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경찰청, 형소법 개정 반발
수사·기소 담당 공직자·가족 대상
수사·기소 담당 공직자·가족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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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경찰 등 수사기관 종사자와 그 가족이 저지른 범죄의 공소시효를 정지시키는 내용의 여권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법무부·경찰청 등이 일제히 ‘신중 검토’ 의견을 밝혔다. 헌법이 정한 ‘연좌제 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다. 이 법안은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 추진 중이다.
1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는 전날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8월 대표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에 대한 법안심사를 진행한 뒤 추후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이 법안의 핵심은 검찰·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에서 수사·기소를 담당하는 공무원과 그 가족의 범죄에 대해서는 재직기간 동안 공소시효를 정지하는 것이다. 김 의원은 제안 이유에서 “수사·기소 담당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은 범죄 혐의가 있더라도 재직 중 수사나 공소제기가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사실상 일반 국민이 범한 죄의 공소시효보다 기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형평성과 사법정의에 명백히 반한다”고 밝혔다.
현행법은 공소시효 정지를 제한된 범위에서 적용하고 있다. 특정 신분을 가진 대상과 그 가족의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정지 제도는 없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나 범인이 국외 도피한 경우 공소시효 진행을 정지하고, 살인죄에 대해서는 적용 자체를 배제하고 있다. 성폭력처벌법·아동학대처벌법·청소년성보호법 등의 가해자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성년이 될 때까지 공소시효가 정지된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도록 했는데, 헌법재판소·대법원은 재직 기간 동안 공소시효 진행이 정지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의원 법안의 적용 대상에는 검사, 공수처 검사, 군검사와 함께 경무관부터 경위까지 경찰공무원 등이 포함됐다. 수사·기소 실무를 맡은 공무원 대다수가 적용 대상자인 것이다. 공소시효 정지 기간은 이들의 재직기간이며, 취임 전 범죄에 대해서도 재직 중 공소시효가 정지된다.
가장 논란이 큰 대목은 수사·기소 담당 공직자의 가족 범죄에 대해서도 공소시효를 정지하도록 한 것이다. 배우자와 직계혈족·형제자매뿐 아니라 직계혈족의 배우자와 배우자의 직계혈족, 배우자의 형제자매까지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관계기관들은 연좌제 금지를 정한 헌법 13조 3항(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을 근거로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는 “헌법상 평등원칙과 연좌제 금지 위반”이라며 “결혼·이혼·입양·파양 등 가족관계 변동 시 적용 범위에 대한 공백으로 명확성 위배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은 “사법경찰관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소시효를 정지하는 것은 연좌제를 금지하는 헌법정신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는 “평등권 침해 소지가 없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고, 변협 또한 “헌법의 연좌제 금지에 어긋나는 위헌적인 규정”이라며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