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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으로 금융 불안정을 방어하기 위한 연준의 보험성 금리인하는 실물경제와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장기금리를 끌어올릴 것이다”
그래픽=송영 기자


‘중립금리(neutral interest rate)’는 경제를 뜨겁게도 차갑게도 하지 않는 적절한 기준금리 수준을 말한다. 경제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없이 잠재성장률을 달성하도록 하는 이론적인 균형금리이자 완전고용과 물가안정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데 적절한 기준금리 수준이다.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기준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높으면 경기는 위축되고 인플레이션은 하락한다. 반대로 기준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낮으면 경기는 확장되고 인플레이션은 상승한다. 이처럼 중립금리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정책금리)를 결정할 때 중요한 ‘기준’이자 ‘벤치마크(Benchmark)’가 된다. 다만 중립금리는 잠재성장률과 마찬가지로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없다. 정책의 기준으로 삼기 위해 추정할 뿐이다. 경제 환경이나 분석 방법 등에 따라 중립금리가 달라지기도 한다.

2022년 11월 뉴욕연준은 ‘두 가지의 중립금리(균형금리)’라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실물 거시경제의 균형을 달성하는 ‘자연이자율(natural rate of interest, r-star)’과 금융안정을 달성하는 ‘금융안정이자율(financial stability interest rate, r-double star)’이 따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실물경제의 균형금리’와 ‘금융경제의 균형금리’ 개념인 셈이다.

중앙은행들은 전통적으로 실물경제의 균형금리에 초점을 맞춰 통화정책을 펼친다. 그렇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결과가 나타난다. 두 가지 중립금리 개념은 금융위기 이후의 통화정책과 실물경제, 금융시장을 이해하고 미래의 그림을 그리는 데 도움을 준다.

금융안정(financial stability)이란 쉽게 말해 ‘금융시스템이 불안하지 않은 상태’라고 정의할 수 있다. 금융시스템은 금융기관과 금융시장, 그리고 금융인프라로 구성돼 있다. 이 세 가지 구성 요소가 안정돼 있는 상태를 금융안정이라고 할 수 있다.

금융 불안정 붕괴는 경기침체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실물경제의 균형금리가 금융경제의 균형금리보다 현저히 낮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기준금리 < 실물경제의 균형금리 < 금융경제의 균형금리다. 당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과 유럽의 재정위기로 인해 주요국들은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을 사용할 수 없었고 오로지 통화정책에 의존하여 경기침체를 벗어나야 했다.

중앙은행은 실물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완전고용에 초점을 맞춰 양적완화와 초저금리 정책을 펼쳤다. 일본과 유럽의 중앙은행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하와 채권매입 등 통화완화를 통해 풀린 유동성은 실물경제가 아닌 주식과 채권,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 갔고 그 결과 금융시장에서는 레버리지가 급증하고 거품이 만들어졌다. 금융위기 이후 경제는 안 좋은데 주가만 상승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경제는 침체에 빠지지 않았지만 불안정했고 주식과 채권 등 금융자산 가격은 추세적으로 상승했다. 이 경우 경기침체는 중앙은행 통화긴축의 결과가 아니라 금융시장의 거품 붕괴에 의해 발생한다.

반면 팬데믹 이후에는 실물경제의 균형금리가 금융경제의 균형금리보다 현저히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경제의 균형금리 < 기준금리 < 실물경제의 균형금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팬데믹을 거치면서 주요국들은 회복된 재정 여력을 통해 대규모 재정 확대 정책으로 실물경제의 균형금리가 대폭 상승했기 때문이다.

과도하게 낮아졌던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양적긴축을 통해 과도하게 풀렸던 유동성을 흡수하는 과정에서도 그 이상의 막대한 재정이 풀리고 있다. 재정은 주로 팬데믹 이후 가계의 소비 여력을 확충하는 데 사용되었고 공급망 재편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투자에 지출되면서 직접적으로 실물경제에 영향을 줬다. 연준과 중앙은행들의 강력한 통화긴축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가 견조한 이유다. 그러나 이번에는 만약 중앙은행이 실물경제와 완전고용에 초점을 맞춰 통화긴축을 더 강하게 펼칠 경우 금융시장이 이를 견디지 못하고 파열음을 내기 시작한다.

팬데믹 이후 막대한 재정 확대 정책의 결과 연준의 강한 통화긴축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는 견조했으며 금융시장에는 주기적으로 변동성이 확대되고 금융불안정이 발생하고 있다. 2022년 정부의 대규모 감세안에 반응한 영국의 국채 발작이나 2023년 미국의 지역은행 연쇄 부도, 2025년 일본의 초장기 금리 급등 등이 그 사례들이다. 이 경우 경기침체는 통화긴축의 결과가 아니라 금융불안정의 붕괴에 의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불안정에서 시작된 붕괴는 실물경제를 더 깊은 침체로 빠뜨린다.

약한 고리 주의

금융 불안정을 발생시킬 약한 고리들에 주의해야 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추가 재정 확대 정책에 따른 장기금리 상승 또는 인공지능(AI) 관련 대형 기술 성장주에 집중된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도 잠재적인 불안요인이다.

연초 금융안정위원회 의장인 리사 쿡 연준 이사는 “정책금리는 시간을 두고 보다 중립적인 기조로 이동해 가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미국 금융시스템은 건강하고 탄탄하다. 다만 사모크레딧, 스테이블코인, 사이버 이벤트, AI에 의한 시스템 트레이딩 영역 등에 취약성이 있는지 모니터링 중이다”라고 언급했다.

수년 전부터 기업들의 기업공개(IPO)나 자금조달 과정에서 사모펀드나 헷지펀드, 벤처캐피털 등 그림자금융의 영향력이 대폭 확대됐다. 이들의 데이터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투자처나 레버리지 수준을 알기도 어렵다. 고금리가 지속되는 과정에서 그림자금융이 취약한 고리가 될 위험이 있다.

현재는 대규모 재정 확대의 영향으로 실물경제의 균형금리가 금융경제의 균형금리보다 현저히 높은 상황으로 추정된다. 금융경제의 균형금리 < 기준금리 < 실물경제의 균형금리다. 연준의 통화긴축이 실물경제의 중립금리에 근접할수록 이를 견디지 못하는 금융시장의 불안정은 커진다. 금융 불안정을 방지하기 위한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는 적절하다. 이론적으로는 금리인하와 함께 재정긴축이 병행되어야 하겠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감세 연장 정책 등을 감안했을 때 예산 규모를 줄이는 재정긴축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만약 주식시장이 불안정하게 움직인다면 연준은 금융 불안정을 방지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추가로 더 인하할 가능성도 있다. 높아진 실물경제의 중립금리를 감안할 때 금융시장을 지지하기 위한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는 이제 막 진정되기 시작한 실물경제와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향후 경기침체는 통화긴축에 따른 실물경제의 침체가 아니라 금융 불안정의 붕괴에 의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역설적으로 금융 불안정을 방어하기 위한 연준의 보험성 금리인하는 실물경제와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장기금리를 끌어올릴 것이다. 글로벌 주식시장의 상승 흐름을 즐기되 향후 리스크는 실물경제가 아니라 그림자금융 등 금융 불안정의 붕괴 가능성을 면밀히 살피면서 가야 한다.

신동준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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