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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1시쯤 부산 연제구 부산소방재난본부 훈련탑 앞 야외 공간에서 소방대원들이 멀티탭에 과도한 전원을 연결했을 때 어떻게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지 실험하고 있다. 김민주 기자
10일 오후 1시 부산 연제구에 있는 부산소방재난본부. 소방 훈련탑 앞 야외에서 여러 개의 플러그를 꽂을 수 있는 멀티탭(이동형 콘센트)에 소방대원들이 에어컨 2대 분량 전원(5600W)을 연결한 채 가동했다. 열화상 카메라로 전선을 관찰했더니, 가동 21분 만에 멀티탭에 연결된 온도가 100도까지 치솟았다.



전선 묶었더니 7분 만에 불꽃 튀며 화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멀티탭은 처음 사면 대부분 여러 겹 말린 전선이 플라스틱 코팅(PVC) 철사나 케이블 타이 등으로 묶여 있다. 일반 가정에선 전선 정리 등을 위해 이처럼 전선을 한데 모아 고정한 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열 발산이 잘 되지 않고 전선 내부 단락 가능성도 있어 더 위험하다고 한다.

실제 소방대원들은 전선을 풀지 않고 묶어둔 채로 에어컨 2대를 멀티탭에 연결해 다시 실험을 진행했더니 전선을 풀고 실험할 때보다 온도가 빠르게 오르며 붉은색이 선명해지는 모습이 열화상 카메라에서 확인됐다.

7분 30초가 지나 온도가 130도까지 오르는 순간 ‘탕’하는 소리와 함께 가열된 전선에서 스파크가 튀어 올랐다. 집 안 상황을 가정해 옆에 널어둔 옷가지에 불꽃이 튀자 순식간에 화재로 번졌다. 반복된 실험에선 12분 만에 전선 온도가 180도까지 올라 스파크가 튀는 결과도 나왔다.

실험에 사용된 멀티탭은 새 제품이고, 최대 전류 10A(암페어)까지 견딜 수 있는 규격이다. 가정용 220V 콘센트에 연결할 경우 최대 소비전력은 2200W라는 의미다. 이 멀티탭에 에어컨 1대(2800W)만 연결했을 때도 19분 만에 배선 온도가 70도까지 오르는 결과가 관측됐다.

정동우 부산소방재난본부 화재조사계장은 “멀티탭에 최대 소비전력을 웃도는 에어컨을 연결했기 때문에 과부하로 인해 열이 치솟는 것”이라며 “가정에서 일정 기간 사용한 멀티탭은 전선 내부 구리선이 끊어지는 등 손상돼 열이 더 빨리 오른다. 멀티탭이 놓인 곳 주변 생활먼지나 커튼, 옷가지에 스파크가 튀는 순간 화재로 연결될 수 위험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실험에 함께 참관한 이동진 한국전기안전공사 부산ㆍ울산본부 점검부장은 “전선을 묶어둔 상태로 (멀티탭 등을) 사용하면 전선의 열이 배출되지 않고, 내부적으론 단락 등이 발생해 위험성이 크다”며 “가전제품 사용 땐 멀티탭과 기기의 적정 전류 등을 확인하고 초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전선이 휘어지거나 먼지가 낄 경우 교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에어컨, 벽면 전원에 1개씩만 써야”
이 실험은 최근 집 안에서 난 불로 어린 자매 4명이 사망하는 등 화재 사고가 잇따르자, 비슷한 참사를 예방하려는 뜻에서 부산소방재난본부가 진행했다.

지난달 24일 오전 어린이 2명이 숨지고 다친 부산진구의 한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한 시민이 우산을 쓰고 지나고 있다. 이날 오전 4시 15분께 한 아파트 4층에서 부모가 일을 나간 사이 불이 나 10살 언니와 7살 동생이 숨졌다. 송봉근 기자
지난 2일 부산 기장군 기장읍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집 안에 있던 9세ㆍ6세 자매가 숨졌다. 앞서 지난달 24일에도 비슷한 사고로 10세ㆍ7세 자매가 참변을 당했다. 두 사고 모두 불이 날 당시 집 안에 보호자가 없었다. 소방과 경찰은 현장 감식 결과 등을 토대로 두 사고 모두 집 거실에 놓인 멀티탭 쪽에서 과부하로 인해 불이 시작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콘센트ㆍ에어컨에서 시작된 화재사고가 부산에서 345건 일어났다. 이 사고로 모두 5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정동우 계장은 “에어컨처럼 전력 사용량이 많은 기기는 가급적 벽면 콘센트에 직접 연결하고, 콘센트 하나당 기기 하나만 연결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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