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사진=두산
두산그룹이 세계 3위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인 SK실트론 인수에 나섰다.
SK㈜는 17일 SK실트론 지분 매각과 관련해 ㈜두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공시했다.
매각 대상은 SK가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70.6%다. 구체적인 거래 조건은 향후 협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SK실트론은 반도체 칩의 핵심 기초 소재인 웨이퍼를 생산하는 국내 유일의 전문 기업으로, 12인치 웨이퍼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SK실트론의 전체 기업가치를 약 5조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인수 금액은 3조~4조원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보유한 잔여 지분 29.4%의 동반 매각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두산은 2022년 반도체 테스트 기업 두산테스나를 인수하는 등 반도체 소재·장비 분야를 신성장 축으로 키워왔다. 이번 인수가 성사될 경우 두산의 반도체 사업 경쟁력은 크게 강화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번 SK실트론 매각은 SK그룹이 지난해 초부터 전 계열사에 걸쳐 추진해 온 사업 리밸런싱의 사실상 마지막 단계로 해석된다.
SK는 재무 건전성 제고를 위해 포트폴리오 조정과 운영 효율화를 병행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SK온과 SK엔무브 합병, 환경 자회사 매각 등 구조 재편을 단행했다.
반도체 소재까지 아우르던 기존 수직 계열화 전략에서 벗어나, AI와 데이터센터 등 핵심 밸류체인에 자원을 집중하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웨이퍼 사업은 직접 보유보다 협력 구조가 효율적이라는 판단 아래 내려진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