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비즈니스 포커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횡령·배임 등 오너 리스크로 언론의 경제면보다 사회면에 더 많이 등장했던 태광그룹. 최근에는 모처럼 회사 이슈로 경제면에 등장하고 있다. 태광산업이 지난 6월 27일 장 마감 직후 기습적으로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EB)를 발행하겠다고 공시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날 회사는 보유 중인 자사주 전량(27만1769주, 지분율 24.41%)을 기초로 3186억원 규모 EB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전 이사회 논의 없이 뒷북 결의가 이뤄졌고 최초 공시에는 EB 인수자조차 명시되지 않아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EB 발행 계획 발표 직후 태광그룹은 1조5000억원 규모의 신사업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석유화학·섬유 업황 악화로 사업구조 재편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며 신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겠다는 것이었다. 화장품, 에너지, 부동산개발 등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투자계획도 전략도 빠진 발표에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이럴 거면 상장을 왜 했느냐”는 냉소적인 반응이 터져나왔다. EB 발행 소식이 전해지자 태광산업 주가는 11% 넘게 급락하며 ‘황제주’(주가 100만원 이상) 자리를 반납했다.

“상장 왜 했냐” 논란 부른 EB 막차 발행


금융감독원도 움직였다. 태광산업이 교환사채 발행 과정에서 자사주 처분 대상과 자금 사용 목적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아 정정 공시 명령을 내렸다. 태광산업은 뒤늦은 정정 공시를 통해 EB 발행 대상이 한국투자증권임을 밝히고 조달 자금 중 2000억원을 뷰티 신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라 설명했다.

공시에 적시된 투자처는 애경산업이다. 태광그룹 산하 사모펀드(PEF) 운용사 티투프라이빗에쿼티(티투PE)는 유안타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 6월 19일 애경산업 인수의향서를 제출했고 본입찰 대상자로 선정됐다.

주목할 부분은 인수 주체가 태광산업이 아닌 티투PE라는 점이다. 티투PE가 전면에 등장한 배경에는 자사주 EB 발행을 둘러싼 각종 논란과 당국 제재, 그리고 주주 반발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간접적인 인수 구조를 통해 정치적 부담은 줄이고 사업 확장은 지속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2대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이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필요한 EB 발행으로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며 지난 6월 30일 이사들의 위법 행위 중지를 요구하는 가처분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이 1조4000억원 규모의 현금과 SK브로드밴드 지분 매각 대금 약 9000억원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외부 자금 조달이 꼭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태광산업 주가 추이. 그래픽=송영 기자

애경산업 인수전 전면에 선 티투PE, 3세 승계 포석


이번 사태를 계기로 태광그룹 오너 일가의 지배력 복원 및 3세 승계 작업이 본격화됐다는 해석도 힘을 얻고 있다. 태광그룹은 재무적 투자자인 티투PE를 통해 우회 인수를 함과 동시에 3세 승계 기반 마련이라는 전략적 목적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태광산업은 7월 31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정관을 개정해 신사업 목적을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화장품 제조 및 판매, 에너지, 부동산 개발, 리조트 운영, 블록체인 기반 금융 사업 등이 추가될 예정으로, 이를 통해 티투PE의 향후 M&A 활동이 활발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티투PE는 태광산업과 티시스가 각각 지분 41%씩 총 82%를 보유하고 이호진 전 회장의 장남 이현준 씨와 장녀 이현나 씨가 각각 9%씩을 출자한 구조다. 티투PE의 애경산업 인수 본입찰 참여는 단순한 사업 확대가 아니라 오너 3세 경영체제 구축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다.

태광그룹의 빨라진 사업 재편 움직임에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가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전 회장은 2011년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된 이후 2023년 광복절 특사로 복권됐으며 현재 태광산업의 비상임고문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공식 복귀를 선언하지 않았지만 그룹의 주요 투자 결정과 M&A 구도가 과거 그의 경영 스타일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전 회장은 과거 티브로드, 흥국화재, 흥국증권 등을 인수하며 그룹의 외형을 키웠다.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 기준 재계 순위 36위까지 올랐지만 장기화된 사법리스크로 인해 현재는 59위로 밀려난 상태다.

