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회차공개]
이춘재의 ‘검찰 수사의 재구성’
조국혁신당이 검찰 인사에 분노한 이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가운데)이 6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봉욱 신임 민정수석(오른쪽)을 소개하고 있다. 왼쪽은 전성환 경청통합수석비서관. 연합뉴스

이춘재의 검찰 수사의 재구성은?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윤석열이 ‘12·3 내란’으로 탄핵소추돼 헌법재판관 전원일치 결정으로 파면됐습니다.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을 일으킨 혐의로 기소돼 형사재판도 받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윤석열은 국민에게 단 한 마디의 사죄도 하지 않습니다. 반성은커녕 온갖 궤변으로 법치를 조롱하고, 극렬 지지자들에겐 궐기를 촉구합니다. 나라가 어찌 되든 말든 저만 살면 된다는 식입니다. 어떻게 이런 후안무치한 대통령이 나왔을까요. ‘윤석열 부부의 친위대’를 자처한 검찰에 원인이 있지 않을까요. 이춘재 한겨레 논설위원이 윤석열 내란의 뿌리를 추적해 봤습니다.
‘8·15 광복 직후 미군정이 친일 앞잡이들을 복귀시킨 것과 같다.’

지난 1일 발표된 이재명 정부의 첫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 대해 조국혁신당 당원들 사이에서 나온 촌평이다. 윤석열 정권에서 잘나갔던 검사들이 검찰 핵심 요직을 꿰찬 것을 친일 청산에 실패한 과거사에 빗댄 것이다. 조국혁신당은 2일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내란세력의 난동을 딛고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인사가 맞나 의문이 든다. 검찰 간부 인사는 재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검찰 고위간부 대부분이 개혁 대상

조국혁신당의 날 선 반응은 합당한 이유가 있다. 이번에 중용된 검찰 간부들에게 고초를 겪은 피해자들이 이 당에 여럿 있기 때문이다. 박은정 의원은 성상헌 신임 법무부 검찰국장이 지휘했던 ‘윤석열 검찰총장 감찰 의혹’ 수사의 피해자다. 문재인 정부 시절 법무부 감찰담당관이었던 박은정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시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을 진행했다. 이 감찰 결과를 토대로 헌정사상 첫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정직 2개월)가 내려졌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이 출범하자 검찰은 이 감찰을 ‘검찰총장 찍어내기용’으로 몰아 박은정을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했다.

윤석열에 대한 감찰은 이미 법원에서 적법성을 인정받았다. 2021년 10월 서울행정법원은 윤석열이 낸 검찰총장 징계 취소 소송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윤석열이 줄기차게 주장한 감찰의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2심에선 정권이 바뀌어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의 ‘패소할 결심’으로 1심이 뒤집혔지만, 재판부는 징계 절차만 문제 삼았다. 심지어 검찰도 2021년 6월 똑같은 혐의로 고발된 박은정에 대해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가운데)이 6월17일 내란·외환 범죄에 대한 구속 기간을 연장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공동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서영교(오른쪽)·이성윤 의원과 법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차규근·이광철·이규원도 ‘보복 수사’로 고통

검찰은 정권이 바뀌자 태도를 확 바꿔 강도 높은 수사를 했다. 2022년 9월 서울중앙지검 1차장이었던 성상헌은 박은정의 노부모가 거주하는 친정집까지 압수수색을 하도록 지휘했다. 감찰 자료가 친정집에 있을 리 만무한데도, 검찰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딸 가족을 만날 생각에 들떠 있는 노부부의 보금자리로 쳐들어갔다. 윤석열 사단의 주특기인 ‘싹쓸이’ 수사였다. 박은정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사로 보복하는 건 검사가 아니라 깡패’라고 했던 윤 대통령 의견에 적극 공감한다. 다만, 그 기준이 사람이나 사건에 따라 달라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썼다. 윤석열이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 시절 박근혜 정권과의 악연에 대해 ‘수사로 보복하는 건 깡패’라고 언론에 말했던 것을 비꼰 것이다.

박은정뿐만 아니라 차규근 최고위원, 이광철 당무감사위원장, 이규원 전략위원장도 윤석열 사단의 정치보복 수사로 4년 넘게 고통을 겪었다. 이들은 문재인 정권 후반기인 2021년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로 시작된 ‘김학의 불법출금 의혹’ 사건 수사의 피해자들이다.

