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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동굴 피서여행

국내 1천여 동굴 중 15곳 개방
유일한 탐험형 생태 동굴 백룡동굴
헬멧·장화 등 복장 갖추고 탐험
낮은 포복으로 기어가는 구간도

국내 최대 석회암동굴 환선굴 안에
폭포까지 흐르는 ‘경치 맛집’
모노레일 타고 들어가는 대금굴
‘은하철도 999’ 부르며 별세계로
국내 유일 탐험형 생태 동굴인 평창 백룡동굴은 해설사가 동행해 동굴 투어를 하는 여행지다. 베테랑 지질해설사 김도현씨가 백룡동굴 투어에 나선 여행객들에게 설명을 자세히 하고 있다.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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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의 습격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파도 출렁이는 해변조차 더위에 맥을 못 춘다. 30도 넘는 화로 같은 더위를 피할 만한 여행지가 있을까. 서늘한 동굴이라면 폭염조차 기세가 꺾일 터. 동굴 안과 밖은 기온 차이가 크다. 제아무리 30도 넘는 날씨에도 동굴 내부 기온은 그보다 15~20도 낮다. 서늘하다. 이만한 최적의 폭염 여행지도 없다. 국내 동굴은 대략 세가지로 나뉜다. 강원, 충북, 경북 내륙 산악지대에 분포한 석회암동굴, 제주도 등에 자리한 용암동굴, 해안선을 따라 포진한 해식동굴 등이다. 국내에 사람이 발견한 동굴 수는 대략 1천여개. 이 가운데 여행객을 맞는 개방 동굴은 고작 15개다. 그중 몇곳을 추천한다.

국내 유일 탐험형 생태 동굴인 평창 백룡동굴은 해설사가 동행해 동굴 투어를 하는 여행지다. 박미향 기자

지구 비밀 파헤치는 탐험가의 동굴

“자, 복장을 잘 갖춰 입으셨죠? 백룡동굴 역사부터 말씀드릴게요. 우리 백룡동굴은 1976년 처음 세상에 알려졌어요. 1979년 국가 천연기념물(제260호)로 지정됐고요, 2010년 7월에 일반에 공개됐죠. 만 15년 되었네요.” 지난 3일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마하리 문희마을에 있는 백룡동굴탐방센터. 탐방을 신청한 5명이 동굴 입구에서 지질해설사 김도현씨 말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이들은 ‘헤드 랜턴’이 장착된 헬멧을 쓰고 고무장화를 신었다. 위아래가 나뉘지 않은 원피스형 의상도 입었다. 백룡동굴탐방센터가 제공하는 동굴 탐험 복장이다. 수천년 지구의 비밀을 파헤치고야 말겠다는 탐험가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행색이었다. 탐방객들은 복장을 갖춘 순간부터 ‘설렘’을 장착했다.

성기령 기자

투어 마친 이들이 한목소리로 칭송하는 백룡동굴. 이 동굴 투어는 동강에 뜬 배를 타면서 시작된다. 대략 500m 물길을 배 타고 가야 백룡동굴에 도착한다. 박미향 기자

백룡동굴로 향하는 배가 도착하는 선착장. 계단을 오르면 백룡동굴 입구가 나타난다. 박미향 기자

백운산(883m) 남쪽 자락에 자리한 백룡동굴은 국내 유일 탐험형 생태 동굴이다. 제대로 된 탐험 복장을 갖추고 여행하는, 하나밖에 없는 국내 동굴이기도 하다. 조명도 설치되어 있지 않다. 해설사와 동행하지 않으면 출입이 금지된다. 탐방객 수도 1회에 12명, 하루 240명으로 제한한다. 나이 제한도 있다. 6살 이하와 65살 이상은 탐방이 어렵다. 접근도 쉽지 않다. 탐방센터 옆 선착장에서 동강에 띄운 배를 타고 500m쯤 이동해야 도착한다. 4억5천만년 전 형성된 석회암층에 긴 세월 스며든 지하수로 생긴 백룡동굴. 동굴 전문가들도 동굴 생태계를 오롯이 경험할 수 있는 국내 최고의 동굴이라고 칭송하는 천혜의 보고다.

