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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천의 암각화' 주목할 부분은…"마치 고래와 교감한 듯"
"옛사람의 숨결 남아있는 타임머신"…등재 이후 연구·활용 고민해야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속 고래들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파리=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절벽이나 커다란 바위 암면에 선사시대의 갖가지 물상을 새긴 이른바 암각화는 새로운 학문 세계를 활짝 열어준 보석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문명대 저서 '울산 반구대 암각화')

1970년대 울산 반구천 일대에서 국보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를 발견한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두 암각화가 선사 예술의 새로운 문을 열었다는 뜻에서다.

오래전 한반도 동남부 연안 지역에서 살았던 '예술가'들이 남긴 반구천의 암각화에서 잊지 말고 눈여겨봐야 할 그림은 무엇일까.

전시 소개하는 문명대 명예교수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가 25일 서울 중구 동국대 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보묵천향(寶墨天香)―보배로운 먹, 하늘의 향기' 개막식에서 전시를 설명하고 있다. 2025.3.25 [email protected]


문명대 교수는 대곡리 암각화 왼쪽 상단을 제일로 꼽았다.

30대 젊은 학자였던 그가 1971년 김정배(현 고려대 명예교수)·이융조(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 교수와 바위 면에서 가장 먼저 발견한 부분이기도 하다.

문 교수는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를 마주 보고 섰을 때 왼쪽 상단에는 춤추는 사람, 고래, 호랑이 등이 있다. 생동감 있는 고래의 모습은 일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나의 바위 면에 수십 마리, 그것도 완성도가 높은 기법으로 새긴 고래가 발견된 사례는 거의 없다"며 "예술적으로도 최고로 여겨지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새끼 업은 고래, 거북이, 사람
원로 미술사학자인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이 국립문화유산연구원에 기증한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사진 [국립문화유산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시 반구천암각화세계유산추진단에 따르면 대곡리 암각화에 묘사된 고래는 50마리 이상이며 혹등고래, 귀신고래 등 그 종류가 최소 7종에 달한다.

1988년 대곡리 암각화와 처음 인연을 맺은 뒤, 40년 가까이 암각화를 연구·조사해 온 전호태 울산대 명예교수는 새끼를 등에 업은 어미 고래를 꼭 살펴보라고 추천했다.

전 교수는 "출산한 새끼 고래가 첫 숨을 쉬게 하려고 어미 고래가 (새끼를) 등으로 받쳐 물 위로 올리느라 애쓰는 듯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고래를 그린 다른 암각화는 모두 외형만 표현돼 있다. 그러나 대곡리 암각화는 고래와 교감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생생하게 새겨 압도적이다"고 강조했다.

전호태 울산대 교수
[전호태 교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 교수는 천전리 암각화와 관련해서는 신라 법흥왕(재위 514∼540) 시기에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글을 꼽으며 "옛사람의 숨결이 남아있는 타임머신"이라고 설명했다.

두 암각화를 소개하고 연구를 이끄는 울산암각화박물관의 최현숙 관장은 천전리 암각화의 활 쏘는 사람과 사슴을 주목해달라고 귀띔했다.

천전리 암각화 왼편에는 신석기시대에 새긴 것으로 추정되는 동물 그림과 사람이 활을 들고 사슴을 사냥하는 그림이 남아있다. 마름모, 원형 등 추상적인 문양은 위쪽에 많다.

최 관장은 자신의 명함에 새끼를 업은 어미 고래와 사슴 그림을 넣기도 했다. 그는 "그림 하나하나 생동감이 넘친다"며 도상 하나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보길 권했다.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속 그림들
왼쪽부터 사람 얼굴, 호랑이, 작살. 원로 미술사학자인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이 국립문화유산연구원에 기증한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사진 [국립문화유산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문가들은 두 암각화가 세계유산으로서 가치를 지키고 널리 알려지기 위해서는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문명대 교수는 "천전리 암각화의 경우, 선사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에 이르는 역사가 그림과 문자로 적혀 있다"며 "그 의미가 무엇인지 폭넓게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호태 교수는 "반구천의 암각화를 K-원형 콘텐츠로 인식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 교육과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보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의 다양한 도상
[전호태 교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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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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