이 수사는 검찰 최악의 흑역사로 꼽히는 ‘김학의 성접대 의혹 사건’ 재수사 결과를 뒤집으려는 목적으로 시작됐다. 문재인 정권은 과거 박근혜 정권 검찰이 박근혜의 총애를 받던 김학의를 두차례나 봐준 것을, 2019년 검찰과거사위원회를 만들어 검찰에 권고하는 형식으로 재수사하도록 했다. 그런데 검찰이 재수사를 시작하기 직전에 김학의가 해외 출국을 시도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었던 차규근과 과거사위원회 파견 검사였던 이규원, 그리고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이었던 이광철이 발 빠르게 대응해 ‘긴급출국금지’로 김학의의 출국을 저지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의 지시로 시작된 검찰 재수사는 김학의를 뇌물 혐의로 기소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후임 총장인 윤석열은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로 문재인 정권과 갈등하게 되자, 청와대에 타격을 줄 목적으로 김학의 사건을 활용했다. 윤석열 사단은 김학의에 대한 긴급출금이 불법이라고 주장하며 차규근·이광철·이규원을 수사해 기소했다. 이들은 1·2심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고, 지난 6월5일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검찰의 편파 수사,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 배제 등 엉터리 기소 탓이다.

차규근, ‘김학의 긴급출금 사건’ 수사 검사 고발

‘김학의 긴급출금’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송강 신임 광주고검장이 지난 4일 오전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송강 당시 수원지검 2차장검사가 이번 인사에서 광주고검장으로 승진했다. 또 수사팀을 이끌었던 임세진 부장검사는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장을 맡게 됐다. 이들에겐 ‘정치보복 수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게 차규근의 생각이다. “윤석열 정권에서 다른 악질적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차규근은 지난 3일 임세진을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조국혁신당의 분노는 지난달 29일 이재명 대통령이 봉욱 김앤장 변호사를 민정수석에 임명했을 때부터 시작됐다. 봉욱은 김학의 긴급출금 사건 당시 ‘검찰 2인자’인 대검찰청 차장검사였다. 당시 김학의가 해외 출국을 하려고 한다는 연락을 받고, 전화를 안 받는 검찰총장(문무일)을 대신해 긴급출금을 승인했었다.

그런데 봉욱은 나중에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에서 김학의에 대한 긴급출금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발뺌했다. 그와 함께 김학의 출국 저지에 큰 역할을 했던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의 사실과 다른 진술로 인해 차규근·이광철·이규원이 대신 고통을 겪었다.

“이규원 검사가 검찰 살렸다” 해놓고 이규원에게 칼 겨눠

지난해 11월25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김학의 긴급출국금지’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한 조국혁신당 이규원 대변인(왼쪽), 차규근 의원(가운데),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법원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차규근 등에게 무죄를 선고한 법원은 봉욱이 김학의에 대한 긴급출금을 승인했다고 판단했다. 유력한 근거는 봉욱이 당시 문무일에게 보낸 다음과 같은 문자메시지다.

‘총장님, 윤대진 국장으로부터 김학의 검사장이 출국 수속을 밟는 것을 출입국 직원이 확인해 급히 긴급출금 조치를 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과거사진상조사단 이규원 검사로 하여금 내사번호를 부여하게 하고 출금 조치를 했다고 해 이성윤 반부패부장으로 하여금 검찰국과 협의해 불법 논란이 없도록 필요 조치를 하도록 지시한 상황입니다. 상세 내용은 내일 다시 보고드리겠습니다. 봉욱 올림’

이 문자메시지는 김학의가 인천공항에서 막 출국 수속을 밟던 2019년 3월22일 밤 11시35분에 전송됐다. 이때 이규원은 집에서 택시를 타고 서울동부지검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는 대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규원이 긴급출금 요청서를 작성해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보낸 것은 그로부터 30분이 지난 23일 0시5분이었다. 대검에서 승인했다는 말을 듣고 조치를 취한 것이다.

근거는 또 있다. 윤대진은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현철 당시 안양지청장에게 ‘김학의 긴급출금은 문무일 총장이 연락이 안 돼서 봉욱 차장이 승인한 것이다. 검찰이 엄청 욕을 먹을 뻔했는데, 이규원 검사가 대응을 잘해서 검찰이 살았다’는 말을 했다. 이현철은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런 내용을 진술했다. ‘검찰을 살린’ 이규원을, 윤석열 검찰은 문재인 정권에 대한 보복 수사를 위한 제물로 삼았다.

이번 검찰 인사에 심기가 불편한 이들은 조국혁신당뿐만이 아니다. 윤석열 사단에 당했던 문재인 정권 인사들도 분노를 삭이고 있다. 이들은 수사와 재판을 받느라 수입이 끊긴 상태에서 거액의 변호사 비용을 마련해야 하는 경제적 고통에 시달린다. 무엇보다 가슴 아픈 건 가족들이 겪는 마음고생이다. 억울함과 울분으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호소한다.