동굴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평창군청 지질전문가 최재훈 주무관의 설명을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비가 땅에 떨어지면 토양대에 스며들죠. 그런데 토양 속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대기보다 300배 더 높아요. 빗물이 이에 반응하면서 물은 약한 산성을 띠게 됩니다. 이 물이 토양대를 거쳐 석회암에 닿으면 부글부글 끓으면서 석회암을 녹이는데, 이때 지하에 빈 공간이 생겨요. 그게 동굴입니다.” 사람이 들어갈 정도 크기의 동굴은 수천년 시간이 건축한 공간이다. 평창군엔 유난히 석회암동굴이 많다. 123개나 된다. 이 가운데 개방 동굴은 백룡동굴과 광천선굴이다.

국내 유일 탐험형 생태 동굴인 평창 백룡동굴은 해설사가 동행해 동굴 투어를 하는 여행지다. 박미향 기자

국내 지질 전문가도 ‘최고’라고 칭송하는 백룡동굴. 박미향 기자

국내 지질 전문가도 ‘최고’라고 칭송하는 백룡동굴에는 희한한 모양의 동굴 생성물이 많다. 박미향 기자

김 해설사의 안전수칙 설명이 계속됐다. “안전장비·헬멧 절대 벗으면 안 되고요, 머리가 가렵더라도 벗지 말고 긁으세요. 조명 시설이 없어요. 저를 잘 따라오셔야 해요. 들어가면 작은 막대기에 줄이 쳐져 있는데, 힘들 때 잡으라는 줄이 아닙니다. 넘어가지 말라는 표시예요. 우리 손에 세균이 많아요. 절대 동굴 안 생성물에 손을 대면 안 됩니다. 까맣게 오염되면 되돌릴 수 없어요. 소중한 동굴을 잘 보존해야죠.”

동굴 안에 첫발을 내딛자 두꺼운 복장에도 차가운 기운이 스며들었다. 동굴 내부 기온은 12.4도. 이 지역 연평균 기온이다. 첫번째로 만난 건 뜻밖에도 종유석, 석순, 휴석 같은 동굴 생성물이 아니었다. 온돌과 아궁이 유적이었다. 안에 있던 숯을 전문가들이 연대 측정해보니 1800년에 생긴 것이란다. 순조(1790~1834)가 즉위한 해다. 일찍이 사람이 불을 피우고 산 흔적이다.

실제 1976년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정무룡·정몽룡 형제가 주먹만 한 구멍을 발견하기 전까지 이곳은 그저 지역민들의 좁은 놀이터였다. 김 해설사는 “용감한 형제”라고 했다. 이 형제는 구멍에서 시원한 바람이 일고 박쥐가 들락거리는 걸 발견했다. 신기한 마음에 구멍을 넓혀 안으로 들어가자 거대한 공간을 목도했다고 한다. 이후 우경식 강원대 교수를 필두로 한 학술조사팀을 꾸려 조사에 나서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이 형제의 이름 끝 글자 ‘룡’과 백운산의 ‘백’을 합쳐 ‘백룡동굴’이 됐다.

백룡동굴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만나는 온돌과 아궁이 유적. 박미향 기자

안으로 들어갈수록 ‘한여름’을 잊는다. 세계 최고 조각가라도 흉내 낼 수 없는 솜씨가 눈에 들어온다. 자연은 예술가다. 동굴 천장은 얇은 천이 몇겹씩 물결치듯 아름답게 생겼고, 거기엔 유려하게 생긴 종유석이 매달려 있었다. 제아무리 잘 벼린 칼도 이보다 더 기괴하고 경이로운 모양의 종유석을 만들 순 없을 터. 로마시대 콜로세움 기둥 같은 석주(종유석과 동굴 바닥에서 위로 자라는 석순이 만나 이룬 기둥)도 불규칙한 간격으로 서 있었다. 순간 로마시대인지, 먼 우주 한가운데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착각에 빠졌다. 생경한 풍경이 주는 경이로운 찰나, 숨을 들이쉴 때마다 찬 기운이 폐 깊숙한 곳까지 들어왔다.

