존과 건강에 직결되기 때문에, 소비자는 브랜드를 평가하는 주요 기준으로 안전과 책임감을 본다. 따라서 기업의 지속가능성 활동은 소비자에게 신뢰의 핵심 증거로 작용한다”면서 “따라서 지속가능성은 브랜드 구축 단계부터 필요한 요소”라고 설명한다.

가치소비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면
덕분에 기업들은 할 일이 많아졌다. 환경과 사회문제에 민감해야 하며, 소비자의 니즈를 잘 파악해야 해서다. 이런 흐름에 빠르게 대응해 좋은 반응을 얻은 사례도 있다. 2020년 1월에 출시한 롯데칠성음료의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 8.0 에코’의 경우 첫 달 판매는 부진했지만, 입소문이 나며 1년 만에 판매량 1670%가 증가했다. 무라벨 생수로 롯데칠성음료가 3년간 절감한 플라스틱 라벨은 약 370t에 달한다.

스팸 뚜껑 반환 운동을 벌였고 CJ제일제당은 플라스틱 뚜껑을 없앤 명절용 스팸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사진 쓰담쓰담 인스타그램
스팸 뚜껑 반환 운동을 벌였고 CJ제일제당은 플라스틱 뚜껑을 없앤 명절용 스팸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사진 쓰담쓰담 인스타그램
소비자가 기업에 직접 변화를 요청하기도 한다. 2020년, 한 소비자모임의 주도로 일어난 스팸 뚜껑 반환 운동이 그 좋은 예다. 사람들이 이중 포장된 스팸의 노란색 플라스틱 뚜껑을 모아 CJ제일제당에 반납했고, 이후 회사는 플라스틱 뚜껑을 없앤 명절용 스팸 선물세트를 내놓았다. 그전에는 빨대 반납 캠페인이 있었다. 2020년 요구르트 ‘엔요100’의 플라스틱 빨대를 없애달란 소비자 요구에 매일유업은 제품에서 빨대를 없앴고 다음 해에는 빨대를 뺀 멸균우유 제품을 선보였다.

이를 두고 신 작가는 “비즈니스가 코어(core)로 들어가기 시작했다”고 표현한다. 과거엔 기업이 돈을 어떻게 버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연탄을 나르거나 지역사회에 기부하는 등, 번 돈을 좋은 일을 위해 쓰면 충분했다. 그런데 지금의 소비자는 기업이 어떻게 돈을 버는지 지켜본다. 환경이나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느냐를 본다는 뜻이다.”

물론 아직 ‘보여주기식’에 그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친환경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그린 워싱, ESG 경영을 표방하면서 실천이 따르지 않는 ESG 워싱이 분명 존재한다. 그래서 더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성공 경험’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환경적·사회적 가치를 기업이 실제 행동으로 구현했고, 그 선택이 의미 있는 변화로 이어졌다는 경험이다. 이런 성공 경험이 쌓일수록 소비자는 사회를 바라보는 기준을 분명히 하게 된다. 성공의 기준이 생산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송정·이세라 기자 [email protected]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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