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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 크리에이터가 되는 길…
본보 최기영 기자 8주 과정 참여해보니
누적 업로드 동영상 200억개, 하루 평균 시청 시간 100억 시간. 올해 20주년을 맞은 유튜브가 남긴 숫자다. 국내에선 광고 수익을 창출하는 유튜브 채널 수가 10만개를 넘어섰다.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등 다양한 플랫폼까지 포함하면 온라인 세상 속 크리에이터들의 영향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 구독자수와 조회수가 곧 권력이 되는 시대. 문제는 그 영향력이 반드시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선을 사로잡는 섬네일, 선정적인 주제, “좋댓구알(좋아요, 댓글, 구독, 알림 설정)”을 외치며 자극의 수위를 높여가는 콘텐츠들이 끝없이 경쟁하고 있지만 이를 제어할 제동 장치는 어디에도 없다.

이 같은 자극의 바다 가운데서도 조금 다른 길을 선택한 이들이 있다. 신앙과 미디어, 그리고 따뜻한 연결의 가치를 고민하는 이들이 크리에이터라는 이름으로 세상 속 빛과 소금이 되는 법을 함께 배우고 익히는 모임. 기자는 지난 5월 개강한 ‘넥스트엠 미디어 아카데미’의 12기 수강생이 되어 8주 동안 매주 월요일 저녁 강의 현장에 참여했다. 그리고 물었다. ‘크리스천 크리에이터는 어떻게 될 것인가.’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은 생각보다 더 뜨겁고, 더 진지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강소연

미디어 시대, 복음의 도구를 만나다

지난 5월 12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서대문구 필름포럼에 마련된 강의실에 퇴근길 정체를 뚫고 온 6명의 수강생이 모였다. 현직 전도사, 그래픽 디자이너, 목회자 사모, 언론인 등 일터와 지역 성별 나이는 제각각인 이들 사이엔 ‘기독교적 언어로 콘텐츠를 창조해보겠다’는 교집합이 있었다.

“인류는 늘 어떤 콘텐츠(메시지)를 어떤 수단으로 전할 수 있을지 고민해왔습니다. 여기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즉 세계관이 자연스레 녹아들죠. 그렇다면 포노사피엔스(디지털 문명을 자연스레 이용하는 신인류) 시대의 콘텐츠에 기독교 세계관이 들어간다면 어떨까요.”

정태권 목사가 영상 편집 프로그램 프리미어 프로 사용법을 강의하고 있다. 넥스트엠 제공

유튜브 채널 ‘이들목(이야기를 들려주는 목사)’의 운영자이자 감리교신학대에서 ‘기독교 콘텐츠 제작’을 가르치는 정태권 목사의 이야기에 수강생들의 눈빛이 빛났다. 이들의 시선이 꽂힌 파워포인트 화면엔 사도 바울이 스마트폰을 들고 복음을 전하기 위해 고민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이후 회차별 강의에선 미디어 콘텐츠의 본질과 이론, 촬영과 영상 편집 실습 등 크리에이터로서의 실 경험치를 쌓아 올릴 내용이 다뤄졌다. ‘좋은 기획을 위한 첫 단추’ ‘타이포그래피 선택과 레이아웃’ ‘내게 맞는 지속 가능한 콘텐츠 전달 방식’ ‘알고리즘과 콘텐츠 타깃을 고려한 전략’ ‘섬네일과 콘텐츠 노출 시간’ ‘촬영 및 음향 장비와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등 강의가 진행될 때마다 수강생들의 몰입도도 높아졌다.

이정희(42)씨는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홍보 리플릿을 의뢰받곤 하는데, 강의에서 배운 AI 프로그램을 접목해 슬로건과 기획안을 제작해보니 결과물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초보 크리에이터, 업그레이드 경험

6주 차를 맞아 진행된 팀 프로젝트에선 앞서 5주 동안 갈고 닦은 역량이 하나로 모였다. 프로젝트의 미션은 성경 호세아 6장 3절을 주제로 영상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것. 저마다의 아이디어를 모은 결과 다양한 이단들이 세상을 혼탁하게 하는 상황에 대한 경각심을 주고 하나님을 바로 알기에 힘써야 함을 강조하는 3분짜리 캠페인 영상을 만들기로 했다.

영상 도입부에선 저마다 자기 종파가 여호와를 아는 진리를 전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인물들을 소개하기로 했다. 그 후 ‘진짜로 여호와를 안다는 것은 하나님을 뜻을 기다리며 삶을 살아가는 것’이란 메시지를 성도들의 모습과 함께 보여주기로 구성했다.

