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플레이 콘서트 불륜 영상’ 주인공
크리스틴 애벗, 5개월 만에 입 열어
“괴롭힘이 결코 끝나지 않았다”
여성이기에 더 많은 비난···‘마녀사냥’ 지적도
크리스틴 애벗, 5개월 만에 입 열어
“괴롭힘이 결코 끝나지 않았다”
여성이기에 더 많은 비난···‘마녀사냥’ 지적도
앤디 바이런 아스트로노머 최고경영자가 지난 7월16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열린 콜드플레이 콘서트에서 같은 회사 최고인사책임자 크리스틴 캐벗을 등 뒤에서 안고 있다(왼쪽 사진). 자신들의 모습이 장내 전광판에 잡히자 캐벗이 황급히 등을 돌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록밴드 콜드플레이 콘서트에서 서로 포옹하고 있던 남녀가 카메라에 잡혀 대형 스크린에 등장하자 이들이 황급히 얼굴을 숨기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이른바 ‘콜드플레이 게이트’라고 불린 이 사건으로 미국 IT(정보기술) 기업 아스트로노머의 최고경영자(CEO) 앤디 바이런이 사직한 데 이어 최고인사책임자(CPO)인 크리스틴 캐벗도 직장을 떠나야 했다. 여파는 직장을 잃는 데만 있지 않았다.
영상 속 주인공이었던 캐벗은 18일(현지시간) 공개된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괴롭힘이 결코 끝나지 않는다”며 심정을 털어놨다. 캐벗이 언론과 인터뷰를 가진 것은 사건 이후 처음이다.
캐벗이 5개월 만에 입을 연 것은 침묵 속에 숨어 있다가는 괴롭힘이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괴롭힘이 결코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캐벗은 사건 후 개인정보가 유출돼 몇 주간 하루 500~600통의 전화를 받고, 파파라치의 추적을 받았다. 50~60건의 살해 협박을 받기도 했다. 직장을 구하려 했지만 “취업 부적격자”라는 말을 들었다고 캐벗은 전했다.
아이들도 괴롭힘의 대상이 됐다. 아이와 수영장에 갔을 때 모르는 사람들이 그들의 사진을 찍었고, 두 아이는 엄마가 학교에 데리러 오는 것조차 부끄러워하게 됐다. 얼마 전에는 주유소에서 차량에 기름을 넣고 있는 캐벗에게 한 여성이 다가와 “역겹다. 간통하는 인간은 최하층이다”라고 욕설을 하기도 했다. 그는 “아이들이 내가 죽을까봐, 자기들도 죽을까봐 두려워했다”며 가족 모두 공공장소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게 됐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에 실린 크리스틴 캐벗의 인터뷰 기사. ‘콜드플레이 콘서트에서 벌어진 여성에 대한 의례적 망신주기’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캐벗은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 술을 몇 잔 마시고 상사와 부적절하게 행동했다. 그게 아무 일도 아니란 건 아니다. 그 대가로 내 경력을 포기했다”라며 “아이들이 실수할 수도, 일을 완전히 망칠 수도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하지만 그 실수 때문에 살해 위협까지 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캐벗과 바이런의 영상은 틱톡에서 며칠 만에 조회수 1억회를 돌파했다. 당시 콜드플레이의 보컬 크리스 마틴이 관중들을 향해 “둘이 불륜 관계이거나, 아니면 굉장히 수줍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한 것이 화제가 되면서 영상은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했다.
캐벗은 상사인 바이런과 성적인 관계는 없었으며, 그날 밤 이전에는 키스한 적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서로 호감을 가졌던 것은 인정했다. 당시 캐벗은 남편과 별거 중이었고, 바이런도 비슷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캐벗이 당한 괴롭힘이 여성이기 때문에 더 가혹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캐벗은 “왜 그 영상이 그토록 폭발적이고 분노어린 기세로 확산됐을까”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게 됐다고 말했다.
인터넷 문화를 연구하는 브룩 더피 코넬대학교 부교수는 캐벗의 경험을 유명인이 가십에 시달리는 것에 비유했다. 더피 교수는 불륜 스캔들이나 성형 논란 같은 이슈가 “여성을 해부하도록 유도하며 ‘여성의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거대한 논쟁의 대리전이 된다”고 지적했다. 더피 교수는 사건이 ‘마녀사냥’과 닮았다고 지적하며 함께 영상에 출연한 바이런 역시 비난받았지만, 결국 비난의 화살은 캐벗에게 꽂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