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에서 주민들이 대중교통을 기다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더위를 식히려 맥주 한 잔을 마셨다면, 이미 불법을 저질렀을 확률이 높다.”
바로 인도 뭄바이의 이야기다. 뭄바이에서 술을 마시려면 1949년 제정된 ‘봄베이(뭄바이의 영어식 표기) 금주법’에 따라 주류 허가증을 반드시 소지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최대 6개월 징역형과 1만 루피(약 16만원) 벌금형에 처한다.
이처럼 사소한 것까지 불법인 나라이지만, 인도는 모순적이게도 ‘범죄가 많은 나라’로도 꼽힌다. 현지 법률 싱크탱크 비디에 따르면 2019년 인도 중앙정부가 집계한 범죄는 총 7305건이다. 이는 선진국 중 범죄율이 높은 편인 미국(5199건)보다 많은 수치다.
게다가 전체 범죄 중 75%가 징역형일 만큼 죄질도 안 좋다. 사형 선고도 301건으로, 중국(46건)보다 훨씬 많았다. 다만 인도는 한국처럼 실제 사형을 집행하진 않고 있다.
처벌 수위가 높은 데도, 왜 범죄가 기승을 부릴까. 인도 고위 관계자는 최근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이 법을 지킬 수 없게 만들어 놓고는 무법자라고 낙인 찍는다”고 현실을 토로했다. 지킬 수 없는 법을 양산해, 오히려 범죄율을 올렸다는 것이다.
3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에서 한 남성이 오토바이를 타고 있다. EPA=연합뉴스
실제 인도의 고가도로에선 속도 제한을 시속 30km 미만으로 두는 곳이 적잖다. 공항 보안 검색대를 통과할 때 개인이 소지한 봉투에 향신료가 들었다면 압수하지만, 봉투에 든 즉석 라면은 통과할 수 있다.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에선 동거 커플의 경우 30일 내에 관계를 등록하도록 의무화했고, 미등록 시 벌금은 물론 최대 3개월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게다가 이들 커플이 헤어질 경우에는 ‘탈등록’이라는 명목의 수수료까지 내야 한다.
기업 규제도 마찬가지다. 소기업을 제외한 모든 기업은 상품·서비스세(GST)를 의무적으로 내야 한다. 매출 규모와 관계없이 별도로 매달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주들도 있다.
이런 이유로 인도에서 사업 확장을 꺼리는 기업도 나온다. 인도 정부도 지난해 낡은 규정 183개를 폐지하고 기업 환경 개선을 위한 규제 개혁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법으로 통제하려는 관료주의적 인식은 여전히 건재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