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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전기요금 상승은 불가피한가요? 라는 질문에 답하며 에너지 전환의 과제와 의미를 짚어봅니다.

전기요금 상승 압력이 분명히 있으나, 이는 ① 꼭 넘어야 하고 ② 넘고 나면 성장에 도움이 되고 ③ 상승압력 너머의 세계를 선도하면 거대한 이익이 있다는 점을 이야기할 겁니다.

■ 네, 단기적으로 부담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비율이 늘어나면 그렇습니다. 당장의 인과관계만 따지면 떨어질 가능성보다는 올라갈 가능성이 큽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가스 발전이 비싸서 그렇습니다.
한전이 발전회사에서 전기를 사는 가격은 계속 변합니다. SMP 가격이라고 하는데요, 원자력, 석탄, 태양광, 풍력, 가스 등등. 다양한 발전원이 있죠. 한전이 도매로 사 오는 저 SMP 가격은 가장 마지막에 낙찰된 발전원(비싼 발전원) 가격으로 결정됩니다.

보통 가스가 가장 비쌉니다. 그 값에 맞춰 전체 가격이 결정됩니다. 그럼 '가스 탓인데 태양광이 무슨 죄?' 하시겠지만, 일단 재생이 늘면 가스를 좀 많이 쓰게 됩니다.

태양광은 발전 시간이 정해져 있거든요. 낮 대여섯 시간 발전하면 끝입니다. 나머지 시간에는 필요하면 가스를 돌릴 확률이 높습니다. 그럼, 가스 가격에 맞춰 SMP 단가가 올라가죠.

이 가격이 7월 10일 기준, 단위(kWh) 당 평균 120~130원 안팎입니다.

엔라이튼의 홈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2. 재생에너지엔 웃돈(REC)을 줘야 합니다
재생에너지 사업자는 위의 도매가격, SMP 가격만 받아 가지 않습니다. 보통 REC이라고 부르는 '일종의 쿠폰'도 받아 가요. 1메가와트시에 REC 1장입니다.

해상풍력 경우에는 건설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배 혹은 그 이상으로 지급하기도 합니다. 이 REC는 시장에서 수요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어 거래됩니다. 올해는 한 장에 7만 원 선입니다.

단위 당 평균으로 환산하면 70원 수준입니다. 그럼, 태양광 업자는 120~130원에 더해서 70원 정도를 버는 겁니다. 누가 사냐고요? 의무적으로 사야 하는 발전사업자(한전 자회사)와 기업들입니다. 이를테면 삼성이나 SK하이닉스가 RE100을 하기 위해서 REC를 삽니다.

이 가운데 발전자회사가 산 REC는 전기요금 원가 부담이 되는 겁니다. 지금 전기의 소매 가격이 가정용 기준으로 단계별로 120원, 210원, 300원입니다.

그러면 SMP 가격 120~130원에 이 가격을 더했을 때 기준으로, (위 그래픽에서는 198원이네요) 1단계 구간에서는 손해가 납니다. 이건 순전히 원료비고, 운영비는 별도죠. 그래서 요금 상승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3. 풍력은 대체로 고정가격 계약을 합니다
원가가 비싸거든요. 육상 풍력은 시장에서 SMP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도 있지만, 해상풍력은 그 가격에는 수지를 맞출 수 없습니다. 한전과 비싼 가격에 계약 별도로 장기 계약을 합니다. 보통 20년쯤 됩니다.

200원을 훌쩍 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작부터 손해인 거죠. 정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따른 부담입니다. 그래서 이 계약이 많았지만, 한전은 부담이 커집니다.
(아, 단 이런 식으로 전기를 사면 보통 REC가 한전 소유예요. 저 가격에서 70원을 뺀 정도가 한전의 원가 부담이란 의미입니다.)


4. 한전은 새로 송배전망을 깔아야 합니다
전기가 발전소에서 소비자까지 가려면 '전선'이 있어야 합니다. 스마트폰은 무선 충전이 되지만, 송배전은 아직 무선이 안 됩니다. (언젠가 될지도 모르죠)

기존 원자력, 화력 발전소가 아니라 새 발전소가 생기니 당연히 송배전망이 추가됩니다. 문제는 기존 발전소가 대규모라면 이 발전소는 소규모란 점이죠. 개인들이 합니다.

이 모든 소규모 분산형 발전소를 배전망과 송전망으로 잇는 비용이 엄청납니다. 전선 재료비나 인건비도 부담이지만, 특히 사회적 비용(반대 주민들 보상과 그에 따른 시간 지체 비용)이 엄청납니다.