경력 8년차 김 해설사의 설명은 잘 정리된 과학책 한권 분량이다. “‘동굴 커튼’이라고 해요. 천을 늘어뜨린 모양이죠. 이건 ‘베이컨 시트’예요. 뭐처럼 보이시나요? ‘베이컨’에 힌트가 있어요.” 돼지 삼겹살 같은 무늬라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했다.

국내 지질 전문가도 ‘최고’라고 칭송하는 백룡동굴에는 희한한 모양의 동굴 생성물이 많다. 평창군 제공

국내 지질 전문가도 ‘최고’라고 칭송하는 백룡동굴에는 희한한 모양의 동굴 생성물이 많다. 박미향 기자

백룡동굴은 도슨트 따라 돌며 편하게 하는 미술관 여행과는 다르다. “여기선 낮은 포복으로 기어야 합니다.” 성인 한명 겨우 들어갈 만한 구멍을 군대식 기어가기로 통과할 때는 난감하고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내 당혹감은 탄성으로 바뀌었다. 시야에 들어온 거대한 동굴이 낯설지만 아득한 쾌감을 줬다. 뚝뚝 동굴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은 생명수다. “피부에 맞으면 미용에 좋아요. 오장육부에도 좋죠.” 김 해설사 말에 탐방객들은 미소 지었다. 동굴에선 큰 소리를 내선 안 된다. 기실 동굴의 주인은 박쥐다. 곤히 잠든 박쥐를 깨우면 안 된다. 국내에는 26종의 박쥐가 서식하는데, 그중 4종이 백룡동굴에 산다. 대략 68종의 생물이 이 동굴에 서식한다.

그가 특이한 동굴 생성물의 참담한 사연을 얘기할 때는 다들 숨소리를 죽였다. “이 녀석(종유석)은 동굴 최초로 바깥 햇볕을 쐬고 온 놈입니다.” 1990년대 말 평창군 고위 간부 한명이 떼 갔던 종유석 얘기다. “천연기념물에 대형 사고를 친 거죠.” 사연인즉슨 딸만 셋 있던 그 간부가 아들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 저지른 일이었다고 한다. “조사받고 처벌받았죠. 그런데 이놈을 다시 붙이는 게 큰일이었어요.” 다행히 ‘수술’은 잘되었다고 한다. 서울의 한 치과의사가 임플란트 기술과 접착제를 활용해 붙였다. “그래서 이 녀석 이름이 뭐다? 이름은 ‘근석’이고, 성은 ‘남’입니다.” 탐방객들은 웃음을 안으로 삼켰다.

국내 지질 전문가도 ‘최고’라고 칭송하는 백룡동굴에는 희한한 모양의 동굴 생성물이 많다. 박미향 기자

그의 재미나는 입담은 탐방 2시간 내내 이어졌다. ‘개그콘서트’에 견줄 만한 즐거움이다. 하지만 웃음만 있는 투어는 아니다. 지하 260m 아래 지점인 투어 마지막 장소에서 그가 돌연 안내 랜턴을 껐다. 동굴 안 착시효과를 시연한 뒤였다. 눈을 감아보라고 했다. 다시 눈을 뜨자 감았을 때와 다를 바 없는 어둠이 엄습했다. 앞은 온통 깜깜했다. “‘절대 암흑’입니다.” 조용히 생각을 가다듬는 시간이 이어졌다. 누군가는 턱밑까지 쫓아온 생의 고통이 어른거렸을 것이고, 누군가는 헐거워진 자신의 시간을 반추하며 희망을 도모했을지 모른다. 그의 마지막 인사말이 동굴에 울렸다. “온 누리와 온 우주에 가득 충만한 지혜와 용기, 행운과 건강, 자비와 은총 등, 이 모든 힘찬 에너지들이 여러분들과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국내 지질 전문가도 ‘최고’라고 칭송하는 백룡동굴에는 희한한 모양의 종유석이 많다. 몰지각한 지역민의 탈취로 한번 잘렸다가 다시 붙여진 일명 ‘남근석’. 박미향 기자

