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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보는 폭염과 활주로]
폭염 때 활주로에 물을 뿌리는 살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인천국제공항공사
‘8만 4000ℓ.’

연일 낮 기온이 섭씨 30도를 훌쩍 넘는, 그야말로 견디기 힘든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폭염특보가 계속되던 울산에선 아스팔트 도로가 마치 녹아내린 것처럼 파손되는 일도 생겼는데요.

높은 기온과 맹렬한 햇살 때문에 도로 표면온도가 섭씨 40~50도 이상 올라가는 탓에 포장에 이상이 생겨 도로가 솟거나 갈라질 가능성이 커진다고 합니다.

이렇게 도로가 파손된 사실을 모른 채 차량이 지나게 되면 큰 충격이 가해져 자칫 사고가 발생할 확률도 높아지는데요. 고속도로와 국도, 시·군도 등 각급 도로를 관리하는 기관들에서 폭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난 7일 울산 북구의 한 도로가 폭염 속에 녹아내린 듯 파손됐다. 연합뉴스

이 같은 불볕더위에 긴장을 늦추지 않기는 쉴 새 없이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인천공항도 마찬가지인데요. 인천공항은 길이 3750m짜리 3개와 4000m짜리 1개 등 모두 4개의 대형 활주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200여개가 넘는 계류장(비행기 주차장)도 있는데요.

각종 항공기가 연이어 이착륙하는 활주로는 조금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아찔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계류장 역시 문제가 생기면 비행기 파손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게 활주로와 계류장의 표면온도를 낮춰 이상 가능성을 줄이는 일일 텐데요. 이 때문에 인천공항에선 하루 최고 기온이 섭씨 33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되면 활주로와 계류장에 물을 뿌려 온도를 낮추는 살수 작업을 합니다.

활주로는 항공 교통량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보통 가장 뜨거운 오후 2~4시 사이에 살수 작업을 한다고 합니다. 시간은 20~30분가량 걸리며, 하루에 활주로 한곳씩만 작업이 이뤄지는데요. 최고 기온이 기준보다 떨어지면 물 뿌리기는 중단됩니다.
인천공항은 4개의 대형 활주로와 200곳 넘는 계류장을 갖고 있다. 사진 인천국제공항공사

이러한 살수 작업에 사용되는 장비는 총 8대이고, 물은 소방수를 사용하는데요. 한 번에 뿌리는 양이 활주로는 4만 4000ℓ, 계류장은 4만ℓ에 달합니다. 도합 8만 4000ℓ로 이를 흔히 마시는 500㎖ 용량의 생수로 환산하면 무려 16만 8000병에 해당합니다.

이렇게 엄청난 양의 물을 뿌리면 섭씨 60도에 육박하던 활주로 온도가 10도 이상 떨어진다고 하네요. 그런데 인천공항의 활주로가 해가 갈수록 심해지는 폭염을 여태 무탈하게 견뎌낸 비결은 살수 작업 말고도 또 있습니다.

인천공항에 따르면 활주로는 일주일간 평균 최고 표면온도가 섭씨 70도 정도로 지속될 때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 및 시공됐다고 하는데요. 통상 한 여름에 활주로 표면온도가 섭씨 60도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애초부터 이보다 더 극한 상황도 견딜 수 있게 만들어졌다는 의미입니다.
김주원 기자 [email protected]

활주로가 이처럼 튼튼한 데는 남다른 두께도 한몫하는데요. 활주로는 최대 이륙 중량이 300~600t에 달하는 대형 항공기들이 전속력으로 달리면서 엄청난 하중을 가하기 때문에 상당히 두껍게 건설합니다.

이착륙 때 가장 하중을 많이 받는 활주로 양 끝단은 콘크리트로 포장하는데 두께가 70㎝이며, 다른 부분의 아스콘 포장은 90㎝나 된다고 하는데요. 일반 고속도로의 아스콘 포장 두께가 30~40㎝인 걸 고려하면 두배를 훌쩍 넘는 셈입니다.

숨이 탁 막히는 폭염 속에서도 인천공항에서 비행기가 원활하게 뜨고 내릴 수 있는 건 첨단의 활주로 설계와 시공, 그리고 시의적절한 살수 작업이 어우러진 덕분인 듯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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