5. ESS라는 추가 비용
여기에 또 배터리 비용을 추가해야죠. 태양광과 풍력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방법인데요, 좋은 점이 많습니다. 우선 3개의 태양광 발전소만 연결할 수 있는 송전선에 배터리 저장 장치를 접목하면 송배전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해서 6개의 태양광 발전소를 이을 수 있습니다. 배터리가 더 많으면 더 많이 이을 수도 있습니다.

또 이른바 '첨두부하'라고 부르는 피크 부하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이때 전기 원가가 가장 비싸거든요. 그 비싼 전기를 깎아낼 수 있으니 정말 좋습니다.

문제는 비용입니다. 아직은 이 배터리가 비쌉니다. 그 비용이 또 요금에 추가됩니다.

이렇게 이 모든 인과관계를 따지면 재생에너지가 늘면 전기요금은 비싸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 그러나 에너지 전환의 깔딱고개는 반드시 넘어야 합니다

1. 선택사항이 아닙니다
더우시죠? 수은주가 7월 초에 섭씨 40도를 넘었다는 소식이 조금은 무섭기도 할 겁니다. 그런데 이건 시작입니다. 앞으로 기후는 더 불규칙하고 극단적인 방향으로 움직일 겁니다.

이 기후 변화의 재앙적 미래를 부정하면 모르겠으나, 현실을 인정한다면 미래세대를 위해선 에너지 전환을 해야 합니다.

어느 정도의 부담은 불가피합니다. 이건 대전제입니다.


2. 영원히 부담이 큰 것은 아닙니다 왜일까요?

① 할부와 일시불의 차이
할부 구매와 일시불 구매의 비유를 써보겠습니다. 화석연료는 할부 구매입니다. 필요할 때마다 매년 석탄과 석유와 가스를 사 옵니다. 그 비용은 엄청납니다. 다만 매년 할부처럼 지불하니 커 보이지 않습니다.

태양광과 풍력은 일시불입니다. 일단 패널을 설치하고, 바람개비를 박으려면 그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목돈이죠. 20년 치 발전에 필요한 하드웨어를 한 번에 사야 하니까요.

대신 한 번 사고 나면 그 뒤로는 유지 운영비용이 크게 들지 않습니다. 화석연료와 비교하면요.

그래서 초기 전환 과정의 비용이 큰 부담입니다만, 전체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에 아주 큰 격차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계산 결과가 있습니다.

사회가 해결해야 할 것은 이 초기 전환과정의 비용 부담입니다. 부담의 허들을 낮춰주는 일, 그게 REC이고, 고정가격 계약입니다. 또 한전 혹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전력망 확충 과정의 사회적 정치적 비용을 '제도화를 통해 조정'해 내는 일, 그리고 정부 재정의 힘으로 빨라지게 하는 일입니다.

② 점점 더 싸질겁니다, 믿으셔야 합니다
'거짓말이야! 해상 풍력이 얼마나 비싼데' 하는 분이 분명히 나올 겁니다. 그럼 저는 이렇게 답할게요. 당장은 비쌉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내려갈 겁니다.

반도체가 처음에는 비쌌지만, 점점 싸지는 것처럼, 재생에너지 단가도 그렇게 될 겁니다. 이건 과학의 영역입니다. 지난 30년간 증명되어 온 물리 법칙에 가깝습니다.

일론 머스크도, 노벨상을 받은 대런 아제모을루 교수도 하는 말이니 믿으셔도 좋습니다. 태양광은 이미 과거의 1/10 가격까지 떨어졌고, 앞으로 계속 떨어질 겁니다. 풍력도 마찬가지입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많이 해봐야 합니다.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내려갑니다. 또 대규모로 발전해야 합니다. 남들보다 먼저 시작하면 남들보다 더 경쟁력 있는 가격에 먼저 도달할 수 있는 겁니다. 권효재 COR 지식그룹 대표의 아래 인터뷰를 곱씹어보시죠.

권효재/ COR 지식그룹 대표
"현재 우리나라의 너무나 정상적인 기존의 전력 시스템은 너무 성공적이기 때문에 위험합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전기가 싼 축에 속했고 전기 품질이 좋은 축에 속했고, 기업들이 전력 시스템 덕을 크게 봤습니다. 이러한 훌륭한 기존 시스템을 그런데 계속 끌고 갈 수 있느냐 불가능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계속해서 발전단가가 떨어지는 재생(풍력과 태양광) 에너지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파괴적이고 혁신적인 발전 기술이 등장했습니다. 배터리와 결합을 해서 영향력을 급속히 확대하고 있습니다.

100년 전, 군함의 연료가 석탄에서 석유로 바뀌었을 때 비유해 보죠. 영국은 석탄으로 세계 제일의 국가가 됐습니다. 그런데 석유가 선박 연료로 석탄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습니다. 당시 처칠이 해군성 장관이었습니다.