태광그룹은 2022년부터 10년간 총 12조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 중이지만 구체적인 실행은 아직이다. 투자 실행 여부는 이 전 회장의 향후 행보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태광산업 EB 발행 논란 타임라인. 그래픽=송영 기자


서울 종로구 태광그룹 본사. 사진=태광그룹


“태광이 도화선” 자사주 소각 법안 급물살, 재계 눈총


태광산업은 주주들의 거센 비판을 받은 EB 발행 작업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향후 애경산업 인수전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자사주는 원래 주주가치 제고나 주가 방어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돼야 하지만 국내에서는 대주주의 지배력 유지를 위한 ‘금고’로 오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자사주를 기초자산으로 한 EB는 교환권 행사 시 외부 투자자에게 주식이 넘어가 사실상 유상증자와 동일한 효과를 낸다. 이는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으로 이어지며 주주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 특히 이번 결정이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른다는 점에서 태광그룹의 부담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민감한 상황에서 태광산업의 ‘돌출 행동’에 재계의 시선도 차갑다. 재계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 통과에 따른 경영권 제약을 우려하면서도 공개적인 반발을 자제하고 있었다.

자칫하면 정부 정책 기조에 역행해 ‘주주 가치 제고에 반대하는 기업’으로 비칠 우려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태광 사례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법제화를 앞당기는 빌미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한경비즈니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4444 [속보] 이 대통령, 문체부 장관 최휘영·국토부 장관 김윤덕 지명 랭크뉴스 2025.07.11
54443 [속보] 국토부 김윤덕, 문체부 최휘영…李, 장관 후보 모두 확정 랭크뉴스 2025.07.11
54442 코스피, 3년 만에 3200 ‘탈환’... 코스닥도 800선 회복 랭크뉴스 2025.07.11
54441 [속보] 국토부 장관 후보자 김윤덕, 문체부 장관 후보자 최휘영 랭크뉴스 2025.07.11
54440 김종대 “김건희 집사 게이트, 최순실 게이트와 판박이” 랭크뉴스 2025.07.11
54439 [속보] 내란특검 “尹 불출석 사유서에 ‘건강상 이유’”, “자료 확인 후 후속조치” 랭크뉴스 2025.07.11
54438 [속보] 李대통령, 국토부 장관에 김윤덕 의원 지명 랭크뉴스 2025.07.11
54437 채 상병 특검, 윤석열 개인 휴대전화 확보 랭크뉴스 2025.07.11
54436 [속보] 이 대통령, 국토부 장관 김윤덕 ·문체부 장관 최휘영 지명 랭크뉴스 2025.07.11
54435 [속보]이 대통령, 문체 최휘영·국토 김윤덕 장관 내정···새 정부 1기 내각 인선 완료 랭크뉴스 2025.07.11
54434 [속보] 李대통령, 문체부 장관에 최휘영·국토부 장관에 김윤덕 지명 랭크뉴스 2025.07.11
54433 윤석열, 오늘 오후 2시 특검 조사 또 ‘불출석’…강제구인 되나 랭크뉴스 2025.07.11
54432 [2보] 尹, 내란특검 재구속 후 첫조사 불응…"불출석 사유서 제출" 랭크뉴스 2025.07.11
54431 [단독] 구속 부른 尹 최후진술…"오히려 증거인멸 의심 키웠다" 랭크뉴스 2025.07.11
54430 보은서 드론으로 농작업 하던 60대, 드론 날개에 중상 랭크뉴스 2025.07.11
54429 [Why] 中 공산당원 수가 사상 최대치를 돌파한 이유 랭크뉴스 2025.07.11
54428 천장 뚫은 비트코인, 강세 요인 2가지 ‘엔비디아·기관’… 올해 14만달러 간다? 랭크뉴스 2025.07.11
54427 [속보] 윤 전 대통령, 구치소에 특검 조사 불출석 사유서 제출 랭크뉴스 2025.07.11
54426 “4대 이모님 가전 모실게요”~폭염 기승에 매출 3배 뛴 ‘이 제품’ 랭크뉴스 2025.07.11
54425 잇단 19% 지지율에 TK 지지층도 이탈…국힘 "심각하고 엄중" 랭크뉴스 2025.07.11