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18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강북횡단 지하도시고속도로 건설 기자간담회에서 건설 계획에 대해 설명하며 모형 고가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북을 횡단하는 내부순환로와 북부간선도로를 철거하고 지하에 도시고속도로를 만드는 사업이 추진된다. 10년 뒤인 2035년 개통 목표다. 이후 고가 도로를 철거하고, 지상도로와 보행·녹지 공간을 만들어 단절된 강북 도시를 잇겠다는 목표다. 서울시는 18일 이런 내용을 담은 ‘강북횡단 지하도시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구간은 내부순환로 성산 나들목(IC)부터 북부간선도로 신내 나들목(IC)까지 20.5㎞다. 이 밑에 왕복 6차로 지하도로를 뚫겠다는 게 서울시 구상이다. 이후 고가도로는 철거하고, 지상도로는 최대 8차로로 정비할 예정이다.
신재민 기자
두 도로는 1990년대 중·후반 지어졌다. 30년 가까이 강북의 ‘교통 대동맥’ 역할을 해왔다. 내부순환로 성산IC∼하월곡 분기점(JCT) 구간의 하루 평균 차량 통행량은 13만대, 북부간선도로 하월곡JCT∼신내IC 구간은 약 9만대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대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극심한 정체 현상이 빚어진다. 가다 서기를 반복해 해당 시간대 평균 통행속도는 시속 34.5㎞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지하도시고속도로의 출퇴근 시간대 평균 통행속도는 시속 67㎞로 올라간다. 서울시는 성산~신내IC 구간의 통행 시간이 기존 38분에서 18분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서울시 '강북횡단 지하도시고속도로' 계획 실행 이후 조감도. 연합뉴스
두 도로는 정체현상 외에도 그동안 도심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거대한 고가도로 구조물이 지상 위를 지나면서다. 동네를 양쪽으로 갈라놓고 도시 개발을 저해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더욱이 노후화로 인한 두 도로의 유지관리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유지관리비는 올해 391억원인데 2035년에는 521억원, 2055년에는 989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시는 지하도시고속도로를 건설해 낡은 두 고가도로로 인해 발생한 여러 문제점을 풀어내는 동시에 강북을 교통과 생활·자연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미래형 도시 공간으로 재편할 계획이다. 고가도로가 철거된 서대문구 홍제천, 노원구 묵동천에는 수변 여가 공간이 조성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강북의 도약은 단순한 강남·북 균형을 넘어 서울의 미래를 새로 쓰는 대전환의 출발점”이라며 “강북횡단 지하도시고속도로 건설사업은 지역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향상하는 ‘다시, 강북 전성시대’의 핵심 전략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예산이다. 전체 구간을 서울시 재정사업으로 추진하는데 성산~신내IC 구간 지하도시고속도로 건설과 기존 고가도로 철거, 지상도로 정비 등에 필요한 사업비만 3조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내부순환로 잔여구간인 하월곡JCT~성동JCT도 같은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면 추가로 1조2000억원가량 더 든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교통 수요 전망과 재정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세부적인 사업계획을 짜겠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예산은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 지난달 기준 서울시 채무는 11조940억원(산하기관 등 제외)이다. 강북횡단 지하고속도로는 아직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도 통과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서울시 1년 예산이 51조원이 넘는다. 지하고속도로 사업을 한 10년 한다고 하면 연 3000억원 정도 드는 셈”이라며 “부담하기 어려운 규모의 예산은 아니다. 매년 분할해 조금씩 투자하면 더 합리적이고 시민에게 도움 될 것”이라고 했다.
여권에서는 급조한 지방선거용 공약이란 비판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군 중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박홍근 의원은 “오 시장이 2010년 재선 도전 직전에 발표한 서울시 지하도로 일명 ‘유-스마트 웨이(U-smart way)’의 판박이처럼 느껴진다”며 “강북권의 표심을 사려고 다급하게 나선 모양새가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