국내 지질 전문가도 ‘최고’라고 칭송하는 백룡동굴에는 희한한 모양의 동굴 생성물이 많다. 박미향 기자

그가 안내한 곳이 백룡동굴의 다가 아니다. 전체 길이는 약 1.87㎞. 주굴인 A굴(785m)과 B굴(185m)·C굴(605m)·D굴(300m) 등 3개의 가지굴로 이뤄져 있다. 탐방할 수 있는 굴은 A굴이다. 입장료는 어른 1만8천원(단체 1만4천원), 청소년 1만4천원(단체 9천원)이다. 이날 탐방객 조영혜(61)씨는 “덜 인공적이고 자연적인 동굴이라 좋았다”고 했다. 과학반 체험학습 사전답사차 온 한정헌(46) 상지대관령고등학교 교사는 “과학 수업의 기초가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인데, 이곳은 그런 관점에서 매우 가치 있는 동굴”이라고 했다. 실제 백룡동굴은 고등학생뿐만 아니라 초등학생 등 어린 학생들이 더 좋아한다고 한다. 최 주무관은 “아이들이 날다람쥐처럼 더 잘 다닌다”고 했다. 방학이 되면 아이들과 이곳을 찾는 부모가 많은 이유다. 최 주무관은 말했다. “이곳은 사계절이 다 좋은데 특히 겨울 투어를 추천합니다.” 늘 12.4도를 유지하니 겨울엔 오히려 따스해서 나오기 싫을 정도라고 한다.

‘진짜 동굴 투어지’라고 불리는 백룡동굴에서 이른바 ‘개구멍’으로 불리는 곳을 기어서 통과하는 기자. 평창군 제공

국내 지질 전문가도 ‘최고’라고 칭송하는 백룡동굴에는 희한한 모양의 동굴 생성물이 많다. 박미향 기자

평창군에서도 다소 외진 곳에 있는 백룡동굴을 숙박하며 탐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백룡동굴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어름치마을’이 있다. 최영석 어름치마을 사무국장은 “우리 마을은 ‘아웃도어 액티비티 빌리지’인데 다른 지역 농촌 체험 마을과는 다르다”고 했다. 래프팅, 플라이낚시 등 각종 레저 체험 등을 운영하는 마을기업이다. 숙박 시설도 있다. 다채로운 백룡동굴 연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최근엔 백룡동굴과 밤에 먹이활동 하러 나온 박쥐들을 관찰하는 ‘평생상생 위드 백룡동굴’도 시작했다. 오는 10월31일까지 총 6회 운영한다. 참가비는 3만원. 자세한 내용은 어름치마을 사무국(033-332-1260)에 문의하면 된다.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는 삼척시 환선굴. 걷기 편한 나무·철재 다리가 곳곳에 놓여 있다. 박미향 기자

웅장한 크기에 압도되는 거대 동굴

강원도 삼척시에는 국내 최대 석회암동굴인 환선굴(신기면 대이리 산117)이 있다. 한때 ‘동양 최대’라 불린 웅장한 동굴이다. 2002년 삼척시에서 열린 ‘삼척 세계동굴엑스포’에 참가한 전세계 전문가들이 감탄한 데다. 바로 옆엔 환선굴에 견줘 아담한 대금굴도 있다. 대금굴도 석회암동굴이다. 백룡동굴이 교육용으로 탁월한 지질 생태 동굴이라면, 이 두 동굴은 웅장한 크기에 압도당하고 동굴 내부에 흐르는 폭포에 감탄하는 ‘동굴 경치 맛집’이다.

