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폴리티코… 관세협상 조치 논의 연기
소식통 “美, 韓이 약속 안 지킨다 믿어”
韓정부 “양측이 시간 더 필요하다 판단”
소식통 “美, 韓이 약속 안 지킨다 믿어”
韓정부 “양측이 시간 더 필요하다 판단”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9일 미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세출위원회의 2026 회계연도 USTR 예산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 정부의 디지털 규제 추진에 불만을 품고 양국 간 고위급 무역 회담을 취소했다는 미 언론 보도가 나왔다.
미뤄진, 무역 합의 뒤 첫 회담
19일(현지시간)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가 차별적이라고 간주하는 디지털 관련 법안을 한국이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구실 삼아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전날 열릴 예정이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비공개 회담을 취소했다고 소식통 3명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공동위는 2012년 한미 FTA 체결 뒤 만들어진 양자 기구다.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USTR 대표가 1년에 한 번 양국을 오가며 회담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번 회담은 한미 간 관세 협상 타결 뒤 처음 마련된 자리였다. 양국은 7월 말 미국 측의 한국산 제품 대상 국가별 관세(상호관세)율 인하(25→15%)와 한국 측의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규모 대미 투자가 핵심인 무역 합의를 도출했고, 두 차례 정상회담을 거쳐 지난달 14일 합의 결과가 담긴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를 확정했다. 무역 분야 합의 후속 조치 이행 방안이 이번 공동위 회의에서 처음 논의될 참이었는데 연기된 것이다.
미국은 디지털 분야를 콕 집은 것으로 전해졌다. 폴리티코 소식통 한 명은 “미국 행정부는 한국이 디지털 분야를 비롯한 여러 우선 과제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디지털 정책에 대한 “몇 가지 의견 차이”로 인해 회의가 내년 초로 미뤄졌으며 회의 연기는 양측 모두 회의 한 번으로 이런 차이를 모두 해소하기에 시간이 충분하지 않음을 인정한 결과라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차별받고 있는데 온플법까지?”
여한구(오른쪽)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6월 23일 미국 워싱턴 상무부 회의실에서 제이미슨 그리어(왼쪽)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하워드 러트닉(가운데) 미 상무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구글·아마존·넷플릭스 등 자국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이 한국 경쟁 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당한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기본 인식이다. 공동 설명자료에 “한미는 망 사용료,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률과 정책 측면에서 미국 기업들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들어간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미국 행정부가 지목한 한국의 디지털 규제 현안은 미 재계와 의회가 꾸준히 반대해 온 ‘온라인 플랫폼법’(온플법) 입법 시도일 공산이 크다. 빅테크의 독과점 횡포 차단이 목적인 해당 입법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최근 유럽연합(EU)이 미국을 자극했다. 디지털서비스법(DSA)에 근거해 엑스(X)에 1억2,000만 유로(약 2,059억 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메타, 구글, 애플을 상대로도 조사에 나섰다. 그러자 USTR이 16일 상응 조치를 경고하며 “EU 스타일 전략을 추구하는 다른 국가들에 대해서도 유사한 접근 방식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연방 하원 법제사법위원회 반독점소위 청문회에서도 스콧 피츠제럴드 소위 위원장이 “미국 기업에 대한 EU의 디지털 규제가 한국 등 동맹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제 조율 과정, 쿠팡과 무관”
한국 정부는 의제 조율에 시간이 걸리는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한국시간 17일 기자간담회에서 “당초 연내에 (회담을) 하기로 했었지만, 디테일(세부) 부분에서 양측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 내년 초 정도로 일정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USTR의 이번 FTA 공동위 연기가 미국 상장 기업인 쿠팡 등에 대한 한국의 압박 때문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해당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한국 언론에 “USTR과의 협상 과정에서 한미 FTA 공동위를 연기하기로 한 결정과 최근 쿠팡 정보 유출 건은 무관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