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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서 3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했다. 올해 한·미 양국에서 정부가 교체됐음에도 북한 비핵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한국은 동시에 남북 간 긴장 완화와 대화 재개에도 무게를 두며 전임 정부와는 달라진 기조를 보였다.

박윤주 외교부 제1차관(오른쪽)이 1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에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가운데),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상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외교부

11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외상과 약 40분 동안 회의했다. 박 차관은 "취임 후 첫 소다자 회의로 한·미·일 외교장관회의를 개최한 것은 국익 중심 실용외교 기조 하에서 한·미·일 협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우리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3국 간 단합을 공고히 하며 가시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해 나가길 기대한다"고도 덧붙였다. 박 차관은 루비오 장관에게 지난 4일(현지시간) 텍사스 홍수 피해에 대한 위로도 전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주요 의제 중 하나는 북한 문제였다. 외교부는 "3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가 확고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며 "3국 간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강력한 대북 억제를 유지하며 한·미·일 안보 협력을 확대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한군 파병 동향 등 북·러 군사협력과 핵·미사일 개발의 돈줄인 암호화폐 해킹 등 사이버 범죄 대응을 위한 공조 방안도 논의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박 차관은 남북 긴장 완화와 대화 재개를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설명하면서 "미국, 일본 측과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는 최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고 귀환 의사를 밝힌 북한 주민을 송환하는 등 긴장 완화를 위한 조치를 연이어 취했는데, 새 정부의 대북 기조에 대한 미·일의 공조를 구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 또한 1기에 이어 북한과의 정상급 소통 재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외교부는 "3국이 역내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정 유지를 위해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의 역내 영향력 확대 시도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회의 관련 일본 외무성은 보도자료를 통해 "한·미·일은 강압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를 포함한 지역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혀 중국 견제 논의가 이뤄졌다는 점을 보다 명확하게 시사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 최근 한·일 정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다음 달 1일부터 발효되는 25%의 상호관세를 통보받았다. 다만 한·일 모두 회의 보도자료에서는 양자 협상으로 진행 중인 통상 이슈를 부각하기보다는 경제안보 측면에서 3국 협력을 강조했다. 외교부는 "3국이 에너지·조선 등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핵심광물을 포함한 공급망 안정과 인공지능 등 핵심·신흥 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회의에선 박 차관이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한·미·일 협력의 상징으로 언급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일본 소니 그룹이 미국에 설립한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이 'K팝'을 주제로 한 해당 작품을 제작해 미국 플랫폼인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로 퍼뜨렸다는 점을 소개한 것이다. 이에 루비오 장관은 "아직 보지 못했지만 '오징어 게임'은 재미있게 봤다"고 답했다. 이와야 외상도 "K팝을 좋아한다"고 화답했다.

1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서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대화하는 모습. AP=연합뉴스

루비오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기념촬영 뒤 박 차관에 따로 인사를 건네며 호의를 표했고, 이어지는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서도 박 차관과 30초 동안 따로 대화했다. 외교부 장관 임명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한국에선 차관이 참석했는데도 미국 주도로 3국 장관급 회의가 열린 것 자체가 그만큼 미국이 한·미·일 협력을 중시한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회의에는 한국 외교부에서 백용진 한반도정책국장, 이원우 북미국 심의관, 이동준 북미1과장, 최소정 차관 보좌관 등이 배석했다. 미국 국무부에서는 앨리슨 후커 미 국무부 정무차관, 션 오닐 국무부 동아태국 고위관리, 마이클 안톤 정책기획국장, 토마스 피곳 부대변인이 참석했다. 일본 외무성에서는 가나이 마사아키 아시아대양주국장, 마에다 슈지 북동아2과장, 마에다 슈지 사사키 케이치로 북동아2과 차석, 나카이 유이치 외상 비서관이 배석했다.

이날 오후 열린 ARF 본회의에는 한국을 비롯해 미·중·일·러 등 주요국 외교 수장이 한자리에 모였다. 의장국인 말레이시아의 모하메드 하산 외무장관은 "주요국 경쟁 심화, 경제 분열, 기술 변화, 초국가적 안보 위협 등 전략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계속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2000년 ARF 가입 이후 처음으로 올해 회의에 불참한 북한의 경우 단상에는 인공기가 걸려 있었지만 회의장에는 좌석이 마련되지 않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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