지난 4일 삼척시청 지질전문가 김준기 주무관이 안내를 맡았다. “5억년에서 4억9천만년 전 한반도는 적도 인근에 있었어요. 수천년간 지구의 판이 흔들리면서 지금 자리에 정착했죠.” 가늠하기 어려운 지구 역사에 경외감이 솟았다.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는 삼척시 환선굴. 걷기 편한 나무·철재 다리가 곳곳에 놓여 있다. 박미향 기자

여행자들은 통상 민간업체가 운영하는 모노레일을 이용해 환선굴 투어를 하지만, 이날은 예외였다. 모노레일 수리로 걸어서 올라야 했다. 환선굴은 해발 500m 위치에 있다. 30도 넘는 더위가 침략군처럼 달려들었다. 하지만 환선굴 들머리에 들어서자마자 안개 걷히듯 더위는 사라졌다. 들어서기 전부터 동굴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기가 여행객을 맞았다. 울창한 숲 사이로 난 나무 데크를 지나 가파른 언덕길을 대략 30여분 올라 도착한 환선굴. 예상 못 한 등반이 환선굴 투어 재미를 오히려 두배로 늘렸다. 더구나 오르는 길에서 100여년 전 만들어진 ‘삼척 대이리 통방아’를 발견할 수 있었다. 물의 힘으로 곡식을 빻는 마을 방앗간 유적이다. 고깔모자 모양을 한 방앗간에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환선굴 가는 길에 만나는 ‘삼척 대이리 통방아’. 100여년 전 만들어졌다. 박미향 기자

환선굴이 있는 대이동굴지대는 1966년 국가 천연기념물(제178호)로 지정됐다. 1997년 개방한 환선굴에는 대략 47종의 생물이 서식한다. 꼬리치레도롱뇽, 알락꼽등이, 관박쥐, 갈루아벌레 등이다. 총길이 6.2㎞ 중 개방 구간은 고작 1.6㎞. 하지만 입구부터 너비가 14m, 높이가 20~30m인데다, 동굴 안도 너비가 20~100m, 높이가 20~30m다. 한톨의 빛도 허용하지 않는 거대한 규모에 경외심이 든다. 환선굴에도 제한이 있다. 반려동물과 음식물은 ‘금지’다. 사진 촬영이나 음주, 흡연도 안 된다. 하이힐 신은 이는 출입이 어렵다.

매표소를 지나자 은하계로 난 트랙 같은 길이 보였다. 시커먼 동굴로 뻗어 있었다. 동굴 내부에는 철재로 만든 단단한 다리가 오르막과 내리막을 교차하도록 설계돼 있었다. 최소화해 설치한 조명이 여행자를 안내했다.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는 삼척시 환선굴. 걷기 편한 나무·철재 다리가 곳곳에 놓여 있다. 박미향 기자

환선굴 안에는 다채로운 볼거리가 많다. 조명으로 만든 무지개다리 조형물. 박미향 기자

“항시 12~15도를 유지합니다. 땅 표면을 달군 여름 열에너지가 땅속까지 전달되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속도가 느리죠. 그 열기가 동굴에 영향을 미칠 때쯤이면 겨울이 돼요. 그 차가운 기온이 동굴에 스밀 때쯤엔 다시 여름이 됩니다. 동굴 기온이 지역 연평균 기온을 반영하는 원리죠. 항상 더운 동남아 동굴이 24~26도를 유지하는 이유도 같아요. 여름과 겨울이 뚜렷한 한국에서 자연이 준 선물이 동굴입니다.” 더위가 빠진 동굴이 주는 평온이 그의 설명과 함께 다가왔다.

‘만물상’이라 명명된 곳에 도착하자 자발적 ‘교육’이 시작됐다. ‘굴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자 ‘유석, 종유석, 석순, 석주, 동굴산호 등 다양한 동굴 생성물이 서식하는’ 곳이라는 설명이 적힌 안내판이 있었다. 천천히 읽는 것만으로 공부가 된다. 환선굴에는 특이한 볼거리가 있는 데마다 ‘꿈의 궁전’(동굴산호, 종유관, ‘베이컨 시트’ 등이 층을 이뤄 성장한 곳), ‘마리아상’, ‘동일광장’, ‘도깨비방망이’(대형 종유석이 자라는 곳), ‘사랑의 맹세’(동굴이 확장되기 전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하트 모양 용식 지형) 등으로 이름 붙은 자세한 설명 판이 있다.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는 삼척시 환선굴. 독특한 풍광을 만난다. 박미향 기자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는 삼척시 환선굴. 호수에 비친 다리가 여행객을 맞는다. 박미향 기자

