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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돌아온 캐머런 감독 <아바타> 시리즈
“현실처럼 느껴지지만 현실일 수 없는 꿈 같은 세계”
영화 &lt;아바타:불과 재&gt;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아바타:불과 재>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새로운 빌런이 등장하고 전투는 더욱 치열해졌다. 익숙한 동어반복에 방심하다가도 눈 앞에 펼쳐지는 경이로운 세계에 다시금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SF 대작 <아바타> 시리즈가 판도라의 세 번째 문을 연다.

17일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하는 <아바타: 불과 재>는 2009년 시작된 아바타 대서사의 세 번째 장이자, 총 여섯 편으로 기획된 시리즈의 중간 지점에 놓인 작품이다. 2022년 <아바타: 물의 길> 이후 3년 만에 돌아온 신작은 전작들과 차별화할 무기를 장착했다. ‘재의 부족’과 ‘바람 상인 부족’ 등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상상의 크리처들이 등장하고, 나비족과 나비족의 대립이라는 새로운 갈등을 추가하며 판도라 세계를 더는 이상향이 아닌 균열과 어둠의 공간으로 확장한다.

영화 &lt;아바타:불과 재&gt;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아바타:불과 재>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이야기는 전작의 비극 위에서 출발한다. 부족을 지키기 위해 숲을 떠나 물의 부족 사이로 숨어들었던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와 네이티리(조 샐다나) 가족은 전작에서 인간과의 전투 중 장남 네테이얌을 잃고 슬픔에 빠진다. <불과 재>는 설리 가족이 외부의 적뿐 아니라 내면의 상실과 싸우며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여기에 판도라의 자원을 노리며 끊임없이 행성을 침략해오는 인간, 새롭게 등장한 ‘재의 부족’ 망콴족의 위협이 더해지며 갈등 구조와 이야기가 한층 복잡해졌다. 숲과 바다를 거쳐 불의 세계로 확장된 판도라의 세 번째 이야기가 전작들에 비해 어두우면서도 색다른 긴장감을 더하는 이유다.

영화 &lt;아바타:불과 재&gt;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아바타:불과 재>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lt;아바타:불과 재&gt;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아바타:불과 재>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이번 편의 가장 큰 변화는 ‘재의 부족’ 망콴족의 등장이다. 화산과 재로 뒤덮인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자연과의 교감을 중시해온 기존 나비족과 달리 폭력과 약탈에 익숙한 집단으로 묘사된다. 특히 부족의 지도자 ‘바랑’(우나 채플린)은 야만에 가까운 잔혹함으로 공포를 불러온다.

망콴족의 등장은 판도라의 또 다른 모습이자, 빛이 있는 곳에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어둠의 영역을 비춘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지난 12일 화상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불은 혐오와 증오, 폭력, 트라우마를 상징하는 요소”라며 “물과 같은 원소의 개념이 아니라 고통과 아픔을 내재화한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망콴족은 단순 ‘악’이라기보다 고통의 순환 속에서 형성된 결과물에 가깝다. 이들의 잔혹함 뒤에는 어린 시절 부족이 화산 폭발로 파괴되는 과정을 지켜봐야 했던 상실의 기억이 자리한다.

주인공 제이크 설리의 숙적 마일스 쿼리치 대령(스티븐 랭) 역시 한층 복합적인 인물로 돌아온다. 전작에서 네이티리의 활에 맞아 죽은 인간의 육체를 버리고 아바타로 부활한 그는 여전히 냉혹한 침략자이지만, 결정적인 순간 드러나는 인간적인 감정은 선과 악의 경계를 흐린다. 침략자와 수호자, 인간과 원주민이라는 구도는 더 이상 단순하지 않다.

영화 &lt;아바타:불과 재&gt;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아바타:불과 재>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가족 서사는 이번 작품에서 더욱 전면에 배치된다. 사랑하기 때문에 더 자주 충돌하는 가족의 모습, 선택의 갈림길에서 흔들리는 인물들의 내면은 누구나 공감할 만한 현실적인 감정으로 다가온다. 특히 형의 죽음 이후 인정받기 위해 방황하는 차남 로아크(브리튼 달튼)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캐머런 감독은 “어린 시절 대가족과 자랐고 지금은 다섯 명의 자녀를 둔 아빠가 됐다. 반항심을 가진 10대들을 아버지의 입장에서 바라보며 모두가 공감할 주제를 판도라 행성으로 옮겨왔다”고 밝혔다.

미묘한 표정 변화와 작은 떨림까지, 인물들의 감정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지는 것은 더욱 정교해진 VFX(시각 특수효과) 덕분이다. 4억 달러(약 59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이번 작품에는 사실상 모든 장면에 시각 특수효과가 쓰였다.

환상의 세계가 현실처럼 보이는 이유로 감독은 “모든 특수효과는 곧 배우들의 실제 연기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라 짚었다. AI 기술이 아닌 모션 캡쳐 기술를 활용해 여러 가상 배경 및 효과를 고집한 결과 생생한 현실감이 나올 수 있었다는 뜻이다. 그는 “배우는 스토리텔링의 핵심이며, AI로 결코 대체될 수 없다”고도 강조했다. 영화 초반 “이 작품에는 생성형 AI가 단 1초도 사용되지 않았다”는 문구가 등장하는 것도 이러한 철학의 선언에 가깝다.

영화 &lt;아바타:불과 재&gt;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아바타:불과 재>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lt;아바타:불과 재&gt;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아바타:불과 재>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불과 재>는 세계관의 균열을 통해 프랜차이즈를 갱신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분명 이전 작품들과 다른 결을 지닌다. 다만 197분에 달하는 러닝타임과 반복되는 이야기 구조는 시리즈에 익숙한 관객에게 피로감을 안긴다. 이번 편의 새로운 얼굴로 내세운 망콴족이 쿼리치 대령의 복수에 부분적으로 종속되는 지점 또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16년에 걸쳐 구축한 영상미와 시각적 체험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거대한 해파리 모양의 돛을 단 바람 상인들의 행렬, 바닷속에서 빛나는 오로라, 모든 것을 걸고 펼쳐지는 대규모 전투 장면은 긴 상영시간 동안 관객을 판도라에 붙잡아 둔다. 감독의 말처럼, <불과 재>는 “현실처럼 느껴지지만 결코 현실일 수 없는, 꿈 같은 세계”를 다시 한번 스크린 위에 소환한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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