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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더중플-어느 유품정리사의 기록 그들은 왜 쓸쓸한 결말을 맞았을까요. 왜 고독에서 탈출하지 못했을까요. 스스로 고립을 택한 그들의 이야기. 유품정리사 김새별 작가가 삶과 죽음에 대해 묻습니다.

중앙일보 유료구독 서비스 더중앙플러스가 ‘어느 유품정리사의 기록’(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130)을 소개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더중플’ 구독 후 보실 수 있습니다.
몇 년 전 청주에 있는 한 아파트 관리실로부터 의뢰를 받았다.
입주자 대부분 홀로 거주하는 곳이다. 고독사와 같은 일이 잦다. 사건이 생겨도 유가족이 뒤처리를 거부한다. 아예 가족을 못 찾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 무연고자 처리가 되기 때문에 결국 아파트 관리실 측에서 연락해 올 때가 많다.

더러 의뢰를 받는 현장이기 때문에 홀로 살던 어르신의 죽음으로 알았다. 막상 가 보니 고인은 50대 초반의 남성이었다.

집 안은 치우지 않은 음식물이 말라 비틀어져 있었고, 설거지 거리가 널부러져 있었다. 물론 그보다 더 많이 방 안에 뒹구는 건 술병들이었다.
간단히 묵념을 하고 유품정리를 시작했다. 먼저 사고가 발생한 장소의 흔적을 먼저 치우기 시작했다. 술병은 한 곳에만 쌓여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시신이 있던 자리에도 술병이 굴러다녔다.

‘술을 너무 많이 드셨네.’
내가 가는 고독사 현장의 70% 이상은 술병이 가득했다. 내가 하는 일은 과도한 음주가 얼마나 건강을 해치는지 몸소 느낄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하다.

이런 현장에 가 보면 술병만큼이나 굴러다니는 것이 동전이다. 왜 그럴까. 늘 보지만 아직도 납득할 만한 이유를 모르겠다. 나도 이유를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동전을 보면 줍지 않고 견딜 수가 없다. 10원짜리는 그냥 지나칠 법도 한데, 장갑을 껴서 무뎌진 손으로 부패물에서 흘러나온 기름기가 잔뜩 묻은 동전을 줍는다. 나도 내가 왜 이걸 줍고 있는지 답답할 때가 많다.
이렇게 고인의 집 안 곳곳에서 주워담은 동전들은 깨끗이 씻고 말려 유가족에게 전달하지만 손도 대기 싫어하는 이들도 있다. 무연고자인 경우 전해줄 이들도 없다. 나는 그렇게 버려진 동전들을 모아놓았다가 연말 자선냄비에 한꺼번에 기부하곤 한다.

이번에도 한창 청소를 하며 동전을 줍고 있을 때였다. 웬 할머니 한 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 무슨 일이세요?”
고독사 현장은 굳이 막지 않아도 누구든지 들어오는 것을 꺼려 한다. 갑작스러운 노인의 등장에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내가… 내가 이 집에 살아요….”

“네?… 네?”

고독사 현장이기 때문에 누군가 같이 살 것이라곤 생각을 하지 못했다. 관리실 직원이 출근하기 전에 일부터 시작했던 터라, 고인에 대한 아무런 이야기도 듣지 못한 상황이었다. 정말 당황스러웠다.

이런 임대아파트의 비밀이라고나 할까. 사실은 가족이 함께 사는 경우도 있지만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다. 근로 능력이 있는 자식이나 형제가 함께 살게 되면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암암리에 무단으로 자식들과 함께 사는 것이다.

“죽은 아이가 내 아들이에요….”
할머니는 눈가가 그렁그렁해졌다. 이내 눈물이 줄줄 흘렀다.

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 사진. 연합뉴스
“애가, 술만 마시면 물건을 던지고 때리고 소리 지르고. 처음엔 참고 견뎠는데 이러다가 정말 죽겠다 싶어서…. 아침에 밥을 차려놓고 나갔다가 밤에 아들이 잠들면 조용히 들어와서 자고 그랬어요.”

“….”

“그러다가 잠이 깨면 갑자기 우르르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고. 눈만 마주쳐도 사납게 변하거든. 그럴 땐 며칠 아는 사람한테 신세를 지고 조용해질 때쯤 들어왔지.”

“…네.”

“자식이라곤 저거 하나라. 애가 어릴 때 아비를 잃고 내가 혼자 키웠거든. 내가 죄인이지, 내가 죄인이야. 오냐오냐 금이야 옥이야, 바람 불면 날아갈까, 아비 없이 자라는 게 불쌍해서 뭐든지 뜻대로 하라고 키웠어…. 내가 죄인이야.”

겉으로 내색은 안 했지만 이미 내 속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아무리 아비 없이 자라 불쌍해도 옳고 그른 건 알려주고 혼내고 키우셨어야지. 세상에 부모 없이 사는 사람도 많은데, 엄마 혼자 키웠다고 아들이 뭐 그리 불쌍했냐고. 애를 얼마나 오냐오냐 키웠으면 다 늙은 어미를 때리냐고.

머릿속에 떠도는 말들이 입 밖으로 나올까 봐 나는 생수만 벌컥벌컥 들이켰다.

“내가 정말 염치가 없는데…창피하지만 부탁드립니다”

이어 할머니가 꺼낸 말에 더 놀랐다.

(계속)

할머니의 부탁은 김새별 작가를 울컥하게 했습니다.
씁쓸한 사연의 내막,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50대 ‘못된’ 아들 죽은 뒤, 매맞는 할머니 마지막 부탁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91500


〈어느 유품정리사의 기록〉 더 많은 사연을 보시려면?

“이거다!” 큰오빠 환호했다…동생 죽은 원룸 속 보물찾기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38846

여고생 숨진날 아빠도 죽었다…“어이없는 양반” 아들의 분노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42647

아빠 죽어도 안 울었다…딸이 모른 '비닐봉지 비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4948

‘미친개’ 아들에 질려버렸다…엄마가 죽고 5년뒤 생긴 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7786

한여름, 어느 의사의 고독사…친형은 외제차 타고 나타났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28749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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