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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직척수염 환자의 여름나기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허리가 뻣뻣하고 심한 통증이 느껴진다. 김모씨(39)처럼 강직척추염을 앓는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공통된 증상이다. 예전 같으면 이런 증상이 특히 밤사이 기온이 떨어지는 환절기에 심했지만 최근에는 여름에도 만만찮게 통증이 커진다. 열대야 때문에 밤새 에어컨을 켜둔 데다 이불도 잘 덮지 않고 잔 탓이다. 김씨는 “주변 온도가 내려가면 강직척추염 증상이 심해지는 느낌이 든다”며 “오히려 겨울에는 이불로 꽁꽁 싸매고 자니 일어나서 몸만 잘 풀어주면 괜찮은데 여름엔 냉방 온도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면 아침에 더 뻣뻣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직척추염은 척추와 천장관절에 반복적으로 염증이 생기는 만성질환이다. 등과 허리가 굽고 뻣뻣해지는 증상이 대표적이며 초기에는 대부분 엉덩이 주변 천장관절부터 염증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양쪽 엉덩이뼈가 번갈아 아프다 병이 진행되면서 가슴 뒤편 흉추까지 퍼지면 가벼운 기침이나 손으로 누르는 정도의 압력에도 흉통이 생긴다. 관절과 척추가 뻣뻣해지고 아픈 증상은 움직임이 줄어드는 수면 중에 심해져 아침 기상 무렵이 가장 힘들 수 있다. 또 밤중에도 통증 때문에 자다가 깨는 환자도 많다. 반면 낮이 되어 활동량이 늘면 통증은 잦아든다.

이렇게 척추 관절에 염증이 반복되면 변형이 생길 수 있다. 질환이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알아채지 못하고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했다가는 관절이 점차 굳으면서 움직임이 둔해지기 쉽다.

발병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면역계의 이상으로 발병하는 류마티스질환의 일종으로 분류되며, ‘HLA- B27’이란 유전자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밖에 감염, 외상, 스트레스 등도 영향을 끼친다.

척추·천장관절에 반복적 염증 발생

밤새 틀어놓는 에어컨 바람에 악화

수면 중 심해져 아침에 가장 힘들어


잘 땐 얇은 이불로 관절 부위 덮어야

하루 1.5~2ℓ충분한 수분 섭취 필요


항염증제·항류마티스제 등으로 치료

때 놓치면 ‘굽은 등’ 원상회복 어려워


강직척추염 환자의 여름나기가 쉽지 않은 이유는 증상이 기온과 습도 변화에 따라 민감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냉방으로 바깥과 실내 간의 온도차 확대, 과도한 땀 배출에 따른 탈수 같은 요인이 증상 악화를 부를 수 있다.

이상헌 건국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기온이 낮아지면 혈류가 둔해지고 근육과 인대가 수축되고 경직되면서 통증이 더욱 악화된다”며 “기온과 습도의 변화는 염증 질환의 활성을 자극하는 요인 중 하나로, 증상 악화를 겪는 환자들이 이 시기에 병원을 더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강직척추염 증상을 조기에 잡고 더 진행되지 않도록 막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약물치료를 시행한다. 염증이 잘 발생하는 부위가 관절 주위 힘줄이 부착되는 지점이므로 항염증제로 이곳의 염증을 억제하는 것이 우선이다. 여기에 항류마티스약제와 면역조절제 등을 꾸준히 복용하면서 운동요법까지 병행하면 척추 강직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어 일상생활에서도 거의 지장을 받지 않는다. 다만 염증은 기온·습도 같은 외부 환경을 비롯해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다시 나타나 병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혈액·영상검사를 받아 몸 상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강직척추염은 남성 환자 비율이 높아 전체 환자의 약 70%를 차지하고, 연령대로 보면 20~40대에서 주로 발병하는 경향을 보인다. 활동량이 많은 연령대에서 흔히 발생하는 만큼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계절 변화에 따른 증상 악화를 줄이기 위해선 생활습관 관리 또한 필수적이다. 아침 시간대에는 따뜻한 물로 샤워하거나 온찜질을 통해 뻣뻣한 관절을 풀어주는 것이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또 규칙적인 스트레칭과 저강도 운동은 관절의 가동성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며 염증 반응을 줄이는 데도 효과적이다. 아침 운동 전 반드시 체온을 높일 수 있게 준비운동을 먼저 한 뒤 과격한 운동보다는 서서히 가동범위를 늘려주는 가벼운 운동을 이어서 하면 좋다.

밤에는 체온이 지나치게 떨어지지 않도록 얇은 이불로 관절 부위를 덮으면서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 과도한 음주는 탈수를 유발해 근육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가급적 피해야 하며 음주를 했다면 수분을 충분히 보충해주는 것이 좋다. 여름철 자주 발생하는 감염성 설사 등은 척추염이 재발·악화하는 데 큰 영향을 주므로 음식물 위생관리에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이상헌 교수는 “여름철에는 에어컨 바람이 관절 부위에 직접 닿지 않도록 주의하고, 하루 1.5~2ℓ 정도의 충분한 수분 섭취가 필요하다”며 “실내외 온도차로 인해 근육과 인대가 긴장할 수 있으므로 가벼운 스트레칭을 짧은 시간이라도 자주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남성 환자의 비율이 높은 질환이지만 여성 환자도 30%가량 된다. 초기 엉덩이 관절에 나타나는 통증은 대체로 여성이 더 심한 경우가 많다. 여성 환자 역시 젊은 연령층에서 발병하는 비율이 높으므로 이 질환을 앓고 있다면 임신과 출산에 대한 고민이 커질 수 있다. 하지만 다행히 강직척추염 때문에 임신·출산이 불가능하거나 막대한 지장을 받는 일은 드물다. 특히 출산 시 골반 주변 관절이 뻣뻣하게 강직돼 분만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일반적인 산모가 상황에 따라 자연분만과 제왕절개 중에서 결정을 내리는 것처럼 강직척추염을 앓는 산모도 다르지 않다. 이상훈 강동경희대병원 관절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임신 중에도 약물로 병의 치료가 가능하고 출산도 가능하다”며 “병이 진행되어 골반의 엉치뼈와 좌우 엉덩이뼈 사이의 관절인 천장관절의 강직이 왔다고 하더라도 자연분만에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강직척추염은 척추 외에도 전신에서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치료를 게을리해선 안 된다. 무릎·발목·발가락 등의 말초 관절염이나 아킬레스건염, 족저근막염 등도 동반되기 쉽다. 힘줄이나 인대가 뼈에 부착되는 부위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 강직척추염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척추와 관절 외에도 눈에 포도막염이 생겨 통증과 발적, 시력 저하가 생기거나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같은 염증성 장질환이 함께 발생하는 환자들도 있다. 그밖에 대동맥판 기능부전, 심장판막질환 등 심혈관계 합병증과 건선, 골다공증을 포함해 콩팥과 전립선, 폐 등 온몸 이곳저곳에서 다양한 증상이 동반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치료 시기를 놓쳐 척추 관절이 붙어버리면서 결국 척추 전체가 굳어지면 굽은 등을 펴 원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매우 어려우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엉덩이나 어깨관절이 심하게 손상되거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등뼈가 구부러지면 인공관절로 대체하거나 등뼈를 펴기 위한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이상훈 교수는 “염증이 지나가고 나면 조직들이 서로 엉겨붙어 굳기 때문에 꾸준한 운동이 중요하다”며 “재악화를 막기 위한 규칙적인 생활과 스트레스 조절도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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