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4곳 3∼11분 만에 같은 답변…"소아 응급 의료 붕괴"
119구급대 앰뷸런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차근호 기자 = 최근 부산에서 10세 어린이가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응급실 뺑뺑이'를 겪은 상황이 담긴 소방 구급 기록이 공개됐다.
1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과 양부남 의원이 119구급대와 부산소방재난본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10시 1분께 부산 사하구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에서 10세 아동이 수액 투여 후 발작과 의식 저하를 나타낸다는 의사의 신고가 119에 들어왔다.
당시 의사는 환자를 대형 병원으로 옮기기 위해 소방 당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119구급대는 신고 접수 11분 만인 오전 10시 12분께 현장에 도착했고, 이송 병원을 선정하기 위해 오전 10시 16분부터 연락을 돌리기 시작했다.
구급대는 먼저 해당 의원에서 10여 분 거리에 있는 고신대병원, 부산대병원, 동아대병원 등 3곳을 포함해 부산백병원까지 대학병원 4곳에 연락을 돌렸지만, 이들은 '소아과 진료가 불가하다'는 이유로 환자를 받지 않았다.
고신대병원과 동아대병원은 각각 11분 만에, 부산대병원은 3분, 부산백병원은 7분 만에 불가 통보를 했다.
이에 구급대는 2차 병원까지 연락을 돌리기 시작했다.
삼육부산병원, 부산성모병원, 좋은삼선병원, 해운대백병원에 연락했지만 모두 '의료진 부족' 또는 '소아과 진료 불가'라는 답이 돌아왔다.
병원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자 구급대원은 부산소방재난본부 구급관리상황센터에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구급대원과 구급상황관리센터의 녹취록을 보면, 구급대원은 센터에 "일단 저희가 □□ 병원 싹 다 전화했는데 안 된다고 하고요. ○○병원이랑 그 근처에서 전화했는데…"라며 초조한 상황을 전했다.
응급의료센터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TV 제공]
구급상황관리센터가 나서자 앞서 '소아과 진료 불가'로 답했던 해운대백병원으로부터 '응급처치는 가능하고 이후 전원해야 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
이에 구급차가 해운대백병원으로 향하던 중 온종합병원으로부터 '소아과 수용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다시 방향을 돌렸다.
신고 51분 만에 온종합병원에 1차 수용된 A양은 심정지 상태에서 응급 치료를 받고 자발 순환은 회복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고 호흡이 어렵자, A양 부모가 요청해 인근 대학병원인 부산백병원으로 다시 옮겨졌다.
부산백병원의 경우 구급 대원의 요청 초기 '소아과 진료 불가'를 이유로 환자 수용을 거절한 곳이지만, A양 보호자가 자체적으로 확인하자 환자를 수용한 것으로 구급 기록상 확인된다.
A양은 신고가 접수된 오전 10시 1분부터 오전 11시 37분까지 96분(병원 선정 시부터 기준으로는 81분) 만에 최종 병원으로 전원 될 수 있었다.
의료계 관계자는 "약물 부작용보다 더 두려운 것은 골든타임 속에 아이를 받아줄 병원이 없다는 현실"이라면서 "이번 사건은 부산 소아응급의료 붕괴가 더 이상 예외적 비극이 아님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