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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살이’ 국힘 혁신위의 ‘1호 혁신안’
국민의힘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제1차 혁신위원회 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기 전 마이크를 조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집권 여당으로서 국리민복과 국가발전을 위해 당이 추구해야 할 가치와 역할을 망각했다. 계파정치라는 구태를 극복하지 못하고 눈앞의 이익만 좇다가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잃고 급기야 야당의 하나로 전락한 참담한 현실을 맞았다. 무사안일주의와 정치적 타락은 자유민주 진영의 분열을 초래하면서 총선 공천 실패, 대통령 탄핵, 대선 패배라는 쓰라린 결과로 이어졌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직시하고 자기 혁신에 모든 노력을 경주할 때다.”

두 번째 ‘탄핵 대통령’을 배출한 국민의힘의 자기 반성문처럼 보이지만, 이는 박근혜 탄핵으로 치러진 2017년 대선에서 패배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출범하며 내놓은 혁신선언문 일부다.

뉴라이트 계열인 유석춘 연세대 교수가 위원장을 맡은 혁신위는 혁신선언문 1번을 ‘1948년 대한민국 건국’으로 채우는 등 친박 농단→총선 패배→국정농단→박근혜 탄핵→대선 패배로 이어진 ‘보수 대몰락’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과 처방에 모두 실패했다.

그런 혁신위도 출범 한달여 뒤인 2017년 9월13일 ‘보수우파 정치세력의 대통합을 위한 인적 쇄신’ 방안을 발표했다. 혁신위는 “보수우파 정치 위기에 대한 책임을 규명하는 과제에서 현 자유한국당 지도부도 결코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당원과 국민을 상대로 스스로 희생하고 헌신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박근혜와 친박 핵심 서청원·최경환 의원에게 ‘자진 탈당’을 권유하라고 했다. 자진 탈당을 거부하면 “당헌·당규에 따라 출당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2016년 총선에서 공천 전횡을 한 친박 의원들에 대해서도 “진박 감별사들은 책임을 통감하라”고 했다.

자유한국당 윤리위원회는 혁신위 권고에 따라 박근혜·서청원·최경환에게 ‘탈당 권고’ 징계를 결정했다. 혁신위는 이후 버티기에 들어간 서청원·최경환 의원에게 “당의 결정을 즉각 수용하라”는 성명을 내는 한편, 혁신안에 반발하는 당 소속 의원들에게 긴급성명을 통해 “반혁신적 정치모리배” “역사적 범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2017년 8월2일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혁신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윤 농단→총선 패배→12·3 내란→윤석열 탄핵→대선 패배.

8년 전 보수 대몰락과 판박이 경로를 밟았지만, 현재 국민의힘이 느끼는 위기 지수는 제로(0)에 가깝다. 정당 지지도가 계속 추락하며 더불어민주당 절반에도 못 미치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달아 나와도, ‘보수 재건’ 같은 흔한 구호조차 외치는 이가 없다. ‘영남 자민련’ 소리를 듣던 박근혜 탄핵 당시보다 더 심해진 당의 초영남화, 다음 총선까지 3년이나 남았다는 현역 의원 보신주의, 그렇게 당을 운영하고도 탄핵 5년 뒤 다시 정권을 잡았다는 잘못된 학습효과 등이 중첩된 결과다.

윤석열 탄핵 이후 치러진 6·3 대선에서 패배한 국민의힘은 불과 한달여 사이에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전 혁신위원장의 혁신 구상을 잇달아 좌초시켰다. 무너지는 당을 구하겠다는 혁신 방안부터 먼저 무너지는 웃지 못할 상황이다.

안철수 사퇴 이튿날인 9일 ‘윤희숙 혁신위’가 곧바로 구성됐다. 혁신위는 10일 오후 ‘국민과 당원에게 드리는 사죄문’을 발표했는데, 사죄문 첫 줄부터 ‘자기반성’보다 ‘민주당 공격’에 무게를 뒀다. “내분으로 날을 새며 비전 마련과 정책 역량 축적을 게을리하고, 절대다수 정당회의 횡포와 폭주에 무력했던 것을 반성하고 사죄드린다”는 것이다. 이어 △당원·현장 중심 정당 △당원투표를 통한 상향식 공천 등 ‘새 출발을 위한 약속’을 발표했다. 문제는 사죄문과 약속 어디에도 국민의힘 혁신 최대 화두인 ‘친윤 청산’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혁신위는 사죄문에서 “당 소속 대통령 부부의 전횡” “당대표 강제퇴출” “특정인의 당대표 도전 막기” “당대표 선출규정 급변으로 국민참여 배제” “대선후보 강제 단일화 시도” 등을 반성하고 사죄한다면서도, 이와 관련된 친윤석열계 인사 등에게 어떤 책임을 물을 것인지에 대한 답은 내놓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윤희숙 혁신위원장은 “누군가 나와서 사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으나, 당헌·당규에 ‘이런 잘못을 저질렀고, 이런 잘못된 과거와 단절하겠다’는 내용을 넣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나라로 따지면 헌법 전문에 담는 것이다. 이를 1호 안건으로 전 당원 투표를 묻겠다”고 했다. 이날 혁신위가 발표한 사죄문을 당헌·당규 전문에 넣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당헌·당규에 들어갈 정도의 ‘잘못’을 저지른 인사들에 대한 ‘처분’ 계획을 묻는 말에, 호준석 혁신위원은 “혁신위원장이 어제 인적 쇄신·청산도 논의 대상이라고 언급했기 때문에 이후에 논의될 것”이라고 했다. 전날 윤 위원장은 혁신위 차원의 인적 청산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밝히면서, 먼저 당원 의견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윤희숙 혁신위의 이런 구상은 당이 처한 비상한 상황에 견줘 지나치게 한가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반년 동안 운영됐던 8년 전 자유한국당 혁신위와 달리, 윤희숙 혁신위는 8월 중순으로 예정된 전당대회까지 ‘한달살이’ 운명이다.

윤석열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등 혁신안을 요구했던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은 “아직도 탄핵 반대 당론이 유지 중에 있다. 말과 행동이 다른 것을 국민이 어떻게 볼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불법 계엄·극우 편향 교육·부정선거 주장을 옹호한 분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을 혁신위가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런 보수개혁의 길에 반대하는 분들이 있다면 그들이야말로 내부 총질자들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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