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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상법개정안 관련 공청회에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 ‘더 센’ 상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가 격돌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경영권 침해’인지 ‘소액주주 보호’인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후속 상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앞서 국회는 여당 주도로 지난 3일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특수관계인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 전자주주총회 도입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공청회에선 당시 여야 합의로 보류된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임 시 1주당 선임하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주주에게 부여하는 제도다. 또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는 최소 분리선임 인원을 현행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대주주의 찬성 없이도 소액주주가 지지하는 이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커진다. 민주당은 이번 7월 임시국회에서 후속 입법을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기업 성장동력 훼손“vs“오히려 대주주에 도움”
반대 측 전문가들은 이같은 제도들이 시행될 경우 주주총회와 이사회 운영에 차질이 생기고, 자칫 해외로의 기밀 유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진술인으로 출석한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장회사의 주총이 다양한 목적을 가진 주주집단 간의 갈등과 투쟁의 장이 될 것”이라며 “이사회는 파행을 겪기 쉽고, 연구개발(R&D) 투자 축소, 고배당 정책 확대 등 단기 이익에 치중한 의사결정이 강화돼 기업 성장동력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은 2019년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를 상대로 경쟁사의 최고경영자(CEO) 등을 감사위원 후보로 주주 제안한 바 있다”며 “분리선출이 확대될 경우 외부 이사의 진입이 더욱 용이해질 것이고, 제품 개발과 가격 등 핵심정보 유출로 인한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상실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정 부회장은 상법을 개정하더라도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은 포이즌필, 차등의결권, 황금주 등 주요국에서 도입하고 있는 경영권 방어 수단이 전무하다”며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대한 주주의 요구까지 커지면서 경영권 방어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열린 상법 추가 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김우찬 고려대 교수가 진술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윤태준 주주행동플랫폼 액트 소장. 연합뉴스
반면 찬성 측 전문가들은 기업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라고 맞섰다. 민주당 진술인으로 나온 윤태준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 기업지배구조연구소장은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대규모 상장회사에서 소액주주가 이사 선임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라며 “집중투표제 도입 이후 기업가치와 경영 투명성이 개선됐다는 실증 연구도 다수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계는 투기 자본의 경영권 공격을 우려하지만,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임에 관한 제도로 경영권 탈취와 무관하다. 실제로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국가에서 경영권 남용 사례를 거의 보고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 교수도 “이사회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며 “단순히 주주뿐만 아니라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줄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대주주와 경영진을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동주의 펀드가 단기 실적만을 추구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무리하게 주주환원을 요구하게 되면 주가가 하락해 오히려 본인들의 투자 수익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며 “미국은 행동주의 펀드가 추천한 독립이사 비중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기밀 유출로 논란이 된 적 없다”고 지적했다.



여야도 “지나친 공포 마케팅”vs“경영권 위협 현실”
여야 의원들도 격돌했다. 검사 출신인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경영계 우려는) 외국인 주주들, 국내 소수주주들이 국내 대주주에 대해 경영권 탈취라는 목표를 갖고 똘똘 뭉쳤을 때 극히 예외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라며“(상법 개정) 반대 논리는 마치 소수 정당이 제1당이 돼 정권까지 다 차지하는 상황을 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공포 마케팅’”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전현희 의원도 “대한민국 주식 시장은 오랜 기간 투명하지 못하고 낡은 지배구조 때문에 해외 투자자로부터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라는 수모를 겪어왔다“며 “기업의 투명성 강화와 주주 보호를 통해 국내 자본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개정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상법 개정은) 소액주주와 대주주의 구도가 아닌, 외국인 주주 및 헤지펀드와 국내 투자자 구도로 봐야 한다”며 “외국인 주주들에 대한 위험성은 현실적으로 일어나지 않을 공포 마케팅이 아니라 이미 SK·소버린 사태 때 보여줬다“고 반박했다. 앞서 2003년 소버린자산운용은 SK 주식 14.99%를 5개 자회사로 나눠 매입해 경영진을 압박했다. 결국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가 오르자 소버린은 9459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두고 철수했다.

곽규태 국민의힘 의원도 “집중투표제는 외국에서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오히려 한국 기업에만 적용되는 과도한 규제 때문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발생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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