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뉴스1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할 조직을 꾸리기 위해 국군 정보사령부 요원들의 개인정보를 빼낸 혐의로 기소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가 기소한 사건 중 첫 1심 선고이자, 12·3 비상계엄이 위헌·위법했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현복)는 15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알선수재 등 혐의를 받는 노 전 사령관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2490만원을 추징했다.
재판부는 노 전 사령관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노 전 사령관 범행은 실체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비상계엄이 선포 단계까지 이르게 하는 동력 중 하나가 됐다”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죄책을 넘어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라는 중대하고 엉뚱한 결과를 야기했다는 점에서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작년 9~12월 전역한 민간인 신분으로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할 ‘제2수사단’을 기획하고 문상호 당시 정보사령관 등에게 정보사 요원 46명의 계급·출신·임관 연도 등 인적 사항을 건네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속행 공판에서 증인 신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노 전 사령관이 수사단을 기획한 것은 비상계엄 사태를 염두에 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수사할 목적이라고 판단했다. 대량 탈북을 대비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인원 선발 요청의 실질적 목적을 숨기거나 명분을 만들어 두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문 전 사령관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명단에 기재된 요원을 소집해 선관위 직원을 체포한 뒤 수방사 벙커로 이동시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라는 임무를 부여했다는 점도 주장의 신빙성이 없다는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수사단 구성은 비상계엄 선포 이전부터 계엄 선포 요건이 충족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특정 시점에 계엄을 선포할 것을 계획하고 이를 준비·수행하는 행위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이는 위헌적이고 위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작년 8~10월 김봉규 전 정보사 중앙신문단장과 구삼회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 진급을 도와주겠다는 명목으로 현금 2000만원과 백화점 상품권 6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유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현금 등 금품이 모두 진급 청탁의 대가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요원 명단이 군 외부로 유출되지 않은 점과 청탁 알선이 실패에 그친 점, 내란 중요 임무 종사 사건과 병합돼 진행됐을 경우의 형평을 고려해 양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