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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대심판정
2025년 12월 18일
조지호 경찰청장 탄핵심판 최종 선고
[김상환/헌법재판소장]
"피청구인이 이와 같이 국회에 경력을 투입하여 국회 출입문을 봉쇄하고 국회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차단하여 국회의 권한 행사를 방해한 행위는 대통령 윤석열의 위헌 위법적인 지시를 실행하기 위한 것으로써 국회의 계엄해제요구권을 부여한 헌법 77조 5항 및 대의민주주의와 권력 분립 원칙에 위배되고 국회의원의 심의 표결권 등 헌법상 권한을 침해한 것입니다.
피청구인은 안전가옥 회동 등을 통해 대통령 윤석열이 국회와의 대립상황을 타개할 의도로 군을 국회에 투입하려 한다는 것과 대통령이 피청구인에게 경력 배치를 지시한 목적 역시 군의 국회 진입을 용이하게 하려는 의도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피청구인은 국회에 계엄해제요구권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점들에 비춰볼 때, 위와 같이 국회의 권한 행사를 방해한 피청구인의 행위는 우발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위헌 위법적인 지시를 실행하기 위하여 계엄해제요구권을 포함한 국회의 권한 행사를 적극적으로 방해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피청구인은 위헌 위법한 이 사건 계엄에 따라 군이 수사를 위해 선관위에 투입되는 경위에 대하여도 적법성을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군인들이 출동할 기관인 중앙선관위 과천청사와 수원 선거연수원에 경력을 배치하여 출입을 통제하도록 하였습니다.
피청구인의 행위는 위헌 위법한 이 사건 계엄에 따라 선관위에 진입한 군을 지원하여 선관위의 직무수행과 권한 행사를 방해함으로써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입니다.
경찰청장은 단순히 대통령 등의 지시를 그대로 집행하는 지위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휘감독하는 경찰의 직무수행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뤄지도록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경찰이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써 공정과 중립을 지키며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유지하여야 할 권한과 책무를 부담합니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이러한 책무를 외면한 채 이 사건 계엄선포 및 포고령을 통한 대통령의 위헌 위법한 지시에 따라 국회에 경찰을 배치하여 출입을 통제하는 방법으로 국회의 권한 행사를 방해하였고 이로써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결의안에 대한 의결이 지연되었습니다. 또한 피청구인은 경찰을 선관위 청사에 배치하여 출입을 통제함으로써 계엄군의 임무 실행을 용이하게 하였습니다.
이러한 피청구인의 행위는 그 자체로서 대의민주주의와 권력분립 원칙을 중대하게 위반한 것이고 그로 인하여 헌법질서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도 엄중합니다.
이 사건 계엄선포 당시의 정치사회적 상황이 전시사변 또는 적과의 교전 상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음은 명백했고 대통령 윤석열이 이 사건 계엄선포의 사유로 든 사유들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조율되고 해소돼야 할 정치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써 계엄선포의 사유가 될 수 없었습니다.
이에 국회의원들과 시민들은 계엄이 선포되자마자 국회로 모여 저항하였고 현장에 출동한 군경들도 소극적으로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이런 사정들은 평균적인 법 감정을 가진 사회 일반인도 이 사건 계엄의 위헌 위법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피청구인의 이 사건은 계엄의 위헌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하였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헌법 준수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대통령으로서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비상계엄 선포의 요건과 한계를 준수하여 신중하게 권한을 행사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헌법 준수 의무가 오직 대통령에게만 부여된 것은 아닙니다. 경찰청장이 대통령의 지시를 받는 경우 스스로의 지위와 권한에 비추어 자신의 직무 범위 안에서 헌법과 법률에 관한 지시를 판별하여야 합니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위헌 위법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근간을 해치는 정도로 중대하고도 명백히 위헌인 이 사건 계엄을 실행하는 행위에 가담하였습니다.
이런 피청구인의 행위는 경찰청장에게 부여된 헌법 수호의 사명과 책무를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이 사건 계엄선포 전후의 사정이나 피청구인의 상황 인식, 임명권자인 대통령과의 관계 등 어떠한 사정에 비춰보더라도 정당화되거나 용인될 수 없습니다.
경찰의 직무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수행될 것이라고 믿어온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보이지 않는 희생과 봉사에 전념해온 경찰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서는 피청구인에게 엄정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상과 같은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청구인의 법 위반은 피청구인의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합니다.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탄핵 사건이므로 선고 시각을 확인하겠습니다. 지금 시각은 오후 2시 13분입니다.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경찰청장 조지호를 파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