기술적 결론은 뻔한데도 반대가 극심했습니다. 선박은 물론 비행기와 전차의 연료가 모두 석탄에서 다른 연료로 바뀌었습니다. 전쟁 기술이 바뀌고 패권이 바뀌었습니다.

에너지 세계는 이렇게 기술의 파괴적 힘에 의해 변화합니다. 그래서 이런 기술의 위험을 고려했을 때 현재 우리나라의 너무나 성공적인 레거시 시스템은 너무 성공적이기 때문에 위험합니다. 이렇게 성공적인 시스템에 계속 안주를 하면 어느 순간 이것이 경쟁력을 잃게 됩니다. 그때 가서는 바꿀 수가 없어요."


③ 물론 목표가 달성되면 웃돈은 덜어내야 합니다

태양광의 경우 REC 조정이 필요합니다. 이미 석탄보다 LCOE가 싸졌다고 합니다. 그렇게 싼 발전원인데 과도한 REC를 보장할 필요는 없다는 비판은 합리적입니다. 다만, 지금 REC 가격이 왜 비싼지는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2020년만 해도 2만 원 대에 불과하던 REC가 지금 7만 원이 된 이유는 특혜가 과도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이 가격은 수요 공급에 따라 시장에서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답은 속도에 있습니다. 2020년 당시만 해도 시장에 나온 REC 공급은 많은데, REC를 사야 하는 구매자는 적었죠. 그래서 가격이 내려갔습니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했습니다.

지금은 반대입니다. 시장에 나온 REC는 적은데, 에너지 전환에 따라 사야 하는 수요자는 많았죠. 수요가 공급을 초과합니다. 공급 실패, 즉 에너지 전환의 속도가 느려져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더 많은 재생에너지를 공급하고 그 과정에서 REC가 충분히 공급되면 웃돈은 자연히 떨어집니다.

더 노력하면 웃돈이 떨어진다는, 지극히 시장적 결론입니다.

③ 재생에너지는 국산입니다, 국내 경제 파급효과가 큽니다
태양광 패널은 현재 중국산이 대부분입니다. 한화큐셀 등 국내에서 생산은 합니다만 가격 경쟁이 어렵습니다. 생산량이 줄고 있어요. 패널만 말한다면 국내 경제 파급효과가 크다고는 못 하겠네요. (다만 기술개발은 계속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패널 기술 경쟁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외 모든 부분이 국내 경제에 긍정적 파급효과를 미칩니다. 특히 풍력 발전을 한 번 보죠. 신안 앞바다에서 발전을 시작한 전남 해상풍력의 100메가와트 전기의 경우, 국산화 비율이 75%에 이릅니다. 핵심부품인 터빈과 블레이드는 지멘스 가메사 제품이지만, 나머지는 대부분 국내 업체의 제품입니다. 타워, 하부구조물, 전선, 공사 과정에 동원된 선박과 바지선이 다 국내 업체의 매출입니다. 유지 운영 인력도 장기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래서 재생에너지는 대부분 해외로 나가던 화석에너지 구매 비용의 대부분이 국내에 남아있게 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돈이 돌아서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이 되어줄 수 있죠. 여기서는 김승완 한국 에너지공과대학 교수의 말을 한번 곱씹어 보시죠.


김승완/ 한국에너지공과대학 교수 / 사단법인 넥스트그룹 대표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방향으로의 성장이 착하다고 보는 것 자체가 좀 잘못됐다고 봅니다. 그게 똑똑한 겁니다. 똑똑한 성장을 하려면 그 길밖에 없다고 저는 생각을 하고요. 착하다 나쁘다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서 진짜 우리나라의 국익을 위한 방향이 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어떤 이 탄소 중립 산업 청정 기술에서의 잠재력이 어마어마하거든요.

근본적으로 기술 엔지니어링에서 안 되는 건 없습니다. 기술로 안 되는 건 없어요. 다만 비쌀 뿐이죠. 그렇게 가겠다고 선언한 국가들은 우리나라랑 뭐가 다르냐면 비싼 걸 정부가 정책을 통해서 싸게 만들겠다. 그래서 기술적으로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스토리가 있는데 우리는 단순히 ‘아, 이거는 지금 안 돼’라는 그 현재 상황(스냅숏)만 보는 것이죠.

이번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이야기는 원전입니다. 그렇게 탄소가 문제면 원전을 하면 되는 것 아니냐? 는 이야기가 반드시 나오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질문을 산업적 차원에서, 현실적 차원에서 직시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불필요한 원전-재생 논쟁을 극복해야 합니다. 급하기 때문이죠.

기자 구독을 해두시면 다음 편을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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