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김정은 지속적 소통"…정상회담 가능성 시사
'북미접촉 재개' 트럼프 발언 들어"…美 별도제안 여부 불투명
'북한군 쿠르스크 외 배치' 질문에 "北지도자 제안에 응하고 있어, 거부이유 없어"
'북미접촉 재개' 트럼프 발언 들어"…美 별도제안 여부 불투명
'북한군 쿠르스크 외 배치' 질문에 "北지도자 제안에 응하고 있어, 거부이유 없어"
라브로프 장관(왼쪽)과 최선희 북 외무상
[AFP 연합뉴스. 러시아 외무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AFP 연합뉴스. 러시아 외무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모스크바·서울=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이신영 기자 =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2일 북한이 관심을 둔 문제에 대해서만 남북 관계 회복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스, 스푸트니크 등 외신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북한 강원도 원산에서 최선희 북 외무상과 회담을 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남북 관계 회복을 도울 준비가 됐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평양과 서울의 관계에 대해 우리는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 틀 내에서만, 그리고 북한이 관심을 둔 문제에 대해서만 행동할 것"이라며 "북한은 우리의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대북관계 개선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우리는 구체적 행동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지금까지의 행동은 한국의 전 대통령, 전 행정부 때와 같은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행동은 핵 요소를 포함한 군사 훈련이 증가하고 있는 한국·일본·미국의 삼각 동맹이 발전하는 가운데 있다"며 "이는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시아 전체의 평화적 안정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속해서 소통하고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며 미래에 직접 만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차기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시점과 장소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합의를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만 했다.
그는 북한과의 최고위급 접촉을 포함한 대화 재개 필요성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주목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북미 간 접촉 재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들었고 북한도 이를 들었다"면서도 "아직은 여기까지"라며 추가적인 진전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라브로프 장관의 이 발언이 북핵 해결 의지를 피력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평소 발언에 관한 것인지 미국 측에서 별도로 접촉 재개 의사가 전달됐다는 의미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그는 러시아 접경지 쿠르스크에 파병된 북한군이 '특별군사작전'의 다른 지역 전투에 관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북한 지도자의 제안에 응하고 있다"며 "이 진심 어린 연대 행동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면서 "우리는 북한이 전략적 협력 협정(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의 이행 방식을 스스로 결정한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며 북한이 지원 형태를 자체적으로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군의 추가 파병을 염두에 둔 발언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26일 북한의 러시아 추가 파병이 이르면 7∼8월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특별군사작전 모든 목표와 러시아 지도부·군의 행동에 대한 북한의 확고한 지지를 확인했으며, 러시아는 북한군의 쿠르스크 해방 기여에 다시 한번 감사를 표했다고 밝혔다. 또 쿠르스크에 북한군 기념비가 건립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보호하기 위한 다국적군을 창설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환상'이라고 일축하며 러시아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핵 개발을 이해하고, 존중한다는 의사를 표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북한이 사용하는 기술은 자국 과학자들의 노력의 산물이며, 우리는 북한의 열망을 존중하고 핵 개발을 추진한 이유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인 북한의 핵 개발을 사실상 용인한 언급으로 풀이된다.
그는 한미관계를 대북 관계에 이용하지 말라고도 경고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북한 지도부는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기 훨씬 전부터 필요한 결과를 내놓았고, 이런 결과가 시의적절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아무도 북한에 대한 무력 사용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한미일이 북한을 둘러싼 군사 구조를 구축하는 상황에서도 그렇다. 우리는 이런 관계를 북한과 러시아를 포함한 누군가를 겨냥하는 데 남용하지 말 것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그는 동북아시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역효과와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북한은 이 지역에 모든 국가의 평등하고 불가분한 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신뢰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라브로프 장관은 오는 10월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열리는 제3차 유라시아 안보 구조 회의에 북한이 초대됐으며 북한이 수락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와 북한이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모스크바, 하바롭스크, 평양간 항공편을 재개했다면서 "해양 교통로도 복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회담이 열린 북한 원산의 관광단지가 훌륭하다고 추켜세우면서 러시아 관광객들에게도 인기를 끌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최 외무상과의 회담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를 받을 만하다"며 "양자관계와 국제 무대의 모든 분야에서 우리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전시키는 추가 방안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회담에서 2026∼2027년 양측 외무당국 간 교류 계획에 서명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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