어디선가 물 냄새가 났다. 잠시 뒤 목도한 풍경. 커다란 호수였다. 호수 위엔 조도가 낮은 조명이 켜진 다리가 놓여 있었다. 호수에 비친 다리는 사진가라면 달려들 근사한 풍경화였다. 무지개 조명으로 장식된 다리를 지나자, 촤르륵 우레 같은 물소리도 들렸다. 유속은 빨랐다. 자연은 제힘 닿는 대로 제 기준에 맞게 달려가고 있었다.

김 주무관이 돌연 박쥐 얘기를 꺼냈다. 미개방 구간 조사 때 수백마리 박쥐가 응집해 있는 광경을 목도했다고 했다. 동굴은 박쥐의 대표 서식지다. 날기에 조류라 생각하는 이도 있지만 포유류다. 코에서 초음파를 쏘아 사냥을 하고 서식지로 돌아온다. 하루살이와 모기가 먹이다. 하루 저녁에 동굴 밖에 나가 대략 3천마리를 먹는다고 한다. 그 수천마리를 1시간이면 소화시킨다. 보존해야 할 박쥐가 서식하는 동굴에 인간은 참으로 무심한 개체다. 암석에 낀 이끼를 가리키며 김 주무관이 말했다. “사람 손이 닿아 훼손된 데죠.”

여행객이 만져 훼손된 환선굴의 암석들. 이끼가 폈다. 박미향 기자

환선굴 투어의 대미를 장식하는 ‘옥좌대’. 박미향 기자

환선굴 여행의 대미는 ‘옥좌대’. 일명 ‘기형 휴석’이라 불린다. 휴석은 동굴 바닥에 흐르는 물에 석회질 성분이 점차 퇴적돼 생긴 둑을 말한다. 옥좌대는 동굴 천장에서 다량의 물이 오랜 세월 시차를 두고 떨어지면서 계단식 논 모양으로 형성된 특이한 휴석이다.

환선굴 총 투어 시간은 2시간. 입장료는 어른 4500원(단체 4천원), 청소년 3천원(단체 2500원), 어린이 2천원이다. 현재 지질 해설사 교육 과정을 마친 해설사 4명이 상주한다고 한다.

모노레일을 타고 대금굴로 향햐는 여행객들. 박미향 기자

환선굴 바로 인근에 붙어 있는 대금굴에선 떨어지는 폭포를 관람할 수 있다. 대금굴 안에 있는 비룡폭포. 삼척시 제공

휴석이 모여 생긴 휴석소. 휴석은 동굴 바닥에 흐르는 지하수 안에 석회질 성분이 퇴적돼 생긴 둑을 말한다. 대금굴에 있는 휴석소. 삼척시 제공

동굴에는 다양한 모양의 종유석이 생성된다. 대금굴에 있는 옥수수 모양의 종유석. 삼척시 제공

대금굴은 삼척시가 운행하는 모노레일을 타고 들어간다. 모노레일에서 자세한 해설이 방송된다. 해설사가 동행한다.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 주제곡이 흘러나오면 여행객들이 따라 부르며 흥을 돋운다. 물이 항상 솟아나 ‘물골’이라 불리며, 국내에서 유일하게 내부 140m 지점까지 모노레일이 들어가는 동굴이다. 2007년 개방했다. 총길이는 1.6㎞이고, 개방 구간은 0.8㎞다. 폭포, 종유석, 석순 등 동굴 생성물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입장료는 어른 1만2천원(단체 1만원), 노인과 청소년은 9천원(단체 8천원), 어린이와 군인은 6천원(단체 5천원)이다. 수시로 동굴 투어가 가능한 환선굴과 달리 대금굴은 사전 예매가 필수다. 사진 촬영은 금지돼 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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