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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한국인 우대를 고발한다!' 일본 SNS가 후끈

요즘 일본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SNS인 X가 뜨겁습니다. 주로 이런 내용들입니다.

'중국 유학생들에게만 1천만 엔(한국 돈 약 9천4백만 원)'

'외국 유학생은 월 15만 엔(한국 돈 약 140만 원)씩 받는다'

'외국인이 안 낸 의료보험료가 연 4천억 엔(한국 돈 약 3조 7천억 원)'

이른바 '외국인 우대'를 고발하는 일본의 X 게시글들

심지어 해묵은(?) 이슈인 한국계 학교에 대한 보조금 반대도 들고 나오고 있습니다. 아래도 X에 오른 글인데 조총련계, 한국교포학교, 중국인 학교에만 보호자에게 월 8천 엔씩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다고 규탄하는 내용입니다. 일본국민에겐 안 주는 돈을 외국인들에게만 준다는 항변입니다.

'한국계, 중국계 학교에만 보조금 지급' 주장하는 X 게시글



외국인 우대하는 의원은 '낙선시키자!'

오는 20일 열리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부 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불붙은 일입니다. 외국인 우대 정책에 찬성한 의원들을 전부 낙선 시키자고 의원들 명단을 올리며 낙선 운동을 펼치기도 합니다.

외국인 우대 정책 펴는 자민당 의원을 낙선시키자는 글

NHK의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우대'를 주제로 다룬 X글이 요 몇 년 급격히 증가해 작년 한 해에 120만 건이었는데 올해는 아직 절반이 남았는데도 벌써 130만 건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일본 X의 '외국인 우대' 관련 게시글 건수(NHK 조사를 재구성)

또 일본정부도 비판 대상이 돼서 중국유학생들에게 막대한 세금을 쏟아붓는 문부과학성 관리들은 각성하라는 글이 넘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얘기에서도 뭔가 많이 본 내용 같다고 느끼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중국인 혹은 탈북자들에게만 수천만 원씩 보조금이 지급된다거나 중국교포들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아 거액의 치료를 받아서 막대한 적자가 쌓인다는 우리 인터넷의 글들 말입니다.

일본에서 이렇게 논란이 되고 있는 '외국인 우대'와 관련된 인터넷 여론들을 일본의 NHK 등도 팩트체크했는데요. 그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일본의 일부 네티즌들이 주장한 외국인 우대의 실제내용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네티즌들의 논리구조와 묘하게도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유학생만 1천만 엔 받는다고?

가장 먼저 NHK가 팩트체크한 것은 외국인 특히 중국유학생이 일본학생보다 우대받는다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1인당 1천만 엔을 무상지원 받는다거나 매달 15만 엔을 받는다는 내용입니다.

이런 주장을 담은 X글은 조회수가 무려 1천만을 넘었는데요. 여기서 들고 나온 '1천만 엔' 지원은 일본문부과학성이 박사과정 학생들을 지원하는 '차세대연구자 도전적 프로그램'을 지적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유학생만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일본에서 공부하는 박사들 전부가 대상으로 실제 작년에 지원받은 박사과정생의 60%는 일본인이었습니다. 게다가 한해에 1천만 엔이 아니라 한해에 최대 3백만 엔 정도를 연구비와 생활보조비로 3년간 지원하는 내용입니다.

그나마 이렇게 지적하는 글들이 쏟아지자 일본정부는 생활보조비는 일본인에게만 주고 유학생은 연구비만 주는 방향으로 지원을 줄이기로 했습니다.



중국인은 도쿄대도 쉽게 들어간다고?


또 하나는 그 들어가기 어렵다는 최고명문 도쿄대가 중국학생들은 쉽게 합격하고 심지어 들어가면 도쿄대학 당국이 유학생들을 일본학생들보다 우대한다는 주장입니다.

도쿄대에는 전체 학생의 17%인 5천 명의 유학생이 재학 중인데 그중 3분의 2는 중국인입니다. 도쿄대의 하야시 카리 부학장은 NHK와 인터뷰에서 "입학시험은 유학생이든 일본학생이든 동등한 조건에서 치러진다'고 특별대우를 반박했습니다. 그리고 국제화는 이제 필수조건인 만큼 일본학생과 유학생이 함께 공부하는 다양성을 가지는 것이 일본의 경쟁력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도쿄대 야스다 강당 [Wikidata]

우리도 '중국 화교학생은 수능 8등급도 서울대 의대 간다'는 식으로 중국 학생들이 특혜를 받는다는 글들이 많이 올랐고 지금도 그런 주장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중국국적 학생 자체가 의대에 거의 없다는 팩트체크들이 이뤄졌지요. 역시나 가짜뉴스에서도 일본과 한국은 거리가 없는 '동시패션(?)'의 나라입니다.

