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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날씨에 한 시민이 서울광장 쿨링포그 앞에서 부채질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17년 만의 ‘살인 더위’가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다. 7월 8일 서울의 한낮 기온이 37.8도까지 치솟으며 1908년 기상 관측 시작 이후 7월 상순 기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국 곳곳에서는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기후 용어를 재정립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진단까지 나온다.

기록적인 폭염에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이날 서울 수색역 인근에서는 철로가 열기로 휘어져 열차 운행이 잠시 중단됐다. 한 공사장에서는 폭염 속 작업 중이던 외국인 노동자가 사망했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올여름 찜통더위는 ‘마른장마’와 ‘열돔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마른장마는 장마철임에도 불구하고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기상 현상이다. 올해 제주와 남부지방의 장마는 각각 6월 26일, 7월 1일에 끝났다. 제주의 장마가 6월에 종료된 것은 기상 관측 이래 처음이다. 남부지방도 1973년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른 종료 기록이다.

7월 9일 기준 중부지방은 공식적인 장마 종료 선언이 내려지지 않았지만 사실상 장마가 실종된 상태나 다름없다. 서울의 경우 지난 6월 20일(51.1mm)을 제외하면 하루 강수량이 5mm를 넘긴 날은 단 두 차례(6월 25일 8mm, 7월 8일 11.8mm)에 불과하다.

현재 한반도 상공은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동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에 동풍까지 가세하고 있다. 뜨거운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열돔에 갇힌 셈이다. 국지적으로 소나기가 내리더라도 폭염을 누그러뜨리기엔 역부족이다.

특히 북태평양고기압의 북상 속도가 이례적일 만큼 빠르다. 예년에는 7월 하순부터 8월 중순 사이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올해는 6월 하순에 이미 제주도 남쪽까지 북상했다. 대만과 일본 오키나와 인근에 머물던 고기압이 평년보다 한 달 가까이 일찍 올라오면서 한반도는 더 빨리 찜통더위에 갇히게 됐다.

김승배 한국자연재난협회 본부장은 “예년보다 20여 일 일찍 장마가 끝난 만큼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되는 기간도 그만큼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는 역대급 더위로 기억된 1994년과 매우 유사한 기상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립기상과학원은 이 같은 기상 패턴 변화가 기후 위기의 중첩된 결과라고 본다. 지구온난화가 한반도 주변 기단의 위치와 세력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장마전선 형성 조건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북극과 고위도 지역이 빠르게 온난화되면서 찬 해역에서 발달하던 오호츠크해 기단의 세기는 점차 약해지고 있고 북태평양기단은 이전보다 훨씬 강력해졌다. 여기에 해수면 온도 상승까지 겹치며 폭염과 집중호우 등 이중 재난을 불러오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학계는 이미 전통적인 장마의 개념이 수명을 다했다고 본다. 장마는 원래 6월 하순부터 7월 하순까지 지속적으로 비가 오는 현상을 뜻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장마철에 비가 거의 오지 않고 국지성 폭우로 예측이 무의미해지고 있어 기후 용어의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기상청과 한국기상학회는 2022년 발표한 ‘장마 백서’를 통해 “기후 위기로 인해 전통적인 장마 개념은 수명을 다했다”며 “‘한국형 우기’로의 개념 전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고송희 인턴기자 [email protected]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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