팀 안엔 촬영 전문가도, 영상 속 배역을 맡을 배우도, 배경음악으로 활용할 음원을 작곡할 음악가도 없었다. 그런데 앞서 진행된 강의를 통해 업그레이드 한 미디어 역량은 생각했던 것보다 놀라운 결과로 나왔다.

각자 챗GPT를 활용해 성경 구절과 캠페인의 핵심 메시지를 연결하는 기획안, 영상용 대본을 작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견을 모았다. 10여분 만에 한 편의 콘티가 완성됐다. AI 영상 제작 툴인 헤이젠(heygen)을 활용해 각 장면에 삽입될 인물들을 AI로 구현해내고, AI 기반 음성합성 플랫폼 일레븐랩스(elevenlabs)에 대본을 입력해 성우 내레이션을 입혔다. 메시지에 어울리는 은은한 배경음악은 AI 음악 생성 프로그램 수노(Suno)의 몫이었다.

인공지능 넘어 ‘복음지성’으로

최근 수료식을 끝으로 8주간의 여정을 마친 이들은 서로 소감을 나누며 격려를 주고받았다. “유튜브 구독자 100명만 만들어도 성공”이라며 어색한 웃음 속 각오를 나누던 수강생들은 어느새 영상 편집, 콘텐츠 기획, 스토리텔링, 인터뷰 촬영까지 다양한 기법들을 익히며 미디어의 언어에 조금씩 다가섰다.

“이제야 유튜브를 제대로 이해하게 됐다” “신앙과 미디어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보게 됐다”는 고백이 이어졌다. 미디어라는 낯선 땅에 한 발 내디뎠던 이들은 어느덧 ‘복음을 품은 크리에이터’라는 새로운 꿈을 품고 있었다.

매주 월요일마다 직장에서 퇴근하자마자 달려와 강의를 듣던 김예희(35)씨는 “AI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아 영상 콘텐츠로의 경험을 확장해보고 싶어 수강했는데 정말 이해하기 쉽게 강의가 진행돼 배우면서도 신이 났다”며 웃었다.

‘넥스트엠 미디어 아카데미’의 12기 수강생인 김성균 전도사가 지난 5월 카메라를 조작하며 영상 촬영 실습을 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다른 수강생들이 영상 편집을 실습하는 모습. 넥스트엠 제공

의정부의 한 교회에서 사역 중인 김성균(32) 전도사는 “아이들이 재미있게 성경을 배울 수 있는 동화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다”며 “자극적인 내용이 아니더라도 어린이들이 즐겁게 접할 수 있는 미디어 콘텐츠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복음 담은 미디어가 갈 길

크리스천 크리에이터가 된다는 건 단순히 영상 기술을 갖는 거로 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건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복음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그릇’을 빚어내는 일이다.

세대가 바뀌고, 소통 방식이 달라진 시대에 새 미디어는 선택이 아닌 반드시 갖춰야 할 사역의 언어가 되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비대면 예배와 온라인 사역이 일상화되고 영상 콘텐츠와 디지털 플랫폼은 복음의 새로운 통로로 자리 잡았다.

은희승 넥스트엠 대표는 “신앙의 가치를 잃지 않으면서도 미디어 언어를 익히고 창의적 콘텐츠를 제작하는 법을 함께 고민하고 훈련한다는 것이 넥스트엠 미디어 아카데미의 힘”이라며 “미디어로 복음을 전하고자 하는 모든 크리스천은 메시지가 진정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대중의 언어로 풀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자극적으로 소비되는 콘텐츠가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도 온기와 소망을 담은 콘텐츠는 누군가의 상처 난 마음에 닿는다. 8주간 함께한 이들 역시 그 시작은 작고 소박해 보일지 몰라도, 복음의 본질을 지향하는 콘텐츠가 모이고 쌓일 때 결국 세상을 변화시킬 동력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공유하고 있었다.

2022년 9월 처음 개강한 아카데미는 현재까지 179명의 크리스천 크리에이터를 배출했다. 1기 졸업생으로서 찬양 버스킹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송윤서(44)씨는 “넥스트엠 미디어 아카데미는 영상에 문외한이었던 내게 용기를 심어줬다”며 “덕분에 믿음의 동역자들을 만나 지금도 찬양 유튜버라는 비전을 붙들고 하나님께서 열어가실 길을 기대하며 걸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미디어가 가져온 변화의 물결은 신학교에서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과제다. 정 목사는 “설교와 상담, 전통적인 목회 기술만으로는 디지털 시대에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할 수 없다”면서 “예비 목회자들이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소통 방법과 콘텐츠 제작 능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신학교의 교육 과정도 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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