이외에도 외국인은 연간 4조 원 가까이 의료보험료를 내지 않는다는 등의 X 게시글들도 모두 허위로 아사히와 NHK 등 일본언론들은 팩트체크했습니다. 물론 외국인이 일본인보다 연체율은 높았지만 4조 원 등의 숫자엔 근처도 안 갔습니다. 또 외국인들이 출입국이 잦은 사정, 또 보험료 안 내고 그냥 병원에 가서 보험 없이 비싼 치료비를 내기도 한다는 등의 여러 이유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유 있는 '일부의 사실'을 재료로 부풀려서 엄청난 규모의 가짜뉴스를 만드는 것이 가짜뉴스 제조의 정석이기도 합니다.



'일본인 퍼스트!' 외국인 혐오가 흔든 일본 선거판

그런데 이 외국인 혐오는 인터넷을 넘어 현실정치판을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위에서 지적한 대로 외국인 우대가 아니라 실제로는 외국인도 포함하는 복지정책을 내놓은 의원들이 인터넷에서 낙선대상으로 지목되기 시작했습니다. 또 외국인 관련 공약들이 갑자기 이번 참의원 선거의 중심이슈가 돼버렸습니다.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다 보니 방송의 선거관련 프로그램들이 중점적으로 다루는 공약도 외국인정책인 상황입니다.

'외국인 정책'을 주제로 한 후지TV의 선거프로그램

게다가 'America First'가 아니라 '日本人ファ-スト' 즉 '일본 우선'을 내세운 당까지 출현했습니다. 참정당인데요. 우익 유튜브 출신인 가미야 소헤이가 2020년 창당했습니다. 신생당이지만 꾸준히 지지율이 올라 도쿄의원 선거에서도 의석을 확보하더니 5%대까지 지지율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수층 표를 잠식해가자 자민당이 놀라서 외국인관련 문제를 다룰 조직 신설을 검토하고 있을 지경입니다.

'일본인 퍼스트'를 내세운 참정당과 그 대표



쌀값 파동도 한몫한 외국인 혐오

이렇게 외국인 혐오가 유행이 된 것은 새로운 것도 아닐 겁니다. 아베 총리 시절엔 '혐한'이 일본 사회의 키워드라 할 정도로 번졌으니까요. 그런데 이번엔 현실 선거판에서 정책 대결의 중심까지 올랐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러다 보니 일본 지식인과 시민단체들의 위기감도 커졌습니다. 지난 8일엔 '이민자들과 연대하는 국가 네트워크', '빈곤퇴치 네트워크' 등 연대조직들이 또다시 더 크게 연대해서 266개 단체가 외국인 혐오와 가짜뉴스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습니다.

외국인 혐오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일본 시민단체들

이런 외국인 혹은 소수자에 대한 반대 자체는 전 세계적 현상입니다. 유색인종 이민자가 일자리를 뺏어가고 도시의 지식층은 정치적 올바람이란 위선적인 이념으로 나라를 망치고 있다며 빼앗긴 것을 되찾자고 하는 주장, 즉 미국의 트럼피즘이 대표적이겠습니다. 일본에서도 기본적으로 "외국인 특히 중국인과 한국인이 일자리를 뺏고 복지예산을 뺏어간다"고 '느끼는' 우익층의 박탈감이 그 근원입니다.

쌀을 싸게 사려고 밤새 줄 선 일본 시민들

그런데 요즘 특히 이런 정서를 키운 건 경제적 이유도 있습니다. 바로 쌀값 폭등입니다. 매일 먹는 쌀값이 갑자기 오르고 이 쌀값이 다시 주머니 가벼운 젊은 세대가 가는 대중식당들의 가격을 올리니 인터넷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젊은 보수층의 분노가 치솟은 겁니다. 세금이 외국인 우대나 복지 예산으로 다 새서 쌀값 하나 못 잡는 것 아니냐는 거죠. 이래서 이들 젊은 보수층이 다시 자신들의 놀이터인 X에 '외국인 혐오' 글을 대량양산하기 시작한 겁니다. 또 쌀값 폭등의 이유 중 하나는 늘어난 외국인관광객들이 쌀을 많이 먹어서이기도 한데 그 관광객의 절대다수는 중국인이니 이중으로 중국인들이 타깃이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도 익숙한 '외국인 혐오의 서사'

또 여기에 중국인들이 아파트 등을 대량으로 사면서 부동산 값도 올리고 주거비도 올리고 있다는 등의 현상도 한몫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있다고 그것이 외국인 혐오를 정당화하는지?, 중국 관광객의 소비나 중국인의 투자가 경제에 주는 효과는 왜 고려 안 하냐는 등의 문제는 여전히 남습니다.

'중국학생들만 장학금 받고 중국 학생들이 동경대에 쉽게 들어가고 중국인들이 의료보험비 안내고 병원 다닌다'는 외국인 우대 서사가 장악한 일본의 선거판. 언젠가 우리의 선거판에서도 이런 구호를 볼 수 있을 겁니다. 아니 이미 봤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뉴스인사이트팀 전봉기 논설위원》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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