검찰개혁은 콘크리트 같은 검찰 기득권 깨는 것

2023년 10월23일 국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당시 이원석 검찰총장(가운데)이 성상헌 기획조정부장(왼쪽, 현 법무부 검찰국장), 심우정 차장검사와 대화하며 감사장을 나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노무현 정권의 검찰개혁은 당시 대검 중앙수사부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시도조차 제대로 못 해보고 흐지부지됐다. 문재인 정권은 ‘적폐청산’의 함정에 빠져 오히려 검찰의 힘을 키워줬다. 아이러니하게도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이재명 정권은 검찰에 발목 잡힐 일도, 신세 질 일도 현재까진 없다. 단호하고 신속하게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검찰 인사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콘크리트를 예로 들며 “같은 재료만 쓰면 위험하다. 시멘트와 자갈, 모래, 물을 섞어야 단단한 콘크리트가 된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개혁은 콘크리트처럼 굳어진 검찰의 기득권을 깨야 가능하다. 검찰은 궁지에 몰렸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반격한다. 검찰개혁이 매번 실패했던 이유다. ▶한겨레 누리집 ‘오늘의 스페셜’ (https://www.hani.co.kr/arti/SERIES/3211?h=s) 코너에서 이어집니다.

‘윤석열 부부의 친위대’를 자처한 검찰의 문제적 수사를 톺아보는 이춘재의 ‘검찰 수사의 재구성’ 더 많은 이야기를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코너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뉴스 페이지에서는 하이퍼링크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주소창에 아래 링크를 복사해 붙여넣어 읽을 수 있습니다.)

▶‘찐윤’ 이창수 사표, 윤석열 사단 ‘각자도생’ 신호탄이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99518.html?h=s

▶검찰, 칠순 ‘문재인 전 사돈’ 목욕탕까지 찾아가…보복기소의 전말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97145.html?h=s

▶내란 사건 “모자이크식 기소” 비난한 윤석열, 문재인 정권 수사는 더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94803.html?h=s

▶윤석열 역린 건드렸다 ‘집단 린치’ 당한 검사…핵심 참모는 승진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87478.html?h=s

▶윤석열 떠나도 ‘윤석열’ 건재한 검찰, 정권교체 앞장서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85167.html?h=s

▶공안검찰의 ‘용공조작사건’ 빼닮은 ‘사드 배치 지연’ 의혹 수사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201902.html?h=s

▶검사가 국정원 대변…법원도 비판한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204335.html?h=s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9860 짠 음식이 위암 유발한다는데…무심코 먹어도 기준 초과 [건강하십니까] 랭크뉴스 2025.07.12
49859 이진숙·강선우 ‘버티기’… 국힘 “증인 ‘제로’ 자료 ‘맹탕’이 뉴노멀” 랭크뉴스 2025.07.12
49858 "마크롱, 영부인한테 또 한대 맞겠네"…4살 어린 영국 왕세자빈에 '윙크' 랭크뉴스 2025.07.12
49857 달러의 상승 반전…월가선 “트럼프, 무역전쟁에서 승리 중” 주장도 랭크뉴스 2025.07.12
49856 오늘도 최고 36도 불볕더위··· 내일 폭염 '이중 뚜껑' 풀려도 덥다 랭크뉴스 2025.07.12
49855 이 대통령 "골목 살아야 경제도 살아‥가까운 식당 외식에 동참해달라" 랭크뉴스 2025.07.12
49854 김태효 “윤석열 전 대통령 격노 목격”…‘VIP 격노설’ 수사 급물살 랭크뉴스 2025.07.12
49853 '안산 인질 살해' 무기징역 김상훈, 교도소서 동료 수용자 폭행(종합) 랭크뉴스 2025.07.12
49852 “어떤 나라에 태어나고 싶나요”… 10대들이 꼽은 답변 1위 랭크뉴스 2025.07.12
49851 방시혁의 ‘은밀한 계약’...“터질게 터졌다” 랭크뉴스 2025.07.12
49850 미 국무부, 외교관·공무원 1353명에 해고 통보 랭크뉴스 2025.07.12
49849 당내서도 문전박대…조지연 '출판기념회 금지' 설득 분투기, 왜 랭크뉴스 2025.07.12
49848 "트럼프, 내달 50% 구리관세에 정련동·반제품까지 포함" 랭크뉴스 2025.07.12
49847 주유소 기름값 4주 만에 하락‥"다음 주도 내릴 듯" 랭크뉴스 2025.07.12
49846 36도 폭염 피해 12도 동굴로…여기가 별천지로구나 랭크뉴스 2025.07.12
49845 미 국방부 "한미, 전작권 전환 위해 계속 협력 중" 랭크뉴스 2025.07.12
49844 [단독] 장관 후보자 ‘버티기’, 대통령실 인청TF 지침 ‘버팀목’ 삼았나 랭크뉴스 2025.07.12
49843 8월 여·야 전당대회 관전포인트···국힘 당대표는 독배? 랭크뉴스 2025.07.12
49842 이재명 대통령, 삼겹살 외식 후 "골목이 살아야 경제 살아" 랭크뉴스 2025.07.12
49841 안철수 “또 네이버 출신 장관? 끈끈한 후원 보은 아닌가” 랭크뉴스 2025.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