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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방송인 조나단. 조나단 유튜브 캡처
“귀화를 결심한 이유 중 하나는 군에 입대하고 싶어서다.” '콩고 왕자'로 불리는 방송인 조나단(25)이 3년 전 유튜브에 나와 한 말이다. 다만 한국으로 귀화했다고 곧바로 병역의무를 지는 건 아니다. 희망하는 경우에만 현역 또는 사회복무요원으로 군복무를 할 수 있다. 귀화하더라도 전시근로역으로 분류돼 평시에는 징집 대상에서 제외된다. 군대에 갈 필요가 없다.
□ 귀화자의 병역의무는 그간 관심 밖이었다. 병역판정검사 대상인 35세 이하 남성 귀화자는 매년 기껏해야 1,000명 정도다. 상비병력 45만 명의 고작 0.2% 수준이다. 하지만 인구절벽에 병력부족이 심각해지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귀화한 사람은 왜 군대에 안 가나.” 걸핏하면 싸우던 여야가 올해 병무청 국정감사에서는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현역자원이 부족하면 쥐어짜야 한다” “병무청이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버티던 홍소영 청장은 한참 뭇매를 맞고 나서야 “재논의할 시점이 왔다”고 입장을 바꿨다.
□ 귀화자의 병역 선택권은 특혜로 비친다. 부모 어느 한쪽이 한국인인 복수국적자도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는 한 병역의무가 있다. 자신의 선택과 상관없이 태어나면서 자동으로 부여된다. 하물며 귀화자는 본인 의지로 원래의 국적을 바꿔 한국을 택했는데 왜 병역의무 대상에서 빠졌냐는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이스라엘 스웨덴 노르웨이 등 징병제 국가 대부분에서 귀화자도 병역의무를 부담한다. 한국국방연구원의 2020년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2.4%가 귀화자의 병역의무에 찬성했다.
□ 새로운 시도를 앞두고 우려되는 점이 많다. 외모와 생각이 달라 군생활에 적응하는데 애를 먹거나 곱지 않은 시선에 억울한 일을 당할 수도 있다. 반면 군복무는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높이고 공동체 일원으로 역할을 다할 기회다. 다문화가정 출신 입영 장병의 경우 2018년 1,000명을 넘었고 2030년 1만 명에 달할 전망이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우리 군의 소중한 자산임에 분명하다. 귀화자도 마찬가지다. 이들을 맞이할 세심한 준비가 더 중요해졌다.
홍소영 병무청장이 지난 10월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