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30일 서울 시내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시민들이 상영작 예고 영상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영화 티켓값이 더 오르는 건 아니겠죠?” “우리 영화관은 그대로 남아 있을까요?”
멀티플렉스 업계 2·3위 사업자인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합병을 추진하면서 영화 시장의 다자 구도가 출렁이고 있다. ‘메가 멀티플렉스’의 탄생으로 침체기인 영화 산업이 반등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실제 합병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티켓값 인상 등 경쟁 저해 우려를 불식시키는 게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대형 멀티플렉스인 롯데컬처윅스와 메가박스중앙이 합병을 위한 사전 협의를 지난달 10일 접수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은 각각 영화 투자배급업(롯데엔터테인먼트·플러스엠) 및 영화관(롯데시네마·메가박스)을 운영하고 있다. 사전 협의는 경쟁제한 우려 등 기업결합 심사에 필요한 자료를 심사 개시 전 미리 제출하는 제도다.
두 회사가 합병되면 영화 시장도 크게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스크린 수는 CGV 1346개, 롯데시네마 915개, 메가박스 767개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 합병 시 CGV의 스크린 수를 넘어선 ‘메가 멀티플렉스’가 탄생한다. 영화관 시장의 경쟁도 양강 구도로 재편된다.
두 회사의 합병은 최근 영화계 불황과 연관돼 있다. 올해 상반기 영화관 누적관객 수는 4250만명으로 전년 동기(6293만명)보다 2000만명 넘게 줄었다. 지난해에는 ‘파묘’ ‘범죄도시4’ 등 관객을 영화관으로 이끌 흥행작이 있었으나 올해는 그마저도 전무하다. 2004년 이후 21년 만에 연간 누적 관객이 1억명을 밑돌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두 회사의 재정 상황도 좋지 않다. 지난해 롯데시네마는 영업이익이 3억원에 그쳤고, 메가박스중앙은 134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두 회사의 합병은 영화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쟁점은 두 회사 합병 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회원사’를 어떻게 할지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는 현재 직영점 외에 기존 동네 극장에 브랜드를 빌려주고 이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 식으로 영화관을 위탁 운영해왔다. 이렇게 위탁 운영되는 영화관 비율은 30%를 넘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 합병 시 영화관이 몰려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회원사 통폐합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폐점 요구가 이뤄질 경우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시장 경쟁이 더 위축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도 과제다. 지역에 영화관이 소수만 남을 경우 독과점 효과가 커져 관객을 유치하기 위한 프로모션을 할 유인이 떨어질 수 있다. 현재 영화관 티켓 정가는 1만5000원선이지만 통상 프로모션을 받아 객단가(실제 구매가)는 1만원 안팎이다. 프로모션이 축소되면 사실상 티켓값이 올라가는 효과가 발생한다.
공정위는 향후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필요할 경우 시정조치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티켓 가격이 오르지 않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며 “회원사 입장에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신들이 어떻게 되는지가 주 관심사기 때문에 이들의 의견을 수렴해 심사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