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신 여동생 아들 욧차난 웡사왓 후보로
'탁신 브랜드' 앞세워 정치 왕조 이어가
'탁신 브랜드' 앞세워 정치 왕조 이어가
태국 푸어타이당 총리 후보로 지명된 욧차난 웡사왓 마히돌대 생체의학공학 교수. 웡사왓 페이스북
탁신 친나왓(76) 전 태국 총리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푸어타이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탁신의 조카를 총리 후보 1순위로 올렸다. 매제와 여동생, 막내딸에 이어 조카까지 가족 구성원을 전면에 총리로 내세우며, 태국 정치를 양분해 온 ‘탁신 왕조’ 명맥을 잇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8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어타이당은 욧차난 웡사왓(46) 마히돌대 생체의학공학 교수를 내년 2월 치러질 총선의 총리 후보로 최우선 지명했다. 욧차난은 ‘정치 거물’ 탁신의 첫째 여동생 야오와파 웡사왓(73)의 아들이다. 미국 텍사스대 알링턴 캠퍼스에서 전기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뇌파로 움직이는 휠체어 등 의료기기 관련 특허를 다수 보유한 학자 출신이다.
정치 이력은 사실상 전무하다. 2014년 탁신 가문의 정치적 거점인 북부 치앙마이에서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하며 정계 입문을 시도했지만, 당시 탁신의 둘째 여동생 잉럭 친나왓 정권에 반대하던 시위대가 투표소를 봉쇄하면서 선거가 무효로 처리됐다. 이후 공식 정치 무대에 오른 적은 없다.
탁신 친나왓(오른쪽) 전 태국 총리와 막내딸 패통탄 친나왓 전 총리가 지난 9월 방콕 대법원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방콕=AFP 연합뉴스
그럼에도 푸어타이당이 욧차난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지난 20년간 군부와 함께 태국 정계를 양분해 온 ‘탁신’이라는 정치적 상징성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탁신 가문에서는 이미 네 차례 총리가 배출됐다. 수장인 탁신(2001~2006년 재임) 전 총리를 시작으로 욧차낫의 아버지이자 탁신의 매제인 솜차이 웡사왓(73)이 2008년 총리를 지냈고, 여동생 잉럭(58)은 2011~2014년에 총리로 집권했다.
가장 최근에는 막내딸 패통탄 친나왓(39·2024~2025년)이 총리직을 역임했다. 푸어타이당이 총선에서 최다 의석을 확보할 경우 욧차낫은 탁신가의 다섯 번째 총리가 된다. 다시 한번 혈연을 전면에 내세워 지지층 결집을 꾀하고, ‘왕조 정치’ 연장선을 모색하는 셈이다.
욧차난은 이날 방콕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와 탁신과의 관계는 당에 강점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국민을 위한 하나의 큰 비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달 들어 재점화된 캄보디아와의 국경 분쟁을 두고는 “주권이 최우선이며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23년 8월 태국 방콕에서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 지지자들이 그를 상징하는 붉은 옷을 입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방콕=AFP 연합뉴스
태국에서는 총선 전 각 정당이 예비 총리 후보를 내고, 선거 이후 의회 표결을 통해 총리를 선출한다. 통상 다수당 후보가 총리직을 차지하지만, 2023년 '개혁 돌풍'을 일으켜 제1당이 되고도 상원의 반대로 집권에 실패했던 전진당과 피타 림짜른랏 당시 총리 후보 사례처럼, 정치권 역학에 따라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만 ‘탁신’ 브랜드의 정치적 파급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은 변수다. 탁신은 재임 시절 부패 혐의로 유죄가 확정돼 현재 복역 중이다. 패통탄 전 총리 역시 지난 8월 캄보디아와의 국경 분쟁 국면에서 훈센 전 캄보디아 총리를 ‘삼촌’이라 부르며 통화한 사실이 논란이 돼 헌법 윤리 기준 위반으로 해임됐다. 이 여파로 집권당이던 푸어타이당 지지율은 28%에서 11%로 급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